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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편 추리소설]기적- 김영임

Bawoo 2017. 11. 16. 22:30

기적

 

[줄거리]

오지마을에서 홀로 살던 한 할머니(정순)가 죽었다. 현장 상황으로 봐선 타살이다. 두 명의 형사가 범인을 잡기 위하여 마을 사람들, 전원주택을 짓고 사는 사람들 중심으로 살해자를 찾아 나선다. 그 과정에서 이 할머니의 가족사가 드러나고 법인은 친자식이 아닌 둘째 아들(성철)인 걸로 경찰, 이장 모두 그렇게 알지만 실제로는 자살이다. 치매증세가 와서 친한 친구도 못 알아볼 정도가 되어 친구, 동네 사람들, 그리고 자식들한테 누가 될까 싶어 농약을 마신 건데 양이 적어 고통받고 있는 걸 때마침 찾아온 친구(필자)가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칼로 복부를 찌른 것이다. 병원으로 데리고 가 살려놨자 더 힘든 고통이 뒤따르리라는 걸 알기에 친구를 도와준다는 마음으로, 자기도 그리 머지않아 뒤따라가게 될 것임을 알기에. 이때 사춘기 시절 자기가 어머니(정순)의 친아들이 아닌 걸 아버지와 어머니 친구(필자)와의 대화를 우연히 엿듣게 되면서 스스로 파멸의 삶을 살아온 둘째 아들이 어머니에게 돈을 달래려고 왔다가 이 장면을 목격하고 자기에게 어머니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었던 가를 깨닫는다. 바야흐로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자기가 친자식이 아닌 걸 알게 되면서 친모 이상으로 잘해준 건 생각도 않은 채 평생 짐만 된 자신이 얼마나 잘못된 삶을 살아왔는가를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여동생을 밭둑 아래로 밀어 떨어뜨려 정신이 이상해지게 만들고 시집을 잘못 가 결국에는 죽게 만든다. 이런 딸을 붙잡으려던 어머니는 같이 굴러떨어져 허리를 다치게 되지만 이에는 아랑곳도 하지 않고 수틀리면 폭력을 행사하는 등 세상을 쓰레기처럼 살아가면서 그토록 지극정성으로 자신을 뒷바라지한 어머니를 단지 계모란 이유 하나만으로 괴롭힌 그런 삶을 살아왔다는 걸. 두 형사는 사망 현장에서 수집한 증거물들의 감식 결과로 필자 할머니가 살인범이란 심증을 굳히지만 -실제로는 자살을 하려 한 것을 도와줬을 뿐인데 이건 모른다-이장에게 날아온 카톡 내용에 둘째 아들 성철이 자기가 살해했다는 거짓 내용이 들어있다. 어머니가 죽어가는 상황을 목격한 순간 자기가 얼마나 잘못된 삶을 살아왔는가를 깨달았다면서 그동안 어머니를 돌봐줘서 감사했다면서 유서나 다름없는 내용을. 자기 때문에 굽어진 허리를 돌아가신 뒤에나마 펴 드리고 싶어 자기가 펴 드렸다고 하면서. 성철을 찾아 나선 두 형사와 이장은 집 뒤로 나 있는 발자국을 따라가 어머니가 묻힐 무덤을 파놓고 거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모습을 발견한다.

 

