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시(漢詩) 마당 ♣/- 우리 漢詩

山居偶題[산거우제]- 李瑱[이진]

Bawoo 2016. 11. 23. 20:23


山居偶題[산거우제] 산에살며 우연히 씀

                                                                 李瑱[이진]                        






滿空山翠滴人衣[만공산취적인의] : 하늘 가득 산의 푸르름이 사람의 옷에 떨어지고

草綠池塘白鳥飛[초록지당백조비] : 푸른 풀숲의 연못에는 흰 새가 날아가네.
宿霧夜棲深樹在[숙무야서심수재] : 오래된 안개는 한밤에 깃들어 무성한 나무에 있고
午風吹作雨霏霏[우풍취작우비비] : 한낮의 바람이 불어 부슬부슬 비내리네. 

[東文選[동문선]   卷之二十[20권]  七言絶句[칠언절구] 1478년 간행본 인용]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하늘 가득한 산 기운이 사람 옷을 적시는데 / 풀 푸른 연못에는 흰 새가 날고 있네 // 안개가 밤에 편히 쉬었던 깊은 나무숲은 그대로인데 / (어디선가) 마파람이 불어와 비를 부슬거려 흠뻑 뿌리구나]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산에 살면서 우연히 짓다]로 번역된다.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에서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귀결을 읊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자연을 흠모하면서 시상을 일으켰던 시문이 유독 많았다. 영물시를 비롯해서 자연을 시가 많았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이 마파람이 불어와 비를 부슬거려 내렸다는 내용을 담았던 것이 시적인 배경이다.
하늘 가득한 산 기운이 사람의 옷을 적셨으니 새벽녘이면 어김없이 내리는 이슬이나 서리가 내렸음을 그려내었다. 마치 신의 조화인 것 같기도 하고, 자연의 조화인 것 같기도 한 발상 자체를 놓치지 않았다. 풀이 푸른 연못에는 흰 새가 날고 있다는 사상 또한 자연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내었다.
화자는 이 처럼 안개가 밤에 편하게 쉬었던 깊은 나무숲은 조금도 변함없이 그대로인 것이 시적인 발상이리니. 또한 어디서인가 마파람 한 줄금이 불어와 비를 부슬거리게 뿌렸다는 시심은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비범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인다. 마파람이 불면 당연히 비를 몰고 오게 되고, 비를 뿌리면 온 대지를 적시기 때문이리라.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산기운 옷 적시고 흰 새만이 날아가고, 편히 쉬던 깊은 나무 비를 뿌린 마파람에’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한자와 어구>
滿空山翠: 하늘 가득한 산기운. 滴: 적시다. 人衣: 사람의 옷. 草綠池塘: 풀이 푸른 연못. 白鳥: 백조. 흰 새. 飛: 날다. 宿霧: 전날부터 있던 안개. 안개가 쉬다. 夜栖: 밤에 쉬다. 深樹: 깊은 나무 숲. 在: 그대로다. 午風: 마파람. 吹: 불다. 作雨: 비를 뿌리다. : 부슬거리다.




이진(李瑱, 1244- 1321)
자는 온고(溫古), 호는 동암(東庵),
시호는 文定으로 어려서부터 학문을 즐겨, 제자백가(諸子百家)에 통하고 시문(詩文)에 뛰어났다고 한다.
과거(문과)에 급제 후에 우사의대부, 정당문학, 지병조사(知兵曹事), 전법판서(典法判書), 찬성사(贊成事)등의 벼슬을 역임. 저서로 <동암집>이 전한다. 충주 도통사에 배향되었으며, 시호는 문정(文定)이다.

이제현선생의 부친이다.



[시정보-책:한국한시진보/수집: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9]山居偶題/ 동암 이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