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
내가 한창훈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KBS 라디오 독서실을 통해서이다. "아버지와 아들'이란 작품이었는데 나는 전혀 아는게 없는 어촌을 배경으로 하여 부자간의 정을 따뜻하게 묘사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후 "해는 뜨고 해는 지고"[ttps://www.youtube.com/embed/31ZbOoQbE9A]라는 작품을 다시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전작보다 감동은 덜한 편이었다. 이렇게 작가에 대하여 기억하던 중 노환중인 모친 간병 때문에 간 여동생이 사는 동네 헌책방에서 한 작가의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책 제목만 봐서는 내용을 알 수 없었지만 어떤 내용의 작품일까 싶어 "미실"등 몇 권과 함께 사 들고 왔는데 읽은 것은 "미실"이 먼저였다. 드라마는 안 봤지만 선덕여왕이란 드라마에서 고현정이 미실 역을 맡아 실제 주인공 역할을 했다는 정도는 알고 있어서였다. 역사상 실존 인물이라는데 교과서엔 등장 안 한 이 여인이 정사를 주무르다시피 했다는 데 과연 어떤 식으로 썼을까가 궁금해서.
문학 작품을 읽을 때 단순히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는 작가의 마음이 되어 '내가 글을 쓸 경우 어떻게 쓸까'라는, 배우는 마음으로 읽기 때문에 "미실"이란 작품은 찬탄의 대상이었다. 어떻게 이리 섬세하고 정교하게 표현할 수 있는가 해서였다. 나로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능력. 나이가 든 때문이 아니라 한창 혈기왕성한 젊은 시절이라도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읽는 내내 했었다. - 이 작품 일기 바로 며칠 전이니 과거형 표현이 좀 어색하다.ㅎ-
한창훈 작가의 이 작품은 정교함에서 많이 뒤진다는 느낌이 읽어가기 시작하면서부터 들었다. 대신 선이 굵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림으로 치자면 화풍의 차이인 것이다. 그런데 내용이 처음엔 마음에 안 들었다. 1960년대 초반생쯤일 주인공은 자기 집이 있는 항구도시-목포일까?-를 떠나 다른 지역-광주인 것은 나중에 알게 된다-의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세칭 명문이 아닌 불량 학생들이 많은 학교. 인호라는 친구와 자취를 하면서, 또 다른 장교가 되겠다는 친구 영기, 그의 연인이면서 국민학교 동창이기도 한 지숙, 이렇게 넷이. 주인공은 공부도 열심히 하지만 불량배들하고도 어울린다. 정화라는 불량소녀를 마음에 담아두고 좋아하기도 한다. 주인공은 70년대 말에 고등학교를 다닌 것이니 내가 다녔던 60년대하고는 10년 이상 차이가 나는 뒷날의 이야긴데 내가 다녔을 때하곤 많이 다르다. 내 시절에는 불량한 애들은 자기네들끼리 어울리고 착실한 학생들은 안 건드렸는데.
아무튼, 이 작품이 하고자 한 이야기는 1980년에 일어난, 지금은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불리는 5.18사태의 비극이다. 권력을 탐하는 인간들에 의해 투입된 특수부대원들에게 무차별 구타, 살해당한 광주 시민들의 이야기를 고등학교 2학년생인 주인공의 입을 통해서 고발하고 있다. 가까이는 장교가 되어 국민학교 동창이기도 한 애인 지숙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모범생 영기가 총에 맞아 죽고, 같은 방을 쓰고 있는 친구 인호는 계엄군에게 잡혔다가 가까스로 도망쳐 나온 뒤에 몸이 회복되자마자 어디론가 떠나버린다. 항해사를 꿈꿨었으니 밀항을 했을 것이라는 짐작만 하게 만들어 놓고서. 학생들에게 폭력을 아무렇지도 않게 휘두르는 선생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 생물 선생은 시위대에 합류하는 행동하는 지식인의 참모습을 보여주지만 생사는 알 수 없다.
5.18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제법 읽었지만-기념 사업회에서 비매품으로 발간한 작품집도 있다-장편소설은 이 작품이 처음인데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https://www.youtube.com/]는 라디오 독서실로 듣기는 했다. 활자로 된 작품은 작가의 문체가 좀 어려운 편이어서 읽다가 포기했는데 다시 시도할 생각이다 - 5.18민주화운동의 비극을 전달하려는 작가의 목적은 충분히 전달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압군의 무차별적인 시민 구타, 살해 장면에선 분노를 느끼게 되는데 이들의 이런 행태는 명령 복종을 핑계로 하여, 자기 내면에 잠재해있던 야만성이 표출된 것은 아닐까 싶었다. 전쟁은 자기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죽이겠지만, 비무장 시민을 구타, 살해하는 행위가 명령 때문이라는 핑계로 변명될 수 있을까. 허공에다 대고 총을 쏠 수도 있는 일이고 노인, 부녀자, 소년같은 이들은 스스로 알아서 공격 대상에서 제외할 수도 있는 것인데.
[책소개 -인터넷 교보문고]
그때 그 죽음들이 머무는 흰 꽃의 나라!
'바다와 섬의 작가'로 불리는 한창훈의 장편소설 『꽃의 나라』. 이번에는 바다와 섬을 뒤로 하고, 꿈 많은 고등학생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폭력 앞에 나약해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작가가 고등학생 시절에 직접 겪은 국가폭력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다. 중학교를 마치고 대도시 고등학교에 입학한 열일곱 소년 '나'는 새로운 학교와 환경이 즐겁다. 하지만 도시 뒤편은 또래 아이들끼리의 싸움으로 얼룩져 있었고, 열망을 품어보기도 전에 '나'는 도시의 어두운 이면을 목격한다. 게다가 그런 폭력 속에 내던져진 아이들을 매몰차게 체벌하는 선생님들이 있다. 아이들의 삶을 폭력으로 멍들어가고, 그걸 무심히 지켜보는 어른들은 폭력에 무뎌져간다. 한편 '나'는 민주주의의 물결에 휩싸인 학교 밖으로 시선을 돌리고, 정의감에 서서히 불타오르는데….
