황인숙
「폭우」
여름 한낮의 복판을 질주하여
폭우가 쏟아진다.
나무들이 서슬 푸르게 폭우의 질주를 들려준다.
천둥이 울린다.
이웃 아이들이 신나라 소리친다.
빠방! 꽈광! 빠방!
덩달아 컹컹! 개가 짖는다.
목소리가 굵다. 덩치 큰 검은 개일 것이다.
빠방! 꽈광! 빠방!
아이들이 소리지른다.
천둥이 울리고, 폭우가 신나라 쏟아진다.
의자에 앉아 졸던 나는 멍하니 깨어나
정신없이 단빵을 물어뜯는다.
빠방! 꽈과과광! 빠방!
폭우가 쏟아진다 .
하늘 해방군의 집중 포격이다.
시_ 황인숙 –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가 당선되어 작품활동 시작. 시집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슬픔이 나를 깨운다』, 『우리는 철새처럼 만났다』, 『자명한 산책』, 『리스본行 야간열차』 등과 산문집으로 『나는 고독하다』, 『인숙만필』, 『해방촌 고양이』 등이 있음.
낭송_ 성경선 - 배우. '한여름밤의 꿈', '가내노동' 등에 출연.
배달하며
상투적이고 무기력한 삶 속으로 폭우처럼 쏟아져서 서슬 푸르게 우리를 일깨우는 것은 무엇일까.
황인숙의 시적 감각은 하늘 해방군의 집중 포격을 받고 지상의 생명이 푸르게 일어서는 모습을 새롭고 실감 나는 의성어를 곁들여 노래하고 있다.
나무, 아이들, 개, 의자에서 졸던 시인도 단빵을 물어뜯으며 일어선다.
여름날 폭우가 시원하게 퍼부을 때 누군가는 두려움과 죄를 떠올리기도 한다지만 이 시인은 푸르게 깨어나는 생명의 모습을 즐겁게 노래했다. 어린아이들이 내지르는 의성어와 천둥소리가 겹치어 경쾌하고 산뜻하다.
문학집배원 문정희
출전_『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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