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악장은 오케스트라의 반주 위로 힘찬 바이올린으로 시작하는 전형적인 방식으로 문을 엽니다. 처음부터 응축된 에너지를 머금고 있는 바이올린 솔로의 선율은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이어 영웅적이면서도 비장한 멜로디를 가진 씩씩한 테마가 나타나지요. 마치 한 편의 비극을 읽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당당하고 힘차고 웅장하지만 저편 너머에는 비장함과 슬픔이 가득 차 있는 느낌―조금만 더 파헤쳐 들어가면 감당할 수 없는 운명의 비정함이 몰려들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뒤에 오케스트라가 이에 응답하는데 곡은 극히 평온하고 서정적인 분위기에서 E장조의 극히 아름다운 테마로 바뀌어 마지막은 화려한 코다를 지나 힘차게 끝납니다.
2악장은 마치 새가 노래하듯 감미롭게 시작하는 독주 바이올린으로 시작합니다. 단순하면서도 조용하며 서정적인 맛이 넘쳐흐르지요. 보통 바이올린의 여성성 하면 바이올린의 고음과 연관을 많이 짓는데 중저음에서 이렇게 감미롭고 부드러운 면모가 나타날 수 있다니 새삼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게다가 적절한 목관의 주제 재현 역시 아름답습니다. 간략한 서주에 이어 바이올린 선율의 출렁이는 리듬이 마치 뱃노래같이 느껴지는 지극히 매혹적인 악장입니다.
3악장의 서주는 비장미의 정수를 보여주며 첫 더블스탑(重音, 2현을 동시에 누르고 켜기)부터 마치 심장을 찢는 듯한 감동과 충격을 안겨줍니다. 빠르고 역동적이면서도 때로는 느리고 차분하지만 그 안에 담겨진 한결같은 비장미는 결코 잊히지 않는데 절묘한 긴장감은 마치 언제 운명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비극 속 주인공의 모습이 연상되지요. 바이올린이 론도의 주제를 선창하며 제1테마가 힘차게 연주되고 아름다운 선율로 된 종속적인 테마가 관현악이 연주하는 코랄 풍의 다른 주제를 들고 나오면서 융합합니다. 특히 독주 바이올린의 눈부신 패시지가 환상적이며 나중의 코다는 부주제에 의해 당당하게 또는 활하게 끝을 맺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