저자 한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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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총 38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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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 삼산면 거문도에서 세상에 나왔다. 세상은 몇 이랑의 밭과 그것과 비슷한 수의 어선 그리고 넓고 푸른 바다로만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일곱 살에 낚시를 시작했고 아홉 살 때는 해녀였던 외할머니에게서 잠수하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사십 전에는 기구할 거라는 사주팔자가 대략 들어맞는 삶을 살았다. 음악실 디제이, 트럭운전사, 커피숍 주방장, 이런저런 배의 선원, 건설현장 막노동꾼, 포장마차 사장 따위의 이력을 얻은 다음에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 뒤로는 한국작가회의 관련 일을 하고 대학에서 소설 창작 강의를 하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수시로 거문도를 드나들었다.현대상선 컨테이너선을 타고 두바이와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갔으며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에 승선해 베링해와 북극해를 다녀오기도 했다. 지금도 종종 그 항해를 떠올리며 먼 곳으로 눈길을 주곤 한다. 그리고 문득 고향으로 돌아갔다. 원고 쓰고, 이웃과 뒤섞이고, 낚시와 채집을 하며 지내고 있다.그동안 바다와 섬을 배경으로 한 변방의 삶을 소설로 써왔다. 소설집 『바다가 아름다운 이유』 『가던 새 본다』 『세상의 끝으로 간 사람』 『청춘가를 불러요』 『나는 여기가 좋다』『그 남자의 연애사』, 장편소설 『홍합』 『열여섯의 섬』 『섬, 나는 세상 끝을 산다』『꽃의 나라』, 산문집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등을 냈으며 어린이 책으로는 『검은 섬의 전설』 『제주선비 구사일생 표류기』가 있다. 한겨레문학상, 요산문학상, 허균문학작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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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3%
아동5%
시/에세이24%
소설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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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도서출판책방2016.02.05
목차
1부
사람들은 모두 조금씩 이상했다
영기
인호 올라오다
학교에 가다
장래희망
영기와 진숙이가 찾아오다
생물교사
복수
행복한 사람
장마
여름방학
인호 아버지
박정화
인고, 맞고 오다
단합대회
대결
겨울방학
2부
단맛
데모
편지
그들이 오다1
공터
그들이 오다2
휴교
인호 들어오다
그들이 돌아가다
그들이 돌아오다
항구에 다녀오다
작가의 말
[미디어 서평]많이 맞은 사람이 많이 때린다는데...[[오마이뉴스 김현자 기자]내가 어른이 되고 싶은 건 누구를 때리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이제는 맞지 않아도 된다는 게 중요하다. 내가 본 .. 오마이뉴스 | 2011.09.16
- 많이 맞은 사람이 많이 때린다는데...
- 오마이뉴스 | 2011.09.16
- [[오마이뉴스 김현자 기자]내가 어른이 되고 싶은 건 누구를 때리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이제는 맞지 않아도 된다는 게 중요하다. 내가 본 어른들은 모두 하기 싫은 것은 하지 않았다. 대신 주변 사람들이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거리낌 없이 했다. 그러면서도 맞지는 않았다. 군대 이야기에서 때렸다는 얘기는 거의 듣지 못했다. 얻어맞기만 한 사람들이 내 주위에 몰려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때린 것보다는 맞은 것을 오래 기억했다. 그래서 교사들은 우리를 그렇게 때리는 것이다. 많이 맞은 사람이 많이 때린다고 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그 되풀이를 끊어야 하는 게 아닌가. 나는 맞기만 하고 때리지는 않는 첫 번째 사람이 될 것이다. 최소한 자식을 때리지는 않을 것이다. - < 꽃의 나라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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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생인 작가가 고3때 체험한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 꽃의 나라 > (문학동네)는 폭력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여실하게 보여주는 성장소설이다.소설은 항구가 있는 바닷가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그곳에서 자란 주인공인 '나'가, 새로운 꿈을 안고 항구 인근 도시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으로 시작된다.도시에서의 첫날, 나는 그 도시의 패거리들에게 영문도 모른 채 심한 폭행을 당한다. '낯선 곳에 왔다는, 낯선 놈'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리하여 '나'는 함께 자취하는 인호와 그 패거리들을 보기 좋게 날려 버릴 '복수'를 계획하게 된다.꿈도 꾸기 전에 자신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맛봐야만 했던 폭력 때문에 '폭력'을 꿈꾸게(?) 되는 것이다. 그 상처가 오죽했으면 한편으론 절대로 폭행을 하지 않는 그런 어른이 되겠다는 다짐까지 하면서.그는 머리카락을 잡은 채 나를 끌고 갔다. 학생과는 다른 동 이층에 별도로 있었다. 그곳에는 이미 두 명의 학생이 발을 벽에 붙인 채 원산폭격을 하며 끙끙 앓고 있고, 옆에는 죠스가 몽둥이를 들고 서 있었다. 한 명이 쓰러지자 그는 들고 있는 몽둥이로 내리쳤다. 얻어맞은 이는 소리를 지르며 나동그라지더니 꾸물꾸물 기어서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의 발은 벽에 구멍이라도 낼 것처럼 후들거렸다. 비명을 지를 줄 아는 벌레를 벌겋게 달군 꼬챙이로 찌른다면 아마도 저런 모습이 나올 것이다. 나는 위축되었다. 헬박사(학생과장)는 죠스(체육교사)에게서 몽둥이를 건네받았다."좇 만한 새끼가 까져가지고. 엎드려" 나는 영기를 떠올리며 엎드렸다. 한 대 한 대가 살을 파고들어 뼈를 바스러뜨릴 것 같았다. 몸이 휘어지고 신음이 새어나왔다. 몇 대만에 혼이 빠져나가려고 했다. 나는 열대 만에 쓰러졌고, 열다섯 대 그리고 스무 대에서 다시 쓰러졌다.- < 꽃의 나라 > 에서그런데 학교에도 이처럼 폭력이 난무한다. 이 모습, 40대 중반인 내게 그리 낯설지 않다. 요즘 학생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말도 안 되는' 풍경이지만, 40~50대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지난 날 우리의 교육 현장에서 당연한 듯 걸핏하면 벌어졌던 일이기 때문이다.이 학교의 전통은 '전국에서 폭력 횟수도 강도도 3위'.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심지어는 외박을 해 학교에서 부부싸움을 벌인 사회 교사가 분풀이와 구겨진 자존심 회복을 하고자 아이들을 폭행하는 일도 우습게 벌어진다. 그것도 100대씩이나 때리는. 