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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편소설] 남한산성- 김훈

Bawoo 2017. 9. 11. 22:41

남한산성

남한산성

저자 김훈 | 학고재 | 2007.4.14.

 

[소감]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를 읽고 글쓰는 스타일에 매료되면서 작가가 쓴 작품 찾아읽기의 일환으로 오랜만에 헌책방에 들러 구입해 읽은 책. 앞서 읽은 '현의 노래'도 같은 헌책방에서 구입해 읽었으니' 김훈 작가 덕분에  71년 대학 1학년 20초반 시절에 청계천 헌책방을 뒤지고 다니던 추억을 새삼 곱씹어 보게도 되었다.^^.  이젠 기왕에 구입했던 책들도 거의 다 고물상으로 보내고, 동기 재직중인 대학 북카페에 기증하고 동네 도서관에서 희망도서를 신청하여 읽는 것으로 만족하고 지내고 있는 터인데.

이 작품은 작가가 책 서두에 언급했듯이 픽션이다. 배경이 역사적 사실인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으로 피난갔던 인조와 대신들 그리고 민초가 얽힌 이야기여서 사실적인 내용이 들어있을 뿐 순전히 당시 조선 사람들-지배, 피지배 계층 할 것 없이 겪어야 했던 고통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엮어낸 작품이다.

문체는 현의 노래를 읽을 때부터 좀 식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는 좋은 음식도 자주 먹으면 물린다는 의미지 나쁜 뜻은 결코 아니다.

픽션이지만 당시 실존인물들이 등장하는 탓에 전쟁 준비도 안 된 채 명분만을 내세워 강산, 민초들을 생지옥으로 몰아넣은 당시 지배계층 인간들의 행태에 울분이 솟는 것은 역사책에서 느낀 것과 마찬가지였다. 명분을 내세우려면 제대로 방어준비나 해놓고 하던지...

중학교 역사 시간에서인가 3학사니 김상헌이니 주전론을 펼친 인사들을 치켜세우는 내용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나는데  그때는 그게 멋있는 것으로 보였으니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

작중 주요인물로 서날쇠라는 대장장이가 가공의 인물로 등장하여 중요한 역할을 많이 하는데 작가는 비록 역사에 기록되지 않는 평범한 인물들이지만 역사의 주인공은 바로 이 무명의 인물들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하는  느낌을 받았고 참 좋은 설정이라는 생각을 했다. 영화 황산벌의 마지막 장면에, 비록 나라가 망해 소속 국가는 바뀌게 되었지만 정든 고향, 어머니는 자기를 기다리고 있어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는 그런 장면처럼 김상헌을 강을 건네주고도 칼에 맞아 죽은 늙은 선원의 딸을 자기 두 아들 중의 하나와 짝을 맺어줄 생각을 하는 거로 작품을 끝맺는 것이 그런 의미 아닐까 싶었다. 역사는 흐르고 사람도 바뀌지만 그 역사의 주인공은 결국 수도 없이 태어나고 죽어가는 이름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그해 겨울, 47일 동안 성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칼의 노래>, <현의 노래>의 작가 김훈이 3년 만에 발표한 신작 장편소설. 병자호란 당시, 길이 끊겨 남한산성에 갇힌 무기력한 인조 앞에서 벌어진 주전파와 주화파의 다툼, 그리고 꺼져가는 조국의 운명 앞에서 고통 받는 민초들의 삶이 소설의 씨줄과 날줄을 이루어, 치욕스런 역사를 보여준다.

1636년 병자년 겨울. 청의 대군은 압록강을 건너 서울로 진격해 오고, 조선 조정은 길이 끊겨 남한산성으로 들 수밖에 없었다. 소설은 1636년 12월 14일부터 1637년 1월 30일까지 47일 동안 고립무원의 성에서 벌어진 말과 말의 싸움, 삶과 죽음의 등치에 관한 참담하고 고통스러운 낱낱의 기록을 담았다.

쓰러진 왕조의 들판에도 대의는 꽃처럼 피어날 것이라며 결사항쟁을 고집한 척화파 김상헌, 역적이라는 말을 들을지언정 삶의 영원성이 더 가치있다고 주장한 주화파 최명길, 그 둘 사이에서 번민을 거듭하며 결단을 미루는 임금 인조. 그리고 전시총사령관인 영의정 김류의 복심을 숨긴 좌고우면, 산성의 방어를 책임진 수어사 이시백의 기상은 남한산성의 아수라를 한층 비극적으로 형상화한다.

작품 자세히 들여다보기!
'죽어서도 살 것인가, 살아서 죽을 것인가, 죽어서 아름다울 것인가, 살아서 더러울 것인가'. 소설은 작가 특유의 냉혹하고 뜨거운 말로 치욕스런 역사의 한장면을 보여준다. 또한, 지도층의 치열한 논쟁과 민초들의 핍진한 삶을, 연민을 배제한 객관적 시각으로 돌아보고 있다.

