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최승자, 「나의 시가 되고 싶지 않은 나의 시」

Bawoo 2016. 1. 28. 10:52

 

최승자

 

「나의 시가 되고 싶지 않은 나의 시」

 

움직이고 싶어
큰 걸음으로 걷고 싶어
뛰고 싶어
날고 싶어

깨고 싶어
부수고 싶어
울부짖고 싶어
비명을 지르며 까무러치고 싶어
까무러쳤다 십년 후에 깨어나고 싶어


시_ 최승자 – 1952년 충남 연기 출생. 시집 『이 時代의 사랑』『즐거운 日記』『기억의 집』『내 무덤, 푸르고』『연인들』『쓸쓸해서 머나먼』 등과 번역서 『굶기의 예술』『죽음의 엘레지』『침묵의 세계』『자살의 연구』『상징의 비밀』『자스민』 등이 있음.

낭송_ 조윤미 - 배우. 연극 '푸르른 날에', '슬픈 인연' 등에 출연.


배달하며

이렇게 온몸으로 살고 싶은 시인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때때로 옛일로 잠 안 오는 밤엔 피가 나도록 피가 나도록 이빨을 닦자고 하던 시인, 당신은 동에서 나는 서에서 그렇게 이빨을 닦자고 하던 시인은 지금 어디에서 혼자 울고 있을까.
“환희처럼 슬픔처럼/오래 큰물 내리던 그날”이라고 사랑을 노래한 최승자를 아픈 사랑으로 불러본다. 원래 사랑의 환희는 잠깐이요, 슬픔은 나이테처럼 박혀 한 생애가 된다지만 언젠가 그녀가 전화로 고백한 것처럼 “검은 콩 먹고 나는 팔십까지는 살 거예요”라던 말을 깊게 믿고 싶다.

문학집배원 문정희


출전_『이 時代의 사랑』(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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