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나보다 엄청 늙어 보이는 이가
바로 내 옆자리에 앉았다.
빈 자리도 많은데 굳이
후줄그레한 옷차림을 하고서.
맞은편 자리에 앉아있는
두 아가씨 눈치를 살짝 봤다.
나 혼자 있을 때는
늙은이를 보는 듯한 눈길은 아니었는데
혹시나 싶어서
나도 같은 늙은이로 보는가 싶어서
자리를 옮겼다.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게 싫어서
나도 머지않아 같은 꼴을 당하겠지만
그건 나중의 일이다.
2016. 3. 6 전철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