[소감]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하듯이 작가 프로필과 무슨 내용의 작품일까를 먼저 살폈다. 이때 읽어볼 것인가 아닌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작가 이름이 워낙 생소한 탓에 프로필을 눈여겨봤는데 공식 등단 과정은 안 거쳤으나 신문사 기자 출신인 걸로 미루어 기본적인 글쓰기는 되어 있을 거로 판단했다. (간혹 기본적인 글쓰기 안 되어 있는 경우가 있어 좋은 소재임에도 읽다가 중단한 책들이 있었다) 그렇다면 작품 내용은? 뜻밖에도 계모는 나쁜 엄마라는 통념을 깨버리려는 소재인 걸로 보여 흥미가 갔다. 어떤 내용을 어떻게 다루었을까 싶어서. 작품은 추리소설 형식으로 쓰였다. 도입부에 상황묘사가 지나치게 긴 느낌이 들어 읽기를 그만둘까 했는데 공식 등단을 안 거친 작가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는가가 궁금해서 인내하면서 읽다가 이내 빠져들었다. 서장을 서장님으로 표기한 게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 거 외에는 글쓰기에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3인칭 소설로 전개되다가 작중의 중요 인물-죽은 할머니와 그녀의 친구 그리고 아들 성-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1인칭 화법으로 전개되는 특이한 작법을 구사했는데 어색하지는 않았다. 편견인지 모르지만, 여성 작가의 경우 글쓰기 능력은 뛰어나나 다루는 소재가 자기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아 시간을 들여 읽을만한 가치가 없는 작품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 작품의 경우 이런 나의 편견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작품 내용 중에 경찰들이 들이는 노고에 비해 덜 평가받고 있는 현실, 세비만 축내는 국회의원 무리에 대한 비판, 천편일률적인 노인 복지제도 탓에 오지에 사는 노인들은 혜택을 못 받고 있으나 이를 개선할 생각도 않고 있는 공무원 사회의 문제점, 좋은 일하는 자원봉사자입네 하면서 노인들의 돈을 몰래 빼내는 파렴치한 여인, 동네 노인들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는 꽤 괜찮은 사람-이장-이지만 여인의 유혹 앞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지는 나약함을 보여줘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은 그럴 거라는 현실적 인식을 확인케 해주는 등 공감 가는 내용이 많았다. 나는 결손가정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삶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에 자극을 받아 열심히 노력하여 더욱 나은 삶을 살겠다고 각오를 다지는 사람들과 자기가 처한 현실에 대하여 비관만 하면서 스스로 자기 인생을 망치는 사람들. 이 작품의 경우 단지 친자식이 아니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스스로 후자의 길을 간 둘째 아들 때문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데 가공의 인물이겠지만 '뭐 이리 병신같은 놈이 있지'라며 절로 욕이 나왔다. 계모가 자기를 학대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자기 배 아파 낳은 자식들보다 더 알뜰히 돌보아 준 거로 나오는데 스스로 파멸의 삶을 살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전혀 실재하지 않을 것 같은 이런 인물이 실제로 있을 가능성이 많을 거라고 생각이 드는 건 설사 친부모 밑에서 자라도 범죄자가 되는 경우가 허다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삶의 길을 바르게 가느냐 아니냐는 결국 본인의 문제이지 친부모냐 아니냐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의붓자식이라는 걸 비밀로 하고 친자식 이상으로 알뜰히 돌보아줬는데도 비뚤어진 길을 가는데야 뭐라 할 말이 있을 것인가.

 

죽은 할머니에게는 대기업 부장으로 있는 잘 자라 준 아들이 있으나 어머니를 전혀 안 돌보고 돈이나 가져가는 설정으로 나오는데 이는 작가가 우리네 인간들의 숙명인 자기 가족-마누라, 새끼-는 챙기고 죽어라 뒷바라지한 부모는 늙고 병들어도 나 몰라라 하는 세태의 단면을 보여주려고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입맛이 씁쓸했다. 망나니 둘째 아들은 그렇다 치고 장자가 자기 연락처를 아무도 모르게 해 놓은 설정은 좀 무리가 아닐까 싶었다. 하다못해 이장에게라도 알려놓아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흥미진진하게 잘 읽었다. 적어도 이 정도는 써야 책으로 묶어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거 아닌가하고 스스로의 무능과 시간 부족함에 질책과 아쉬움을 함께 하면서….

 

 

 

[전문적인 책 소개글]

 

 

소설 『기적』의 이야기는 지인을 통해 필자를 찾아온 한 여인의 이 말에서 시작된다. 한쪽 눈엔 피멍이 들었고, 입술 역시 부어서 양쪽이 짝짝이었던 그녀는, 자신은 동화책 [콩쥐와 팥쥐], [신데렐라]의 피해자라며 그런 책은 구시대의 유물로 이 시대에는 사라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세상이 연일 흉악 범죄로 시끄럽고, 사흘이 멀다 하고 아동 학대 소식이 방송 화면과 신문 지면을 달군다. 그런데 가해자가 거의 대부분 친부모임에도 불구하고, 간혹 계부나 계모가 가해자인 사건의 경우 시청자와 구독자들은 “그럼 그렇지!” 하며 도끼눈을 하고 쌍심지를 켠다. 친부모보다 더 정성을 다해 자식을 키우는 양부모나 계부모도 많지만, 이들은 주변의 통념과 의심의 눈초리에 남몰래 속앓이를 하며 살아간다. 과연 계모는 나쁜 사람일까? 이혼을 거침없이 얘기하고, 돌싱이 오히려 떳떳한 훈장 같은 세상에서 왜 유독 계모는 나쁜 사람이라는 낙인을 안고 살아야 할까? 계모에 대한 사람들의 관념은 왜 수백 년의 시차를 두고도 한 치도 바뀌지 않는 걸까? 이 소설은 그런 사회적 통념에 과감히 의문부호를 던진다.