하지만 학생들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 워낙 자주 있어온 일이므로. 아니 꾹꾹 눌러 참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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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나는, 도시에서의 첫날 얻어맞은 후 고통을 삭이지 못해 위안삼아 했던 담배빵을 들켜 학생부로 끌려가 이처럼 심하게 얻어맞기도 하고, 폭력서클 '형제파' 아이들에게 심하게 구타당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결국 나는 폭력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알고 도리어 폭력조직에 가담함으로써 폭력에 당당해 진다.그리하여 2학년 겨울 방학, 소년은 비로소 그토록 하고 싶었던 공부에 매진하게 된다. 그런데 소년의 이런 꿈을 비웃기라도 하듯 소년 앞에 국가의 거대한 폭력이 휘몰아친다.군인들은 인근의 집이나 건물, 학원, 여관 따위에 들어가 사람들을 모조리 끌고 나왔다. 끌려온 이들은 한바탕 얻어맞은 뒤 길바닥에 누워 좌우로 굴러야 했다. 머리카락과 맨살이 엉망이 된 다음에야 자신의 혁대로 스스로 손을 묶고, 묶은 손으로 옷은 든 채 트럭에 올라탔다. 그 모습이 스스로 털을 뽑고 기름통으로 들어가는 닭 같았다. 너무 많이들 그러고 있어서 우리가 원래 닭이었는데 잠시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군인들은 지나가는 택시를 세우고 사람을 끄집어냈다. 먼저 기사가 얻어맞고 고꾸라졌다. 뒷자석에 있던 양복 입은 남자와 색동저고리를 입은 여자가 내렸다. 남자가 자신들은 신혼여행 온 사람이라고 말했다. 한 군인이 개머리판으로 그의 뒤통수를 쳤다. 남자가 비명을 질렀다. 얼굴을 감싼 손에서 붉은 피가 떨어져 내렸고 그 속에 동그란 눈알이 들어 있었다.사십대 남자가 한낮의 사하라 사막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발, 물 한모금만" 군인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가와 바지 버클을 풀고 오줌을 누었다. 오줌이 사십대 남자의 머리에 쏟아졌다. 남자는 입을 벌리고 꿀꺽거리며 그걸 받아마셨다.- < 꽃의 나라 > 에서소년이 겪는'5·18광주민주화운동'일부다. 2학년 가을 어느 날 대통령이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얼마 후 도시는 데모 때문에 어수선해진다. 그리고 고3년생인 주인공과 그 친구들은 등하교길에 엄청난 폭행을 당한다. 단지 그 도시에 산다는 이유만으로.소설의 절반은 개인과 학교의 폭력을 다루고 나머지 절반은 이처럼 개인의 어떤 노력이나 법, 정의 등으로도 절대 맞설 수 없는 국가의 폭력을 다룬다. 그런지라 소설 전반적으로 폭력의 순간이 자주 묘사된다. 그러기에 읽는 동안 영화 < 말죽거리 잔혹사 > 와 < 두사부일체 > < 화려한 휴가 > 의 장면들이, 보도를 통해 수없이 봤던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의 거리 풍경과 시민군들의 모습들이 서로 엉켜 떠올랐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나는 '희망'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그것은 누렇게 삭아버린, 한 번도 지키지 않았던 생활계획표 같은 것이다. 내가 믿는 것은 미움이다. 미움의 힘이다. 우리가 이렇게 앓고 있는 이유는 사랑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보다, 미워할 것을 분명하게 미워하지 않아서 생긴 게 더 많기 때문이다."-'작가의 말'에서소설은 '오래지 않아, 사령관은 대통령이 되었다. 내 기억은 거기까지이다'라는 말로 끝나고 저자는 이처럼 말한다. 우리가 이처럼 앓고 있는 이유는 미워해야 할 것들을 제대로 미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책속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폭력에 대해서만 말했는데, 주인공 또래 남자 아이들의 우정과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첫 경험에 대한 두려움과 막연한 환상 등의 묘사도 뛰어나 전체적으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오마이뉴스 아이폰 앱 출시! 지금 다운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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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소설가 한창훈 눈에 비친 학교와 국가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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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OK] 소설가 한창훈 눈에 비친 학교와 국가라는 제도
- 중앙일보 | 2011.08.22
- [중앙일보 신준봉]꽃의 나라한창훈 지음, 문학동네276쪽, 1만1000원작가 자신의 체험을 고스란히 지면에 옮겨놓은 듯한 느낌의 장편소설이다. 그만큼 실감나는 대목이 많기도 하지만 소설의 주인공 '나'와 작가 한창훈씨가 여러 가지 점에서 닮아서다. 우선 둘은 나이가 같다. 1963년생인 한씨가 고등학교에 제대로 진학했다면(기자는 그 사실 여부를 모른다) 주인공처럼 79년에 고등학교 1학년이었을 게다. 주인공이 전남 여수를 연상케 하는 남해안의 항구도시 출신인 점도 한씨와 같다. 무엇보다 소설 말미 작가의 말이 비장하다. 자신은 희망이라는 말을 믿지 않고 반대로 '미움의 힘'을 믿으며 지금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미워할 것을 분명히 미워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내용이다. 소설은 광주항쟁 당시의 폭력상(狀)을 주로 다뤘다. 소설 속 사건이 실제로 겪은 일이기 때문에 이렇게 분노에 찬 작가의 말이 나온 것은 아닐까. 하지만 추측은 여기까지다. 소설을 읽으며 구태여 실제 체험인지 여부를 따지는 것은 촌스럽다. 작가의 것이든, 제3자의 체험을 전해 들었든 소설은 사실의 바탕 위에서, 아니면 최소한 그럴법한 개연성의 바탕 위에서라도 움직이는 것이다. 소설은 79년 초부터 80년 봄까지 약 1년 반 동안을 배경으로 한 주인공의 폭력 체험기다. 고통스럽게 어른이 되어가는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1부는 또래 폭력, 학교 선생들의 폭력을 주로 다룬다. 교내 폭력만 해도 어린 심신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할 만큼 끔찍하다. 하지만 2부에서 상세하게 전하는 국가 폭력, 진압군의 만행에 비하면 차라리 소박하다. 광주, 아니 소설 속 대도시의 시민들이 겪는 고통은 말로 옮기기 어려울 정도다. 광주항쟁 사진자료나 동영상 등에서 목격했던 처참한 장면들 그대로다. 주인공과 진압군에 의해 사망한 친구 영기의 동갑내기 여자친구 진숙, 두 남녀 고등학생이 진압군이 시민들을 사살하는 총소리를 들으며 소주잔을 기울이는 장면에서는 할 말을 잃게 된다. 실화일 수도, 하고 읽다 보니 더 강렬하게 와 닿는다. 그런 점에서 '꽃의 나라'는 냉정한 제목이다. 꽃 같은 시민, 청춘이 하릴없이 국가폭력 앞에 스러진 얘기다.신준봉 기자 < informjoongang.co.kr >▶신준봉 기자의 블로그http://blog.joinsmsn.com/jsh96/[J-Hot]▶미국 20대女 "한국 첫날 밤 충격…어떻게 이런 일이"▶대만서 성추행당한 한국여대생 다시 대만행 왜?▶'정치 불나비' 300여명 여의도의 여자들 살펴보니▶수영강습 6세 초등생 익사, 수사 받던 강사가 돌연…▶'축구왕' 시진핑, 손학규가 준 박지성 사인볼 받고는…▶양승태, 막판까지 대법원장 고사한 건 사별한 부인의…▶한국 덮친 'R의 공포' 쓰나미 "1년 번것 10일만에 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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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국가폭력이 휩쓴 뒤… 고삐리, 어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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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 2011.08.20
