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대(淸代) 화가 양진(楊晉)의 <접연화(蝶戀花)>(선면)
風月無情人暗換 舊遊如夢空腸斷
(풍월무정인암환 구유여몽공장단)
세월은 무정하여 사람은 간데 없고
옛 정은 꿈만 같아 부질없이 애만 끊네
☞ 구양수(歐陽修), <접연화(蝶戀花)> 중에서
※ 청말근대 화가 굴조린(屈兆麟)의 <접연화(蝶戀花)> (1895年作)
- <접연화(蝶戀花)>는 중국문학사에서 너무도 유명한 것이지만 근래에는 김용의 무협소설 <신조협려(神雕俠侶)> 서두에 등장해 강한 인상을 남기면서 사람들에게 널리 환기됐다.
당송 8대가의 한 사람인 취옹(醉翁) 구양수(歐陽修)는 만년에 육일거사(六一居士)로 자호(自號)했다.
육일(六一)이란 一萬卷書, 一千卷古金石文, 一張琴, 一局棋, 一壺酒, 一老翁이니 곧 일만 권 책, 일천 권 옛 금석문, 한 개 거문고, 한 판 바둑, 한 병 술, 한 명 노인을 말한다. 한 명 노인은 물론 구양수 자신을 지칭하는 것이다.
중국문학사상 최초의 시(詩) 비평서이자 시화(詩話)라는 새로운 형식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는 그의 ≪육일시화(六一詩話)≫의 六一도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한유(韓愈)의 작품을 매우 좋아했으며, 매요신(梅堯臣), 소순흠(蘇舜欽) 등과 함께 북송(北宋) 시단(詩壇)을 이끌었다. 역사에도 안목을 지녀 중국 24사(史, 또는 25사) 가운데 ≪新·舊唐書≫를 집필하기도 했다.
※ 현대 중국화가 임솔영(任率英)의 <접연화(蝶戀花)>
구양수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多讀/看多), 많이 쓰고(多作/做多), 많이 구상해야 한다(多商量/商量多)는 '삼다(三多)'를 제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구양수 자신은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목침을 베고 선잠에 드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그래서 '구양수 베개'(毆陽修枕)라는 말이 생겨났다.
구양수 베개란 울퉁불퉁하고 옹이가 군데군데 박힌 볼품없는 목침(木枕)을 말한다. 이 베개를 베면 여간 불편하지 않아 깊은 잠에 들 수가 없다. 그러니 어렴풋한 선잠이나 풋잠이 고작이다.
그러나 바로 그 선잠이나 풋잠 중에 평소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시상(詩想)이나 문장, 문구를 떠올릴 수 있다.
고단하고 나른한 일상에서도 끊임없이 시상(詩想)을 좇고 사색을 이어가다 보면 어느 땐가 마음에 드는 단어나 문구가 문득 생각날 수 있다. 고침안면(高枕安眠)해서는 나올 수 없는 것이다.
구양수의 문장에서 보여지는 명문(名文)들은 실제로 비몽사몽(非夢似夢)간에 씌어진 것들이 많다고 한다. 훗날 문장가들이 명문(名文)을 찾아 구양수 베개를 벤 것은 거기에 공감하는 바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 근현대 중국화가 황균(黃均)이 구양수의 <접연화>를 소재로 그린 <채련도(採蓮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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