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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편소설]한 명 - 김숨

Bawoo 2017. 9. 13. 21:06

 

 :저자 김숨 | 현대문학 | 2016.8.5.

 

[소감]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진 분 중 마지막 한 분이 죽음을 앞두고 있는 시점을 설정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위안부 할머니 한 분이 화자가 되어, 위안부로 끌려갔던 분들의 아픈 삶을 

현재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쓰였다. 본인 한 명의 회상기 형식이지만,  끌려갔던 모든 분들을

대변하는 내용이다. 소설 형식이지만 문장마다 위안부 관련 각종 자료에 나타나 있는 피해 할머니들이 직접 말한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어 사실상 논픽션에 가까운 작품인데 비록 짦은 문장이지만 할머니들이 직접 한 그 말속에 그분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스러웠을 삶이 뼈에 사무치게 와닿는다.

20만 명이 끌려가 겨우 2만 명이 살아 돌아왔고 이중에 280여 분만이 세상에 알려졌다. 자의가 아닌  남의

나라 식민지가 된 나라에 태어난 죄뿐이 없는 이분들의 아픈 삶을 작가는 간결한 문체로 아주 잘 표현해냈다고 생각했다. 이역 남의 나라에서 일본군의 배설구가 되어 지내다가 헛되이 죽어갈 수밖에  없었던 그 많은 분들, 작품속의 화자분 말을 빌리면 13세에 끌려가 시작된 위안부 생활 7년 동안 3만여 명의 배설을 몸으로 받아냈다고 하니  1년에 4,300여 명, 하루에 10 몇여 명을 상대해야 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돈을 받기는 커녕-받아봤자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는 군표고 이나마 포주인 일본인 부부에게 넘겨줘야 했고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하고 줄지어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일본군의 배설구 역할을 하는 삶을 산 것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문득,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활'이란 잘 만들어진 영화에서 주인공-박해일-이 청군에게 끌려간 여동생-문채원-을 매제-김무열-와 함께  구해오는 와중에 본인은 죽게 되고 여동생 부부만 압록강을 건너는 엔딩 장면에서 뜨던 자막이 생각났다.

나라 차원의 끌려간 백성을 구하려는 노력은 없었고 집안의 노력으로 각자 돌아온 여인들도 환향녀-화냥년-로 취급되어 이혼당하고 쫓겨나고 그랬다는...

그로부터 300여 년이 지난 뒤에 이보다 더 심한 고통을 겪은 위안부로 끌려간 분들에 대해 나라 차원의 그 어떤 보상책도 없었다, 보상책은커녕 논의조차 된 적이 없었다. 요즘에 와서야 겨우 조금 논의되는 정도.

이 모두 나라를 다스리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대를 이어가며 자신과 주변 사람들만의 영달을 도모한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지금은 과연 어떤가도. 조금이라도 점점 나아지기를 바라고 그래야 한다는 마음으로...]

 

[덧붙임: 책 말미에 평론가-박혜경-의 작품평이 있는데 한마디로 말해서 전문가는 과연 다르구나라는 감탄을 절로 하게 만든다. 글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표현을 들자면 작품 제목 한 명은 화자 한 명이기도 하고 강제로 끌려간 20만 명이기도 하다는 말. 아마 작가도 그런 의도로 제목을 "한 명"으로 정했을 것이고.

[강제로 끌려간 20만 명 꽃같은 처녀들의 삶이 하나같이 똑같은 삶이었으니 - 조그만 방에 갇히다시피 한 상태에서 한 일이라곤 일본군의 배설구 역할을 한 것뿐이었을 테니....[2020. 5. 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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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끝나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의 아픔
역사의 이름으로 파괴되고 훼손된 그 ‘한 명’으로부터 소설은 시작된다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등 국내 주요 문학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평단과 독자의 고른 호평을 받아온 작가 김숨의 아홉 번째 장편소설 『한 명』이 출간되었다.

그동안 여성, 노인, 입양아, 철거민 등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계층을 집중적으로 탐구해온 작가는 인간 사회의 그림자와 분열의 조짐을 그 특유의 집중력 있는 세심하고 예리한 시선으로 천착해 매 작품마다 탄탄하고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선보여왔다. 이번 새 장편 『한 명』은 지난 30여 년간의 ‘위안부’ 문제를 이슈화하는 동시에 그간 한국문학이 잘 다루지 않았던 ‘위안부’ 문제를 본격적인 문학의 장으로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20만 명이 강제 동원되었고 그중 겨우 2만 명만이 살아 돌아온 위안부의 존재는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시작으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238명의 위안부 피해자가 공식적으로 등록이 되었으며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은 반세기 동안 감춰져 있던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세상에 드러나게 한 촉매가 되었다. 그 뒤 전국의 위안부 생존자들이 침묵을 깨고 연달아 고백을 쏟아내면서 ‘위안부’ 문제는 한일 간의 청산할 쟁점으로 부상되었다.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의 증언, 기억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2016년 현재, 그분들 중 40명만이 생존해 있을 뿐이다.

‘피해를 증언할 수 있는 할머니들이 아무도 남아 계시지 않는 시기가 올 것이므로 소설을 통해 그런 점에 경각심을 가지게 하고 싶고, 그것이 문학의 도리라 생각한다’며 집필 동기를 밝힌 작가는 300여 개에 이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실제 증언들을 재구성하여 다큐멘터리에 가까울 정도로 치밀한 서사를 완성시켰다. 리얼리티를 극대화시킨 소설은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했던 독자들에게 역사의 잔혹성과 내상을 고스란히 실감하게 만든다.