- [문학예술]국가폭력이 휩쓴 뒤… 고삐리, 어른이 되다
- 동아일보 | 2011.08.20
- [동아일보]
폭력을 말한다. 아버지가 휘두르는 가정폭력, 학교에서 이뤄지는 학원폭력, 그리고 국가에 의한 폭력이다. 그 가운데 가장 처절한 것은 국가 폭력이다. 전남 여수에서 중학교를 나와 고교를 광주에서 다닌 작가는 까까머리 고교생 때 5·18민주화운동을 겪었다. 도시락을 나눠 먹던 급우를 하루아침에 싸늘한 시체로 대면해야 했던 섬뜩한 기억이다.1990년 등단한 뒤 바다와 섬을 배경으로 한 민초들의 삶을 비릿한 바다 냄새 가득하게 그려왔던 작가는 민주화운동을 직접 체험했지만 이를 다룬 장편을 여태껏 낸 적이 없다가 이번에 처음 1980년 광주를 정면으로 다뤘다. "광주 얘기는 많은 작가들이 기록하고 소설로 써왔다. 그래서 '나는 안 해도 되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터 그런 작품들을 보기 힘들어졌다." 그가 뒤늦게 광주의 기억을 풀어놓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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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광주에서 고교를 다니며 5·18민주화운동을 겪은 소설가 한창훈 씨. "무한경쟁 속에 놓인 요즘 젊은이들은 또 다른 폭력 아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문학동네 제공 |
작은 항구에서 중학교를 나온 '나'는 인근 지방 도시의 고교에 입학한다. 이 학교는 아이들이 서클을 만들어 서로 패싸움을 하고, 교사들은 각목으로 아이들을 두들겨 패는 정글 같은 곳이다. '나'는 힘과 깡을 기르기 위해 정권(正拳) 지르기를 연습하고, 상대를 제압하는 눈싸움 연습을 한다. 실력을 인정받아 학교 폭력서클에 들어가고, 점차 세상에 눈을 뜰 무렵 일상을 송두리째 날려버리는 태풍과도 같은 '국가 폭력'(5·18민주화운동)을 몸으로 체험하게 된다.1, 2부로 나뉜 작품은 주인공 '나'의 고교 생활이 펼쳐지는 전반부는 희극으로, 본격적인 시위가 이뤄지는 후반부는 비극으로 그려진다. 자취방에서 라면을 함께 끓여먹고 구형 라디오로 함께 음악을 듣던 살가웠던 친구 등이 때로는 주검으로, 때로는 열혈 시위대로 눈앞에 등장하면서 '나'는 혼란스럽다. "하루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말하던 그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하루아침에 폐허로 변하는 것을 보면서 어느새 어른이 된 것을 느낀다. 사랑하던 것들을 잃어버린 공허감이 폐부 가득히 밀려오면서다. 책장을 덮으면 그 상실감이 전해져 애잔하다. 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 쓰디쓴 소주 한 잔을 입에 털어 넣고 싶어진다.글에는 광주도, 5·18이란 단어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대통령 서거나 군부 집권 등의 배경으로 쉽게 1980년 광주를 떠올릴 수 있다.시외전화를 걸기 위해 전신전화국에 가고, 밥에 마가린과 간장을 넣고 비벼 먹어 한 끼를 때우고, 사창가를 다녀온 뒤 마이신 한 알을 빼놓지 않고 먹는 30여 년 전 청춘들의 모습이 그들의 추억담처럼 펼쳐진다. 하지만 문득문득 영화 '친구'나 '말죽거리 잔혹사'가 떠올라 기시감이 들기도 한다. 특히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로 촘촘히 채워졌던 전반부에 비해 후반에 펼쳐진 5·18민주화운동은 폭력적 상황들에 대한 묘사에 지나치게 몰두해 헐거운 느낌을 준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화제의 뉴스]- 美부통령 앞에서 난투극…"나 여기 왜 왔니?- 女대리기사 불렀는데 "바람 좀 쐬고가자"- "지붕 내려앉은거 아냐?" 건물 "희한해"- "조스가 나타났다!" 우도 해수욕장 비상- "삼성이 한다하면…" LG퇴직자 CEO에 메일- "노무현, 日탐사선 독도 오면 부숴라 지시"- [화보] 19세 소녀 모델 '예하네' …섹시한 란제리 패션- [화보] 야구팬들 사로잡은 2011 미스코리아 '우월한 각선미'[☞모바일서비스 바로가기][☞오늘의 동아일보][☞동아닷컴 Top기사]ⓒ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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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 2011.08.19
- 야만적인 국가폭력에 무참히 스러진 꽃잎들이여
- 세계일보 | 2011.08.19
- '바다의 작가' 한창훈 광주항쟁 고발한 장편 '꽃의 나라' 펴내[세계일보]전남 여수에서 115㎞ 정도 떨어진 아름다운 섬 거문도에서 나고 자란 한창훈씨가 8년 만에 장편소설 '꽃의 나라'(문학동네 펴냄)를 들고 돌아왔다. 그는 '인생과 창작의 원형질'이 돼온 바다와 섬을 배경으로 소외계층이나 소시민들의 핍진한 삶을 남도의 구수한 사투리로 다뤄 '바다와 섬의 작가'로 불려왔다.한창훈씨는 이번 소설에서 잠시 바다와 섬, 비릿한 생선 좌판을 뒤로하고 가족과 사회, 국가폭력에 휘둘리는 인간 실존을 그린다. 특히 소설 후반부에서는 1980년 광주민주항쟁을 통해 국가폭력의 무자비함을 고발한다.소설은 열일곱 소년인 '나'가 산간지역과 갈대밭이 있는 마을을 번갈아 가로지른 다음 어느 도시 남쪽역에 내리면서 시작된다. 항구가 있는 시골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대도시 고등학교에 입학한 '나'. 아버지의 숨막힐 듯한 신경질과 폭력으로부터 벗어나지만 곧이어 도시 공터에서 아이들로부터 구타를 당하며 사회폭력과 대면한다."이렇게 처참하게 당한 이유는 뭘까. 부르는 소리를 못 들은 척해서? 제기랄, 그게 맞을 이유라면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인류는 멸종해 버렸을 것이다. 안 들리는 척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오라는 대로 얌전히 갔어도 때렸을 것이다. 내가 맞은 이유는 단 하나. 멀고 낯선 곳이기 때문이다. 군대처럼."(21쪽)사회폭력은 도시 공터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전방위로 존재한다. 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폭력적인 체벌을 가하고, 아이들은 패를 갈라 싸우면서 서로에게 폭력을 주고받는다. '나' 또한 사회폭력에 혼란스러워하지만 곧 익숙해지고 폭력으로 맞대응한다. 교내 폭력서클에 가입하고 경쟁 서클과 집단 패싸움을 벌여 경찰에 잡혀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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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바다와 섬을 뒤로하고 1980년 광주민주항쟁을 통해 국가폭력의 무자비함을 그린 한창훈씨. 그는 "국가폭력은 개인에게 낭만을 만들어낼 여유조차 주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문학동네 제공 |
