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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생상스 ‘죽음의 무도’(Saint-Saëns, Danse macabre Op.40)

Bawoo 2014. 1. 24. 00:06

Saint-Saëns, Danse macabre Op.40

생상스 ‘죽음의 무도’

Camille Saint-Saëns

1835-1921

Jean-François Zygel, conductor

L'Orchestre Philharmonique de Radio France

2009

 

Jean-François Zyge/RFPO - Saint-Saëns, Danse macabre

 

19세기 유럽에 불어 닥친 낭만주의의 열풍에 의해 예술 장르는 르네상스 이후 가장 폭발적인 팽창을 하게 되었다. 음악 분야도 예외는 아니어서 낭만주의의 가장 중요한 예술 장르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고전주의에 대한 반동으로서 낭만주의의 정신을 대변하듯, 이전 시대의 형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가 새로운 음악 장르를 탄생시켰다. 그것은 바로 교향시(poème symphonique)이다. 표제음악적 성격을 띤, 직접적이면서도 시적인 상상력을 요구하는 장르가 탄생한 것이다.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이나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과 같은 작품이 발표된 이후 리스트에 의해 교향시는 완전한 새로운 형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19세기 낭만주의 음악정신을 대변하는 작품

피겨 스케이팅의 요정 김연아 선수의 쇼트 프로그램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멜로디를 기억할 수 있게 된 <죽음의 무도>. 카리스마 넘치는 안무와 역동적인 율동, 맨 마지막 누군가를 응시하는 날카롭지만 유혹적인 시선까지, 검은 원피스를 입은 김연아 선수의 악마에 홀린 듯한 연기와 살을 에는 듯한 완벽한 테크닉의 이미지는 <죽음의 무도>에 등장하는 악마들의 축제에 다름없다. 경기에서는 피아노와 바이올린 구성으로 편곡한 버전을 3분 정도로 압축하여 사용했지만, 원곡은 7분여에 이르는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위한 장대한 곡으로 19세기 낭만주의 음악정신을 대변하는 작품이다.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김연아 선수의 경기 모습.

19세기 프랑스 작곡가 카미유 생상스가 작곡한 <죽음의 무도>는 1874년에 작곡이 끝나고 1875년 1월 24일 파리에서 초연이 이루어진 작품으로, 그의 여러 교향시 작품들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평가와 대중적 환호를 받았다. 몽티니 드모리 부인에게 헌정한 이 곡은 왈츠 리듬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작품으로 프랑스의 시인 앙리 카잘리스의 시에 바탕을 두고 있다. 새벽을 알리는 닭 울음소리로 산산이 흩어져가는 해골들이 깊은 밤 시간 동안 벌이는 광란의 춤을 유머러스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터치로 그려낸 곡이다. 이 작품은 생상스가 1872년경 피아노 반주와 성악을 위해 작곡한 가곡으로부터 착상을 얻어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스타일을 염두에 두고 오케스트레이션한 것이다.

Kyung Wha Chung/Charles Dutoit/PhO - Saint-Saëns, Danse macabre

Kyung Wha Chung, violin

Charles Dutoit, conductor

Philhamonia Orchestra

Kingsway Hall, London

1980.06

악마들의 희극적인 심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

하프의 스타카토로 밤 12시를 가리키는 짧은 도입부에 이어 죽음의 악마를 상징하는 바이올린 독주를 중심으로 두 개의 주제 선율이 발레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첫 번째 주제는 스페인 풍의 리듬으로 악마들의 짓궂은 분위기를 묘사하고, 두 번째 주제는 명상적이고 반음계적 우수를 띠며 하강하는 선율로 밤의 고요함을 암시한다. 왈츠의 분위기는 점점 열기를 띠고 변주를 거치며 푸가로 확대, 발전해 나간다. 광란의 축제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수탉의 울음소리를 묘사한 오보에의 스타카토가 등장하면서 죽음의 무도는 황급히 끝을 맺는다. 음악은 다음의 시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지그(Zig), 지그, 지그! 죽음의 무도가 시작된다.

  발꿈치로 무덤을 박차고 나온 죽음은

  한밤중에 춤을 추기 시작한다.

  지그, 지그, 지그, 바이올린의 선율을 따라

  겨울바람이 불어오고 밤은 더욱 깊어만 가며

  린덴 나무로부터는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하얀 백골이 자신의 수의를 펄럭이며

  음침한 분위를 가로질러 나아간다.

  지그, 지그, 지그, 해골들은 깡충깡충 뛰어다니고

  춤추는 뼈들이 부딪치며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끼 위에 앉은 음탕한 연인은

  기나긴 타락의 희열을 만끽한다.

  지그, 지그, 지그, 죽음은 계속해서

  자신의 악기를 할퀴며 연주를 한다.

  (중략)

  쉿! 수탉이 울자

  갑자기 춤을 멈추고 어디론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이 불쌍한 세계를 위한 아름다운 밤이여!