 

 

저자소개

저자 : 김영임
저자 김영임은
- 소설가, 강원도 양구 출생
- 지방의 한 신문사에서 문화부 기자로 근무하던 시절, 한 여자의 순애보를 취재하다가 소설이 쓰고 싶어 하루아침에 돌연 사표를 내고 칩거, [창백한 애인]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 《오빠 생각》《바람새가 되어 버린 바보 아이》《눙아, 나는 고양이야》《세실리아》《인생이여 고마웠습니다》 등, 진실은 손에 맞닿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믿으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 같은 작품들을 발표하여 많은 사랑을 받았다.

목차

작가의 말

2014년 10월 5일
2014년 10월 8일ㆍ1
2014년 10월 8일ㆍ2
2014년 10월 9일ㆍ1
2014년 10월 9일ㆍ2
2014년 10월 10일
베짱이 인생
작별
금단의 눈
기적

 

 

 

 

 
 

[출판사 서평]

나는 계모입니다. 대한민국 땅에서는 절대로 용서받지 못하는 사람, 팥쥐엄마 계모지요.”
소설 [기적]의 이야기는 지인을 통해 필자를 찾아온 한 여인의 이 말에서 시작되었다. 한쪽 눈엔 피멍이 들었고, 입술 역시 부어서 양쪽이 짝짝이었던 그녀는, 자신은 동화책 [콩쥐와 팥쥐], [신데렐라]의 피해자라며 그런 책은 구시대의 유물로 이 시대에는 사라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세상이 연일 흉악 범죄로 시끄럽고, 사흘이 멀다 하고 아동 학대 소식이 방송 화면과 신문 지면을 달군다. 그런데 가해자가 거의 대부분 친부모임에도 불구하고, 간혹 계부나 계모가 가해자인 사건의 경우 시청자와 구독자들은 “그럼 그렇지!” 하며 도끼눈을 하고 쌍심지를 켠다. 친부모보다 더 정성을 다해 자식을 키우는 양부모나 계부모도 많지만, 이들은 주변의 통념과 의심의 눈초리에 남몰래 속앓이를 하며 살아간다.
과연 계모는 나쁜 사람일까? 이혼을 거침없이 얘기하고, 돌싱이 오히려 떳떳한 훈장 같은 세상에서 왜 유독 계모는 나쁜 사람이라는 낙인을 안고 살아야 할까? 계모에 대한 사람들의 관념은 왜 수백 년의 시차를 두고도 한 치도 바뀌지 않는 걸까? 이 소설은 그런 사회적 통념에 과감히 의문부호를 던진다.

 

책속으로

10월로 막 접어든 가을의 하늘은 하루 종일 먹구름으로 가득했다. 간간이 불어 대던 바람은 저녁 무렵이 되자 이리로 돌변해 이빨을 돋우고 발톱을 세우며 으르렁거렸다.
우르릉 꽝! 우르릉 꽝! 분노 같은 천둥이 치고 산을 태워 버릴 것 같은 번갯불이 예서제서 불꽃을 일으켰다. 회오리바람이 기괴한 비명을 질러 대더니 급기야 세찬 빗줄기가 산야에 곤두박질쳐 댔다.
백향리 30번지. 산 밑으로 오랜 세월을 견뎌 오면서 썩고 시커멓게 이끼 낀 슬레이트 지붕의 한 가구가 쓰러질 듯 위태롭게 자리 잡고 있었다. (p.13)

“돈 어디다 감췄냐고요?”
집 안을 다 뒤져도 예금통장이 나오지 않자 남자는 부아가 머리꼭지까지 치솟은 모양이었다. 널브러져 있는 옷가지를 들어 방바닥에 패대기치며 소리를 질렀다.
“자식은 보이지 않고 오직 돈밖에 모르지요? 비정한 사람!”
남자는 자식에게 해 준 게 뭐가 있느냐면서 숨겨 놓은 돈 때문에 죽지도 못할 거라고 비아냥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남자의 무례한 행동을 성난 눈빛으로 쏘아보던 그녀의 눈에서 거짓말처럼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p.20)

“살인사건이 터진 모양이군.”
이 형사의 통화 내용을 듣고 있던 서장은 사건의 성격을 간파한 모양이었다. 서장의 입에서 살인이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순간 최 형사는 가슴이 철렁했다.
최창석은 감식반 형사가 된 지 7년차였다. 그동안 살인사건은 수없이 보아 왔다. 이제는 살인이라는 용어가 익숙할 때도 되었건만 아직도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신고 전화를 받을 때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목울대가 콱 막히는 기분이었다.
“동네가 어딥니까? …… 백향리라구요?” (p.2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