소설은 2부에 들어서면서 1980년 '광주민주항쟁'을 배경으로 국가폭력으로 급격히 전환한다. 대학생들이 데모를 시작하고 민주주의의 열기가 도시와 학교 곳곳에 몰려온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도시에 탱크가 몰려오고 특수부대 군인들이 시민들과 대학생들을 진압하기 시작한다. 군인들은 곤봉과 총, 칼을 앞세워 무자비하게 진압하고 시민들은 속절없이 푹푹 쓰러진다. 꽃잎처럼."군인들은 지나가는 택시를 세우고 사람을 끄집어냈다. 먼저 기사가 얻어맞고 고꾸라졌다. 뒷좌석에선 양복 입은 남자와 색동저고리를 입은 여자가 내렸다. 남자가 자신들은 신혼여행 온 사람이라고 말했다. 한 군인이 개머리판으로 그의 뒤통수를 쳤다. 남자가 비명을 질렀다. 얼굴을 감싼 손에서 붉은 피가 떨어져 내렸고 그 속에 동그란 눈알이 들어 있었다. 두 번째 개머리판이 뒷목을 때리자 그는 자신의 눈알을 움켜쥐고 쓰러졌다. 이번에는 여자가 얻어맞았다. 치마가 찢어지며 두 다리가 드러났다. 군인들은 여자의 다리를 걷어찼다. 여자는 다리를 떨면서 남편을 향해 기어갔다."(185쪽)요컨대 한창훈씨는 가족 및 사회 폭력이라는 개인적 서사에서 광주민주항쟁이라는 역사적 서사로 전환한 뒤 국가폭력이란 밀고 당기는 동시대적 낭만이 전혀 개입할 수 없는 무자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니까 소설은 국가폭력이라는 야만에 쓰러진 이들을 위한 위로의 꽃쯤 될 것이다.실제 1980년 당시 고등학교 2학년생으로 광주민주항쟁을 직접 목도한 한창훈씨는 "당시의 경험을 쓰겠다는 생각보다는 세 차원의 폭력 문제를 살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정폭력이나 사회폭력은 같은 세대 사람들이 낭만적으로 견뎌낼 수도 있지만 국가폭력은 개인들에게 낭만을 만들어낼 여유조차 주지 않고 개인을 무참히 꺾고 무너뜨린다는 걸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김용출 기자kimgija@segye.com[Segye.com 인기뉴스]◆ "남편 월급150만원으로 힘들어 아이 4명을 버렸다"◆ 숨겨진 '신의 직장'…운전기사 연봉만 7천만원◆ "눈 가리고…" 한국 여대생들, 대만서 잇단 성추행 피해◆ 한인배우 손형민, 알고보니 성폭행범◆ PD에 '성상납' 후배에 밀린 리포터, 결국…[ⓒ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금융전문뉴스 세계파이낸스][모바일로 만나는 세계닷컴]< 세계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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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훈 "폭력, 무겁지 않게 풀어내려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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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소설 '꽃의 나라' 발간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소설가 한창훈(48)이 8년 만에 낸 새 장편소설 '꽃의 나라'(문학동네 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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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 2011.08.19
- <한창훈 "폭력, 무겁지 않게 풀어내려 노력">
- 연합뉴스 | 2011.08.19
- 장편 소설 '꽃의 나라' 발간(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소설가 한창훈(48)이 8년 만에 낸 새 장편소설 '꽃의 나라'(문학동네 펴냄)는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속 아이들이 '화려한 휴가'의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에 비유할 수 있다.소설은 1970년대 말 항구와 인접한 어느 도시가 배경이며 1, 2부로 나뉜다.폭력의 전통이 짙은 한 고등학교에 입학한 남학생들이 숱한 싸움과 선생님의 구타를 겪으며 성장하는 이야기가 1부에 실렸고, 2부에서는 이들이 국가가 저지르는 끔찍한 폭력(5·18 광주민주화운동)에 희생되는 과정을 담았다.한 작가는 1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소설은 세 종류의 폭력을 다뤘다"며 "1부에서는 가정과 사회의 폭력을 언급했고 2부에서는 국가의 폭력을 다뤘다"고 설명했다.그는 "주인공처럼 우리는 가정과 사회의 폭력은 피하기도 하고 합의도 하면서 적응해나가지만 무자비한 국가의 폭력을 만나면 철저하게 망가질 수밖에 없다"며 "국가 폭력은 지금도 다른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또 "5·18이 아니라 폭력이 주제이기 때문에 도시의 이름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고 전라도 사투리도 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주제는 매우 무겁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정반대다. 곳곳에 순간적인 반전과 재치가 가득하다. 문단이 끝날 때 추임새 격으로 붙은 유머가 반짝인다.한 작가는 "무거움을 다루지만 그 무거움에 발이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고통스러운 현장에도 늘 유머가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특히 1부에서는 인물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여러 에피소드가 강하게 흥미를 돋운다.인물들은 싸울 때 밀리지 않으려고 눈싸움을 연습하기도 하고 콜라에 미원을 타면 흥분제가 된다는 '고급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아이들은 군대 이야기를 늘어놓는 선생님들에게 숱하게 얻어터지고 폭력 서클끼리 패싸움을 해댄다.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이정진이나 권상우가 등장하는 싸움 장면처럼 소설은 긴박감 넘치는 이야기로 흡인력을 높인다."참을성은 우리가 배우고 익혀야 할 최고의 덕목이었다. 그러니 단 한 대에 몸을 뒤틀면 놀림감이 되었다. 잘못했다고 손바닥을 비빈 아이는 졸업할 때까지 다른 아이가 자신을 흉내내는 것을 지켜봐야했다. (중략) 사회교사는 열한번째로 넘어갔다. 그렇다면 최소한 스무 대는 때리겠다는 소리였다. 매질하는 어른들이 왜 십진법을 고집하는지 모르지만 스무 대에서도 매질은 끝나지 않았다."(23~26쪽)2부로 접어들면 학교 내외의 폭력에 익숙해진 주인공들이 순식간에 국가의 폭력 앞에 노출된다.아이들은 전쟁이 난 것인지, 군인들이 집단으로 미친 것인지 추측하지만 결국 제대로 된 이유도 알지 못한다. 와중에 가까운 이들이 무참히 짓밟히고 총에 맞으며 죽어간다."군인들의 그런 모습은 극도의 원한이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조부는 생매장을, 아버지는 산 채로 수장을 시킨, 어머니는 굶겨 죽였던 원수, 바로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 저럴 수 있을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개인 원한관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트럭에서 내린 모든 군인이 그리하고 있었던 것이다."(188쪽)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묘사에는 작가의 고등학교 시절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주인공 바로 옆에 붙어 있던 사람이 총에 맞아 죽은 경험 등은 실제 작가가 겪은 일이다.한 작가는 3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광주민주화운동을 다시 언급한 이유에 대해 "지금까지 많은 책이 5·18에 대한 기록과 증언을 다뤘기 때문에 소설에서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사실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문학 텍스트의 소재가 되도록 시간이 무르익기를 기다렸다"고 말했다.이어 "한 사건은 문학의 텍스트가 되지 못하면 잊혀진다"면서 "예전이었다면 울분에 차서 이런 소설을 썼겠지만 지금은 컨트롤 할 수 있는 관록도 생겼다"고 덧붙였다.