  죽음이여 영원하라!

이렇듯 악마들의 희극적인 심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해낸 <죽음의 무도>는 단순히 생상스와 카잘리스가 홀연히 창조해낸 주제는 아니다. 죽음의 무도는 중세 시대의 죽음에 대한 풍자에서 비롯되었다. 전염병과 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던 당시, 중세인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죽음을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주는 삶의 일부이자 보편적 현상으로 묘사하는 풍속을 가지고 있었다.

죽음의 무도 이야기에는 예전부터 전래되어 내려오던 설화들을 바탕삼아 황제, 왕, 젊은이, 아름다운 아가씨(모두 해골들) 등이 전형적으로 등장한다. 이들을 중심으로 무덤가에서 유령과 악마가 함께 춤을 춘다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전설로 구전되어 내려오는 한편 판화나 유화와 같은 미술작품으로 재탄생하여 19세기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예술 소재로 각광 받아왔다. 서양의 중세 말기는 죽음에 대한 인간의 생각과 감성이 가장 강렬했던 시대였다. 당시 유렵을 휩쓴 흑사병과 전쟁, 대기근은 죽음을 일상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죽음에 대한 관념은 그림, 문학 등 모든 예술작품을 지배했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교회 벽화나 목판화로 그려져 전 유럽에 유포된 ‘죽음의 무도'이다.

낭만주의의 만개와 더불어 음악에서도 죽음이라는 개념은 새로운 모티브로 떠올랐다. 자연스럽게 ‘죽음의 무도’ 또한 낭만주의의 광기를 표현해낼 수 있는 훌륭한 소재로 재조명받았다. 이후 20세기까지 많은 작곡가들이 죽음을 소재로 음악을 작곡했다. 이 분야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리스트는 생상스보다 30여 년 앞서 같은 제목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죽음의 무도>(Totentanz)를 작곡한 바 있다. 그러나 자신의 작품보다 더 유명해진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에 감동한 리스트는 피아노 솔로로 편곡하여 이 작품을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한편 20세기 초반 위대한 피아노 비르투오소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는 리스트의 피아노 편곡에 난해한 테크닉과 다이내믹한 요소를 또다시 첨가해 이 작품에 더욱 농밀한 표현력과 고도의 예술성을 불어넣었다.

생상스의 천재적인 관현악 기법과 낭만주의 정신에 대한 확신

첫 부분부터 강렬하게 제시되는 투명한 기조는 이 작품 전체에 흐르는 초자연적인 분위기와 썩 어울리지 않는 듯이 보인다. 생상스는 이전 교향시인 <헤라클레스의 청년시절> Op.50에서 악덕과 미덕의 기로에 직면한 반신반인의 망설임을 동요하는 바이올린으로 표현해냈고, <파에톤> Op.39에서는 태양의 수레와 오만한 마부 파에톤이 하늘의 궤도로 올라가는 장면을 효과적으로 묘사한 적이 있었는데, 이 두 작품의 솜씨에 비한다면 <죽음의 무도>의 주선율은 조금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상스의 천재적인 관현악 기법과 낭만주의 정신에 대한 확신 덕분에 주제 선율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모티브로 인식되었음은 물론이려니와 그 표현 효과에서도 혁신적인 발전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도 당시 오케스트라에서는 사용되지 않던 실로폰이 등장해 해골의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훌륭하게 묘사해낸 것을 손꼽지 않을 수 없다. 한편 독주 바이올린에서 E현을 Eb로 낮추어 조율하여 악마의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있다. 이 주제는 이후 <동물의 사육제>의 ‘화석’에서 인용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약간씩 엿보이는 그레고리오 성가 ‘디에스 이레’(진노의 날)의 선율은 이후 오르간을 수반한 교향곡 3번 전곡을 지배하는 순환 모티브의 기초가 되었다.

 

추천음반

다니엘 바렌보임(DG)은 생상스의 프랑스적 취향과 음향적 다채로움을 잘 살려낸 연주이다. 샤를 뒤투아(DECCA)는 작품의 스토리에 따른 장면 묘사를 다이내믹하면서도 환상적으로 그려낸 연주로 기억할 만하다. 유진 오먼디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SONY)는 작품에 대한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스펙터클한 명연으로 '필라델피아 사운드'의 극치를 들려준다. 피아니스트 레슬리 하워드(Hyperion)는 피아노를 위한 리스트 편곡 버전 가운데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연주로 오케스트라 버전과는 또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박제성(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음악 전문지 <음악동아>, <객석>, <그라모폰 코리아>, <피아노 음악>과 여러 오디오 잡지에 리뷰와 평론을 쓰고 있으며, 공연, 방송, 저널 활동, 음반 리뷰, 음악 강좌 등 클래식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베토벤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들>을 번역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09.10.26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1370

 

출처 : 클래식 사랑방
글쓴이 : 라라와복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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