 

 

 

 

 

저자소개

저자 김훈

저서(총 51권)
김훈1948년 5월 경향신문 편집국장을 지낸 바 있는 언론인 김광주의 아들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돈암초등학교와 휘문중·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입학하였으나 정외과와 영문과를 중퇴했다. 1973년부터 1989년 말까지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시사저널」 사회부장, 편집국장, 심의위원 이사, 국민일보 부국장 및 출판국장, 한국일보 편집위원, 한겨레신문 사회부 부국장급으로 재직하였으며 2004년 이래로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그는 휘문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산악부에 들어가서 등산을 많이 다녔다. 인왕산 치마바위에서 바위타기를 처음 배웠다 한다. 대학은 처음에는 고려대 정외과에 진학했다.(1966년). 2학년 때 우연히 바이런과 셸리를 읽은 것이 너무 좋아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정외과에 뜻이 없어서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서 영시를 읽으며 영문과로 전과할 준비를 했다. 그래서 동기생들이 4학년 올라갈 때 그는 영문과 2학년생이 되었다. 영문과로 옮기고 나서 한 학년을 다니고 군대에 갔다. 제대하니까 여동생도 고대 영문과에 입학했다. 당시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집안이 어려운 상태라 한 집안에 대학생 두 명이 있을 수는 없었다. 돈을 닥닥 긁어 보니까 한 사람 등록금이 겨우 나오길래 김훈은 "내가 보니 넌 대학을 안 다니면 인간이 못 될 것 같으니, 이 돈을 가지고 대학에 다녀라"라고 말하며 그 돈을 여동생에게 주고, 자신은 대학을 중퇴했다.김훈 씨는 모 월간지의 인터뷰에서 문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피력하기도 했다."나는 문학이 인간을 구원하고, 문학이 인간의 영혼을 인도한다고 하는, 이런 개소리를 하는 놈은 다 죽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이 무슨 지순하고 지고한 가치가 있어 가지고 인간의 의식주 생활보다 높은 곳에 있어서 현실을 관리하고 지도한다는 소리를 믿을 수가 없어요. 나는 문학이란 걸 하찮은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 세상에 문제가 참 많잖아요. 우선 나라를 지켜야죠, 국방! 또 밥을 먹어야 하고, 도시와 교통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애들...

눈보라/언 강/푸른 연기/뱃사공/대장장이/겨울비/봉우리/말먹이 풀/초가지붕/계집아이/똥/바늘/머리 하나/웃으면서 곡하기/돌멩이/사다리/ 밴댕이젓/소문/길/말먼지/망월봉/돼지기름/격서/온조의 나라/쇠고기/붉은 눈/설날/냉이/물비늘/이 잡기/답서/문장가/역적/빛가루/홍이포/반란/출성/두 신하/ 흙냄새/성 안의 봄

하는 말
남한산성 지도
연대기
실록
낱말풀이

 

[출판사 서평]

 

민족 최대의 굴욕 병자호란

병자년 남한산성,
47일 동안 성 안에 무슨 일이 있었나.
죽어서 살 것인가, 살아서 죽을 것인가.

1636년 병자년 겨울. 청나라 10여만 대군이 남한산성을 에워싸자 조선은 삶과 죽음의 기로에 놓인다. 죽음 속에 자존이 있고 삶 속에 치욕이 있으니, 죽어서 아름다울 것인가 살아서 더럽혀질 것인가. 쓰러진 왕조의 들판에 대의는 꽃처럼 피어날 것이라는 척화파와 삶의 영원성은 치욕을 덮어서 위로해줄 것이라는 주화파. 그들은 47일 동안 칼날보다 서슬 푸르게 맞선다. 성 안팎에 봄은 기어코 오는데, 살 길은 실천 불가능한 자존과 실천 가능한 치욕 사이로 뻗어 있었다.

“실천 불가능한 정의인가, 실천 가능한 치욕인가?”

1636년 음력 12월, 청의 대군은 압록강을 건너 눈보라를 몰고 서울로 진격해 왔다. 병자호란이었다. 정묘호란을 겪은 지 불과 9년 만이었다. 방비를 갖추지 못한 채 척화를 내세우던 조선 조정은 정묘호란 때처럼 다시 강화도로 파천하려 했으나, 길이 끊겨 남한산성으로 들 수밖에 없었다.
작가 김훈의 신작 장편『남한산성』은 1636년 12월 14일부터 1637년 1월 30일까지 47일 동안 고립무원의 성에서 벌어진 말과 말의 싸움, 삶과 죽음의 등치에 관한 참담하고 고통스러운 낱낱의 기록이다. 그해 겨울은 치떨리도록 모질었다.