그는 "유머가 더해져야 이런 이야기도 잘 전해진다"며 "소설은 읽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전남 거문도에서 태어난 그는 '섬, 나는 세상 끝을 산다' '열여섯의 섬' 등 바다와 섬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유명하다.6년 전 고향으로 돌아가 집필에 매달리고 있는 그는 "오전에는 글을 쓰고 오후에는 마을에서 노닥거리며 살아가고 있다"며 "바다를 배경으로 하지 않은 장편은 이번이 처음인데 정말 오래전부터 머릿속에 그렸던 소설을 이제야 마무리 지었다"며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276쪽. 1만1천원.cool@yna.co.kr(끝)<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 포토 매거진 ><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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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입술에 첫 키스처럼’ 하필 그 아픈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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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5·18 광주’ 겪는 고교생 소재 소설개인 삶에 담긴 사회적 폭력 다뤄 참혹함 속 빛난 역설의 청춘 미학 꽃의 나라한창훈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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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 2011.08.19
- ‘메마른 입술에 첫 키스처럼’ 하필 그 아픈 시절에 온 청춘
- 한겨레 | 2011.08.19
- [한겨레]'5·18 광주' 겪는 고교생 소재 소설
개인 삶에 담긴 사회적 폭력 다뤄
참혹함 속 빛난 역설의 청춘 미학꽃의 나라
한창훈 지음/문학동네·1만1000원한창훈(48·사진)의 새 장편 <꽃의 나라>에는 이렇다 할 꽃이 등장하지 않는다. 꽃으로 상징될 만한 아름다운 인물이나 상황을 다루고 있지도 않다. 화사하기는커녕 이야기인즉 오히려 매우 어둡고 비극적인 편이다. 작가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어울리지 않는 제목을 붙인 것일까?소설은 항구도시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도청 소재지의 고등학교로 진학한 '나'를 주인공 삼는다. 자전소설을 표방하지는 않았지만, 작가의 직간접 체험을 많이 담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작가 자신의 이력을 참조해 보면 항구도시는 여수, 도청 소재지는 광주에 해당한다.270쪽이 조금 넘는 소설은 거의 정확한 분량으로 반분되어 있다. 1부에서 집중적으로 그려지는 것은 주인공이 학교 안팎에서 마주치는 야만적인 폭력의 양상들이다. 기차를 타고 도청 소재지에 도착한 그는 "몇 시간 만에 나는 이 도시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진술하는데, 그 설레는 기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동네 건달들의 표적이 되어 이유 없이 뭇매를 맞고 돈도 빼앗긴다.때리는 것이 '동네 형'들만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십대 후반 청소년들에게는 학교야말로 맷집을 키우는 도장과도 같다. 학교 안팎에 만연한 폭력 문화를 지켜보면서 주인공은 "나는 맞기만 하고 때리지는 않는 첫 번째 사람이 될 것"이라고 다짐하지만, 그 다짐을 지키기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형제파 아이들한테 툭하면 두들겨 맞던 그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형제파의 라이벌인 학내 조직에 들어가고 결국 형제파와 집단 패싸움을 벌이기에 이른다.그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늘 다른 사람의 뜻에 의해 폭력 속으로 내던져졌다"는 결론에 이르는데, 그 배경에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군사문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교련 실습 시간에 깨닫는다."스무 살도 되기 전에 남자는 사람 죽이는 방법을, 여자는 죽어가는 사람 살리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대통령이 군인 출신이기 때문이었다. 그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도 모두 군인 출신이라고 했다."1부의 말미에서 주인공이 얻은 이런 깨달음은 더 크고 끔찍한 폭력을 고발한 2부의 문제의식으로 이어진다. 그로 하여금 원치 않는 폭력의 악순환에 말려들게 했던 군인 출신 대통령이 죽은 이듬해 봄, 도시에서 "되풀이되는 데모 행렬과 최루탄 냄새는 일상이 되었"다. 대학생들의 데모에 자극받은 고등학생들은 주초 고사 폐지니 두발 자유화, 교사의 욕설 금지 등을 학교 측에 요구해서 승낙을 받아내기도 하지만, 이웃한 대학의 운동장에 군인들의 막사가 들어서면서 상황은 급변한다.소설은 이제 '나'가 보고 겪은 5·18 광주 학살 및 항쟁의 한복판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학생과 청년은 물론 회사원과 중년 남자, 중국집 배달부와 머리 벗겨진 육십대 사내, 택시 기사와 신혼부부, 심지어는 중사 계급장을 단 사병까지 가리지 않고 곤봉과 소총 개머리판으로 가격하는 군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꿈을 드디어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꿈이라면 그 꿈은 갈수록 더 무서워진다. 곤봉과 개머리판을 휘두르던 군인들이 총을 쏘고, 돌멩이를 던지던 시민들 역시 총을 들면서 사태는 전쟁과 다름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그 과정에서 장교가 되고 싶다던 고향 친구 영기를 비롯해 숱한 사람들이 죽음을 맞는다…. 열여덟 살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벅찬 상황. "이 도시는 그동안 중요하다고 배웠던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곳이 되어버렸다.""(이곳은) 스스로를 지켜내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었다. 몇 달 사이 나는 변해가고 있었다. 이런 것도 성장이라면, 성장하고 있는 중이었다."1부의 중반쯤에서 처음 자신을 구타했던 건달 한 명에게 보복 폭행을 가하고서 '나'가 자기변명 삼아 되뇌는 상념이다. 하필 1980년 5월 광주에서 치러야 했던 그의 성장은 참혹하고 안쓰럽기 그지없다. 풋풋한 나이에 걸맞게 그토록 키스를 갈망하던 소년은 소설 말미에 가서야, 다름 아닌 영기의 여자친구 진숙과 처음 입을 맞추게 되거니와, "말라 있었고 거칠었다"는 진숙의 입술은 그가 감당해야 했던 성장의 황폐함과 쓰라림을 상징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그런 참혹하고 쓰라린 성장 역시 꽃처럼 어여쁜 것이었노라고 작가는 말하려는 것이리라. 이 소설은 척박한 사막에서 피는 선인장꽃, 또는 탁하고 더러운 진흙 못에서 피어나는 연꽃의 아름다움에 바쳐진다.최재봉 선임기자bong@hani.co.kr사진 문학동네 백다흠 제공공식 SNS[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한겨레신문][한겨레21]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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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그때, 그곳에서 만난 죽음들을 끌어안고
나는 꽃의 나라로 간다!
