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 피아노 3중주 2번 Piano Trio No.2 in E flat major, D.929 Franz Schubert 1797-1828
<슈베르트가 쳤다는 피아노>
우수에 젖은 2악장과 벅찬 감동을 안겨주는 4악장의 피날레
슈베르트에게 대중적 명성, 경제적 소득을 안겨준 작품
슈베르트의 피아노3중주 D,929는 당대 청중에게 인정받은 슈베르트의 작품 중 하나일 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영화 [피아니스트]와 [배리 린든], 그리고 전도연이 주연한 [해피엔드]에 이 3중주곡의 2악장이 삽입된 걸 보면 오늘날에도 이 곡은 여전히 대중적인 음악임에 틀림없다. 슈베르트는 이 곡을 그의 생애 마지막 해에 처음으로 성사된 그 자신만을 위한 대중 콘서트의 메인 프로그램으로 선보였다.
그 음악회는 1828년 3월 26일에 이루어졌고 그날 프로그램은 오로지 슈베르트의 작품만으로 구성되었다. 이후 라이프치히에서 [피아노 3중주 D.929]의 악보가 작품번호 100번으로 출판되면서 슈베르트는 피아노3중주곡으로 대중적 명성과 경제적인 소득을 모두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막 작곡가로서 성공하려던 순간, 슈베르트의 건강은 급격히 악화되어 그해 가을에 그는 31세라는 이른 나이로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하지만 슈베르트의 말년에 희망을 던져준 [피아노 3중주 D.929]는 지금도 실내악의 명곡으로 손꼽히며 오늘날 즐겨 연주되고 있다.
<1825~6년의 슈베르트>
I. Allegro
대담하고 극적인 1악장 도입부 역시 베토벤의 음악을 닮았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가 다 같이 한 목소리가 되어 선언적인 주제를 연주하는 방식은 베토벤이 그의 현악4중주곡에서 종종 쓰던 충격적인 도입 방식이다. 하지만 역시 이 작품에서 더욱 영향력이 있는 선율은 슈베르트다운 신비함이 담긴 제2주제일 것이다
II. Andante con moto
미묘한 색채감을 뿜어내는 단조 화음을 바탕으로 반복되는 리듬 패턴은 우수를 자아낸다. 작품 전체의 핵심이라 할만한 2악장의 주제 선율은 스웨덴 민요로부터 온 것이다. 스웨덴에서 온 젊은 테너 가수인 이자크 알베르트 베르크가 1827년에 비엔나를 방문했을 때 그는 [날이 저문다]라는 스웨덴 민요를 노래했는데, 당시 슈베르트도 베르크의 노래를 들었다. 이 노래의 반복되는 피아노 반주 음형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슈베르트는 이를 2악장에 도입해 지극히 매혹적인 주제를 완성했다.
III. Scherzando (Allegro moderato)
명상적인 2악장이 조용히 마무리되면 3악장의 사랑스런 캐논으로 이어진다. 캐논이란 한 성부가 주제 성부를 몇 마디 뒤에서 똑같이 모방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음악으로, 일종의 돌림노래와 같다. 피아노의 뒤를 바짝 뒤쫓는 현악기들이 추격과 가볍고 명랑한 분위기는 하이든의 음악을 닮았다
IV. Allegro moderato 마지막 4악장은 처음의 주제가 계속 반복되는 론도 형식의 음악으로, 여러 가지 음악이 론도 주제 사이사이에 끼어들며 다채롭게 전개되고 있어 연주 시간도 꽤 긴 편이다. 그런 까닭인지 라이프치히에서 이 작품이 출판될 당시 출판될 당시 4악장 중 99마디가 생략된 채 출판되기도 했다. 빠르고 화려하게 진행되는 4악장 중간 부분에 2악장의 주제가 회상되며 시적인 분위기로 변화하는 순간은 이 곡에서 가장 특별한 부분이며, 마지막에 2악장의 주제가 벅찬 장조로 마무리되는 여정 또한 매우 드라마틱한 감흥을 전해준다.
작곡가이자 음악평론가인 슈만 역시 이 작품을 가리켜 “세계 음악계에 혜성같이 나타난 작품”이라 칭하며 이 작품이 먼저 작곡된 [피아노3중주 D.898]에 비해 좀 더 드라마틱하고 남성적인 힘으로 가득 차 있다고 평했다. 슈베르트는 [피아노 3중주 D.929]를 1827년 11월에 완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초연 날짜에 대해서는 [피아노 3중주 D.898]과 함께 1827년 12월 26일 빈 악우협회에서 이루어졌다는 설과 1828년 3월의 슈베르트 작품발표회에서 처음 이루어졌다는 설이 있다. 아무튼 1827년의 거의 비슷한 시기에 연달아 작곡된 두 곡의 피아노 3중주가 슈베르트의 우정의 산물이었음은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