“주전파의 말은 실천 불가능한 정의였으며, 주화파의 말은 실천 가능한 치욕이었다.”
_김훈의 다른 글에서

쓰러진 왕조의 들판에도 대의는 꽃처럼 피어날 것이라며 결사항쟁을 고집한 척화파 김상헌, 역적이라는 말을 들을지언정 삶의 영원성은 치욕을 덮어서 위로해줄 것이라는 주화파 최명길, 그 둘 사이에서 번민을 거듭하며 결단을 미루는 임금 인조. 그리고 전시총사령관인 영의정 김류의 복심을 숨긴 좌고우면, 산성의 방어를 책임진 수어사 이시백의‘수성守城이 곧 출성出城’이라는 헌걸찬 기상은 남한산성의 아수라를 한층 비극적으로 형상화한다.
역사에 오르지 않은 등장인물은 더욱 흥미롭다. 보기 드문 리얼리스트인 대장장이 서날쇠, 김상헌의 칼에 쓰러진 송파나루의 뱃사공, 적진을 뚫고 안개처럼 산성에 스며든 어린 계집 나루 등은 소설『남한산성』의 상징을 톺아보는 존재들이다. 그리하여 병자년 겨울과 이듬해 봄, 조선 사직 앞에 갈 수 없는 길과 가야할 길이 포개진다.

“치욕을 기억하라!”

3년 만에 선보이는 전작 장편『남한산성』에서 김훈은 조국의 가장 치욕스런 역사 속으로, 가장 논쟁적인 담론 속으로 곧장 뛰어든다. 이 점에서‘남한산성’은 작가 이력에 새로운 마디를 이룬다.
앞선 소설『칼의 노래』와『현의 노래』역시 역사를 다루지만, 그것은 역사의 무게보다 존재의 무게에 방점을 둔다. 『남한산성』은 조선 왕이‘오랑캐’의 황제에게 이마에 피가 나도록 땅을 찧으며 절을 올리게 만든 역사적 치욕을 정교한 프레임으로 복원하고 있다. 47일간 갇힌 성 안의 무기력한 인조 앞에서 벌어진 주전파와 주화파의 치명적인 다툼 그리고 꺼져가는 조국의 운명 앞에서 고통 받는 민초들의 삶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무섭도록 끈질긴 질감을 보여준다. 감당할 수 없는 역사이고, 씻을 수 없는 역사였다.
김훈 특유의 냉혹한 행간 뒤에 숨겨진 뜨거운 말의 화살들은 독자를 논쟁의 한가운데로 내몬다. “죽어서 살 것인가, 살아서 죽을 것인가? 죽어서 아름다울 것인가, 살아서 더러울 것인가?” 작가는 주화를 편들지도, 주전을 편들지도 않는다. 다만 지도층의 치열한 논쟁과 민초들의 핍진한 삶을, 연민을 배제한 시각으로 돌아볼 뿐이다.
왜‘남한산성’인가?
그해 겨울은 일찍 와서 오래 머물렀다. 강들은 먼 하류까지 옥빛으로 얼어붙었고, 언 강이 터지면서 골짜기가 울렸다. 그해 눈은 메말라서 버스럭거렸다. 겨우내 가루눈이 내렸고, 눈이 걷힌 날 하늘은 찢어질 듯 팽팽했다. 그해 바람은 빠르고 날카로웠다. 습기가 빠져서 가벼운 바람은 결마다 날이 서 있었고 토막 없이 길게 이어졌다. 칼바람이 능선을 타고 올라가면 눈 덮인 봉우리에서 회오리가 일었다. 긴 바람 속에서 마른 나무들이 길게 울었다. 주린 노루들이 마을로 내려오다가 눈구덩이에 빠져서 얼어 죽었다. 새들은 돌멩이처럼 나무에서 떨어졌고, 물고기들은 강바닥의 뻘 속으로 파고들었다. 사람 피와 말 피가 눈에 스며 얼었고, 그 위에 또 눈이 내렸다. 임금은 남한산성에 있었다.
_ 김훈의『남한산성』중에서

김훈은 370년 전의 치욕을 왜 21세기인 지금 다시 꺼낸 것일까? 작가는 무엇보다 ‘치욕을 기억하라
(memento infamia)’고 말한다. ‘삶은 치욕을 견디는 나날’이라고 말한다. ‘살아남기 위해 불가피하게 더럽혀지는 인간들이 아름답다’고 말한다. 역사가 삶과 죽음의 기록이라고 할 때, 치욕의 역사는 살아 낸 삶의 이력이다. 이 치욕이 단지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 미래형이 될 수 있음을 작가 김훈은 에둘러 말하려는 것이 아닐까?

 

책속으로

최명길의 얼굴에 흐린 웃음기가 번졌다.
그럼 내 머리를 들고 출성을 하면 어떻겠소?
말씀이 너무 거칠구려. 지금 싸우자고 준열한 언동을 일삼는 자들도 내심 대감을 믿고 있는 것 같았소. 충렬의 반열에 앉아서 역적이 성을 열어주기를 기다리는 것 아니겠소. 이 성은 대감을 집행할 힘이 아마도 없을 것이오.
수어사는 어느 쪽이요?
이시백이 대답했다.
나는 아무 쪽도 아니오. 나는 다만 다가오는 적을 잡는 초병이오.
최명길의 목구멍 안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다.
조선에 그대 같은 자가 백 명만 있었던들…. -2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