야만과 폭력이 판치는 세상, 참혹한 역사에 흰 꽃을 바쳐 위로하는 소설
‘바다와 섬의 작가’로 대표되는 한창훈의 신작 장편『꽃의 나라』가 출간되었다. 이번 장편은 인터넷 독자 커뮤니티 문학동네(http://cafe.naver.com/mhdn)에서 열렬한 호응 속에 일일연재(원제:남쪽 역으로 가다)되었으며, 전작『섬, 나는 세상 끝을 산다』이후 팔 년 만에 상재한 장편소설이다. 한창훈은 줄곧 바다와 섬을 배경으로 소시민들의 핍진한 삶을 진솔한 이야기로 묶어, 자신만의 생생한 바다 내음 짙은 사투리를 통해 소설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런 그가『꽃의 나라』에서는 바다와 섬을 뒤로 하고, 고등학생 시절 직접 겪은 국가폭력(광주항쟁)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과 함께 폭력 앞에 나약할 수밖에 없는 인간 실존의 모습을 꿈 많고 우정 짙은 고교생 소년 소녀 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한 편의 우수 어린 성장소설처럼 그려내고 있다.
성장통에 몸부림치는 아이들, 폭력에 무뎌져가는 어른들
소설의 시작은 고등학생 ‘나’가 지명을 알 수 없는 어느 도시의 남쪽 역에 내리면서 시작된다. 항구의 시골 마을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이제 막 대도시 고등학교에 입학한 열일곱 소년 ‘나’. 그에게 처음 마주한 대도시의 모습은 낯설고 두렵지만 새로운 학교와 환경에 적응하는 일은 설레고 즐겁다. 또한 새로운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내딛는 그의 꿈은 크고 야무져 아름답기만 하다. 사춘기 남자아이의 열망은 집을 벗어나 더 큰 곳, 자신의 꿈을 펼칠 더 넓은 곳으로 뻗어나가 있었던 것. 하지만 그 열망을 품어보기도 전 ‘나’가 맞닥뜨리는 건 도시의 어두운 이면뿐이다. 도시 뒤편은 같은 또래의 아이들끼리 치고받는 싸움으로 얼룩져 있었고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영문도 모른 채 누군가에게 심하게 구타를 당하고 만다.
“내가 맞은 이유는 단 하나. 이곳이 멀고 낯선 곳이기 때문이다.” (21쪽)
소설은 숨 가쁘게 개인이 개인에게 행사하는 이유 없는 폭력의 현장을 파고들어간다. ‘나’가 입학한 고등학교는 전통적으로 교내폭력 문제를 안고 있던 학교였고, 아이들은 서로를 때리고 맞으며 상처받는다. 게다가 그런 폭력 속에 내던져진 아이들을 매몰차게 체벌하는 학교 선생님들이 있다. 폭력으로 물든 일상 속에서 아이들의 삶은 점점 멍들어가고, 그걸 무심히 목도하는 어른들은 폭력에 무뎌져간다.
“스무 대가 넘자 영기 엉덩이가 앞으로 휘어졌다. 서른 대가 넘어갔다. (……) 오십 대가 되자 영기의 아랫배가 벽에 닿을 것처럼 휘어졌다.
자세 똑바로 잡아, 새끼야.
사회교사는 자존심이 상해갔다.” (26쪽)
더 큰 꿈을 품고 어렵게 고향을 벗어나 도시에 안착했던 열일곱 소년 ‘나’. 그는 꿈의 첫 단추를 채우기도 전에 먼저 자신이 상대해야 할 적을 만난 것이다. 도시의 매력에 빠지기보다는 폭력을 먼저 받아들여야 했고, 그 안에서 혼란스러워하며 그 폭력에 스스로 대응해가는 과정을 어렵게 터득해야만 했다. ‘나’는 싸움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공부를 잠시 뒤로 미룬 채 폭력에 대항하기로 결심하고는 교내폭력서클에 들어간다. 집단에 포함되는 것이야말로 폭력에서 자신을 보호해줄 하나의 안전장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클에 가입한 아이들은 아무 이유 없이 상대방 서클의 아이들을 향해 으르렁거린다. 하지만 그 어느 쪽 누구도 서로를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다. 폭력은 적절한 균형이 맞았을 때 저절로 잦아들게 된다는 점을 아이들 스스로 깨달은 것이다. 이 기우뚱한 폭력의 균형. 아마 그것은 작가가 실제로 겪었던 고등학생 시절, 그 시절을 관통하는 사회적 키워드를 말하는 것일 테다.
“십대는 비극이다. (……) 우리나라 안에서는 비극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모두 그렇다는 거다.” (126쪽)
역사의 터널을 뚫고 지나온 한 사내의 징하고 찐하고 독한 이야기
소설은 빠르게 몸을 바꿔 학교 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나’는 학교 바깥이 날마다 소란스럽다는 것을 느낀다. 대학생들이 운동장에 모여 데모를 하기 시작하고 짓눌렸던 사회 모순을 거부하는 민주주의의 물결이 도시를 물들인다. 되풀이되는 데모의 행렬과 매캐한 최루탄 냄새는 어느새 고등학생인 ‘나’에게까지 일상이 되어 익숙해져간다. 익숙해진 최루탄 냄새만큼 ‘나’의 의식도 그 데모 열기와 함께 뭔지 모를 정의감에 서서히 불타오르고 있었다.
“다음날, 그 다음날도 데모는 계속되었다. 거리는 함성으로 넘쳐났다.” (155쪽)
민주주의를 향한 부르짖음은 사람과 사람을 타고 도시 전체에 울려퍼진다. 도시는 하나의 자유의 울림통이 되어가고 사람들은 거리로 나온다. 자유에 대한 갈망은 걷잡을 수 없는 하나의 불길이 되어 솟아오른다. 사람들의 모습은 “도도했고 어떤 중요한 의식을 치르는 것 같았으며 무엇보다 자유로워 보였다”.(147쪽)
하지만 그것도 잠시. 도저히 상상하지 못할, 인간이라면 누구도 짐작하지 못할 일들이 그곳에서 벌어지게 된다. 순식간에 탱크가 도시를 향해 안개처럼 밀려오고, 군인들이 사람들을 향해 갑자기 총을 쏘아댄다. 총에 맞은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탱크와 장갑차의 포격으로 도시의 온갖 건물들이 파괴된다. 아군이 아군을 죽이는 이상한 전쟁이 그곳에서 생생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어리둥절해지면서 무언가 꿈을 꾸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나는 어떤 꿈속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꿈을 드디어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186쪽)
도시는 그야말로 아비규환. 이유 없이 쏟아지는 폭력 앞에 사람들이 속수무책 죽어간다. 사람들은 그 이유 모를 폭력을 해석하려 들지만 그 누구 하나 정확히 말해주지 않는다. 단지, 군인들이 그러는 이유가 ‘공포’를 심어주기 위해서라는 것만 눈앞에 쓰러지는 주검들을 보며 느낄 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저항하며 죽어간다. 국가폭력 앞에 그 어떤 논리도, 육하원칙도, 법도 무용지물이다. 그저 죽음에 처참히 포획될 뿐이다. ‘나’는 군인들을 피해 도망치고, 고향 친구는 군인들 총에 맞아 즉사한다.
