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교사’는 중산층 가정의 보모로 고용된 P 부인의 이야기이다. 그녀는 임시직 교사로 교사 생활을 접은 이력을 갖고 있다. 선한 성정과 오랫동안의 교사 생활에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P 부인은 젊은 부부의 조력자 노릇을 훌륭히 해낸다. 이 작품이 내내 공들여 묘사하는 것은 젊은 부부의 삶에 대해 필요 이상의 감정적 개입을 경계하려는 P 부인의 태도다. 내 것이 아닌 것을 욕망하게 될까봐 강박적 불안을 느끼면서도 타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그녀의 태도는 제목에 놓인 ‘임시’라는 단어와 공명하며 우리 시대에 만연한 불행한 삶의 조건들을 환기시킨다.
‘임시교사’는 손보미의 소설이 구체적 현실과 만나는 방법을 고민했다는 점에서도 반갑게 읽힌 소설이다. 그런데 작가는 어디선가 “아주 착한 여자에 대해서 쓰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착함과 나쁨이 단지 구조적 모순으로 인식될 것만이 아님을, 오히려 거기에는 운명적인 것이 개입될 수 있음을, 나아가 문학은 선악의 모순을 해결하기보다 그것 자체를 사유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까지도 이 소설은 말해주는 듯하다.
조연정 (문학평론가)
◆손보미=1980년 서울 출생. 2009년 21세기문학 신인상 수상. 소설집 『그들에게 린디합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