아울러 이 소설은 ‘일본군 위안부’라는 고통스러운 경험과 사건이 주는 충격과 함께 살아남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그녀들의 ‘그 이후의 삶’까지도 조명한다. “인간으로서 기품과 위엄, 용기를 잃지 않은 피해자들을 볼 때마다 감탄하고는 한다”고 말하는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역사가 지워버린 과거를 복원해내며 다시는 반복되어서도, 잊혀서도 안 될 기억의 역사로 확고히 자리 잡게 한다.

 

저자소개

저자 김숨

저서(총 45권)
김숨1974년 울산에서 태어나 대전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다.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느림에 대하여」가, 1998년 문학동네신인상에 「중세의 시간」이 각각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소설집으로 『투견』, 『침대』, 『간과 쓸개』, 장편소설로 『백치들』, 『철』, 『나의 아름다운 죄인들』, 『물』, 『노란 개를 버리러』이 있으며, 2006년 대산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작업’ 동인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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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한 명 009
해설 기억의 역사, 역사의 기억 박혜경 269
작가의 말 285

세상에 남은 한 명이 세상에 남은 또 다른 한 명을 만나러 가는 길,
“한 명이 ‘한 명들’이 될 때 기억은 역사가 된다”

소설의 줄거리


시간이 흘러 생존한 위안부 피해자가 단 한 명뿐인 어느 날을 시점으로 한 이 소설 『한 명』은 자신이 위안부였음을 밝히지 않고 살아온 어느 ‘한 명’의 위안부 할머니가 주인공이다. 80여 년 전 열세 살 소녀였던 그녀는 마을 강가에서 다슬기를 잡다 난데없이 나타난 사내들에게 잡혀 만주로 끌려간다. 그날 이후, 강제로 끌려온 다른 소녀들과 함께 일본군에 의해 육신을 난도당하는 성적 학대와 고문을 당한다.

생사를 넘나드는 참혹한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그녀는 아픈 기억을 영원히 짊어진 채 고향으로 되돌아오지만 더 이상 그녀를 기다리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끔찍한 트라우마는 그녀에게 수치감과 모욕감만을 남겼고, 이미 죽은 자로서 긴 세월 자기 자신의 정체성마저도 잊은 채 숨죽이고 살아가게 한다. 자신의 과거가 사람들에게 알려질까 두려워하며 형제들까지도 피해 홀로 힘겹게 살던 그녀는 조카의 부탁으로 재개발 예정 구역에 기거하며 이름도 없는 삶을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티브이를 통해 공식적인 위안부 피해자가 한 명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된 그녀는 이제야말로 세상에 혼자 남는다는 두려움을 느끼며 지금껏 숨겨왔던 자신의 존재를 밝혀야겠다는 용단을 내린다. 마침내 닫혔던 세상 밖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은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 그녀는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사경을 헤매는 마지막 위안부 생존자를 만나기 위해 버스에 오른다. 가는 길 위에서 그녀는 삼인칭으로만 존재해온 ‘한 명’에서 마침내 “풍길”이라는 열세 살 때 지녔던 제 이름을 찾게 된다. 그녀가 마지막 생존자를 만나러 가는 길은 그동안 자신을 놓아주지 않던 과거와의 만남이자 그 시절로 돌아가 위안소에서 희생된 그 모든 ‘한 명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다름 아니다. 이것은 그녀가 비로소 이름을 지니게 되고 지금까지 존재해온 이유에 답하는 순간이자 진정한 새로운 좌표를 찾게 되는 순간이다.

▲ 해설 중에서

한 개인의 내적인 삶, 그것은 그의 전부다. 죽지 않는 한, 죽어서 내면이 사라져버리지 않는 한, 인간의 내면은 그 어떤 무자비한 역사도 훼손시킬 수 없다. 끔찍한 고문을 당하고, 신체가 훼손되는 고통을 겪어도 그 고통이 각인된 인간의 내면은 남는다. 내면 때문에 인간은 죽는 순간까지 역사가 남긴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겠지만, 인간이 세계와 맞설 수 있는 힘 또한 개인의 고유 영역인 바로 그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기억은 오로지 개인만이 소유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지우고 부정하려는 역사 속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것으로 지니고 있었던 것 역시 기억이다. 그 보이지 않던 기억이 어느 순간 육신의 입을 빌려 말하기 시작한다. 여기 ‘한 명’이 있다고, 죽지 않고 살아 있다고, ‘한 명’이 살아 있는 한, 위안부들의 역사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이라고…….
-박혜경(문학평론가)

▲ 작가의 말

위안부는 피해 당사자들에게는 물론, 한국 여성의 역사에 있어서도 가장 끔찍하고 황당한, 또한 치욕스러운 트라우마일 것이다. ‘트라우마에 대한 기억은 그 자체로 트라우마’라고 프리모 레비는 말했다.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 증언을 시작으로, 피해자들의 증언이 지금까지 어어져오고 있다. 그 증언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 소설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
그 와중에 한국과 일본 양 정부는 ‘사실 인정과 진정한 사과’라는 절차를 무시하고, 피해자들을 저 멀찍이 구경꾼의 자리에 위치시킨 채 일방적인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10억 엔 정도의 지원금을 출연할 테니,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암묵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피해자 중 한 분인 훈 할머니 말씀처럼 “개나 고양이만도 못한” 시절을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으로서 기품과 위엄, 용기를 잃지 않은 피해자들을 볼 때마다 나는 감탄하고는 한다.
내 할머니이기도 한 피해자들이 행복하시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부족한 소설을 세상에 내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