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비 천원
도서관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
버스를 탈까 걸어갈까 잠시 망설이다.
지난겨울에만 해도
이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당연스레 걸어서 집에 갔는데
두 시간 거리 정도는 거뜬히 걸었는데
올 겨울엔 이리 되었다
도서관 가는 중에 이미 힘에 겨워서
겨우 한 시간 남짓한 거리인데
근육과 관절에 무리가 온 탓에
30년 넘게 해왔던
테니스를 그만 두면서
줄어든 운동량 탓인가
아니면
한 해를 더 산 탓인가
건널목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서로 반대 방향인
버스 타는 쪽과 걸어가는 쪽 중에
몸 상태가 말해주는 쪽을
택하기로
문득 지난 시절
내 성장기 어렵던 시절
버스비 아끼려고
먼 거리를 걸어 다니던 생각이 났다
결코 걷고 싶어서가 아니라
주머니가 가벼워서
어쩔 수 없이 걸어가야만 했던
그 시절이.
이제는 버스비는 있는데
그것도 아주 넉넉하게 있는데
그렇지만 버스를 타고 싶지는 않은데
가벼운 마음으로 운동삼아 걸어 가고 싶은데
몸이 안 따라줘서 버스를 탈까 생각하고 있구나
야속한 세월이 그리 만들고 있구나
버스비는 넉넉히 있지만
결코, 타고 싶지 않은데
천원이 아까워서 그러는 것은
절대 아닌데
2016. 2. 22. 도서관 갔다 오는 길에 한 생각을 써보다
[캔버스 8호에 아크릴 물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