“길 가던 어린 처녀가 남쪽 역 광장에서 대검에 가슴이 찔렸다. 그녀는 병원에 실려갔고 사람들은 군인들에게 덤벼들었다. (……) 비명과 고함과 쫓기는 소리가 끝이 없었다.”(192쪽)
소설은 짧고 긴박한 문장으로 국가폭력 앞에서 무차별적으로 희생되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스스로 폭력에 맞서는 사람들의 정의와 꿈 많은 학생들의 사랑 또한 무참히 짓밟힌 채 도시는 전쟁터가 된다. 그리고 한창훈은 질문한다. 과연 어느 누가 그 국가폭력 앞에 떳떳할 수 있는가? 과연 누가 그러한 폭력에 견뎌낼 수 있는가?
쉽게 아물지 않는 상처, 그래도 봄은 다시 돌아와 꽃을 피운다
전쟁이 휘몰아쳤던 도시가 빠르게 고요해진다. ‘나’와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은 도시를 떠났거나 모두 죽어버렸다. 아직 죽음에 대해 ‘나’는 어수룩하기만 하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가족을 잃었고, 삶을 송두리째 빼앗겼다. 소설은 다시 삶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며 결말로 향해간다. 하지만 이유 없이 왔다 이유 없이 사라진 그때, 그곳의 일들이 사람들 마음속에 어떤 문양으로 새겨져 있을까?
한창훈은 이 소설을 통해 국가폭력 앞에서는 아무런 저항도, 법도, 인간 실존 자체도 다 소용없다는 비극적 세계관을 드러낸다. 그런 시간을 아무 일 없이 건너온 지금, 아직도 그때의 그 죽음들이 현재까지 틈입하여 우리를, 지금 이 현실을 반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창훈은 그때, 그 죽음들을 다시 불러내어 현재를 역설한다. 그 죽음들이 머무는 흰 꽃의 나라로 우리를 데려다놓는다.
작가의 말
나는 ‘희망’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그것은 누렇게 삭아버린, 한 번도 지키지 않았던 생활계획표 같은 것이다. 내가 믿는 것은 미움이다. 미움의 힘이다. 우리가 이렇게 앓고 있는 이유는 사랑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보다, 미워할 것을 분명하게 미워하지 않아서 생긴 게 더 많기 때문이다. (……) 다른 곳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졌다.
2011년 여름 한창훈
추천의 말
20세기부터 흠모하였으니 한창훈에 대한 나의 흠모를 ‘세기의 흠모’라 감히 명명해도 좋지 않을까?
여기 바랑하나 메고 세상 끝을 사는 사내가 있다. 그 사내의 바랑 속에는 퍼마셔도 퍼마셔도 마르지 않는 이야기라는 술이 있고, 우리는 그 사내의 징하고 짠하고 독한 이야기에 취해 자발적으로 중독된 ‘한창훈 중독자들’.
그리하여 친애하는 독자들이여!『꽃의 나라』에 온 것을 환영하는 바이다.
21세기에도 여전히 세계 앞에 당당하고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냉철한 목소리를 유지하고 있는 그의 소설이 여기 있다.
이제 당신에게도 ‘세기의 사랑’이 시작되리라!
안현미(시인)
상처란 비밀이 자신의 언어를 찾지 못한 채 우리의 육체 속을 떠돌고 있는 것이다. 상처가 육체 속에 숨어 있는 비밀의 풍경이라고 말하려면 그래야만 한다. 모든 성장통은 비밀의 흉막통이면서 은밀하고 참혹한 가슴앓이를 포함한다. 성장통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몸을 찾아가기 전에 목소리를 먼저 바꾸어야 하는 변성기變聲期를 가지듯이. 한창훈의 이 소설은 ‘변성기變聲期’의 문체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각다귀처럼, 드잡이질처럼, ‘우리들의 변성기’가 여기에 아직 머물러 있다고, 이야기는 양귀지 열매를 먹고 자신의 육성을 목격하듯 흘러가고 흘러온다. 한결같지만 언제나 변하고 있는 이 시대를 다루는 서사의 핵심엔 두 눈이 피에 젖어 감긴 채 떠도는 유령들이 가득하다. 그리하여 유령은 자신의 몸을 찾아 떠도는 상처의 행위에 다름아니라고. 삶은 여전히 한복판을 교전交戰중이고, 우리의 삶은 여전히 목격자를 잃고 헤매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작가는 그 행렬을 역사라고 부르고 있다.
김경주(시인, 극작가)
책속으로
처음 대면은 그 어떤 것이라도 강렬했다. 맨 처음 맞아본 주사, 매질, 처음 본 여자의 알몸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중 가장 끔찍한 것은 죽음에 대한 공포였다. 기억에는 없지만 처음 태어났을 때도 그러했을 것이다. 아이들이 목이 터져라 악을 쓰며 우는 것을 봐도 그렇다. 태어났다는 것은 그전의 세상이 죽어버렸다는 뜻이므로 그것은 삶에 대한 공포일 것이다.
내가 맛본 죽음의 공포는 그 어떤 주먹이나 매질과도 비교가 되지 않았다. 나의 떨림은 저 깊숙한, 맨 처음의 시작점에서 왔다. 죽어 있다는 것을 본다는 것. 죽어버린 생선, 죽어버린 나무, 죽어버린 새. 그리고 죽어 있는 사람. 그 사람의 세계가 정지되고 곧바로 소멸해간다는 것. 그리고 그게 나에게 찾아온다는 것.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과 노고에 비하면 죽는 순간은 너무 짧았다. 하다못해 태어나기까지의 과정, 수태가 되고 분열을 하고 아가미가 생겼다가 사라지고, 그리고 어미의 몸을 통해 빠져나와 울음을 터뜨리는 그 정도만큼은 죽어가는 것도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눈이 들어가고 호흡이 가빠지며 관절이 어긋나고…… 그래야 죽음도 탄생만큼이나 중요한 게 될 것 아닌가.
그게 안 된다면 최소한 버둥거리는 시간이라도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 나는 좀처럼 그런 기분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 본문 228쪽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