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
사회학자인 서울대 송호근 교수가 "강화도 - 심행일기"에 이어 두 번째 내놓은 장편소설. 장편이긴 하지만 분량으로 봐서는 미니급에 속한다.^^ 송 교수가 신문에 연재하는 칼럼에 매료되어-단문형으로 핵심을 콕 찌르는 방식. 뭐 그렇다고 의견에 다 공감하는 건 아니다.^^- 소설을 썼다고 해서 강화도부터 읽었는데 이번 작품도 같은 이유였다. 거기다가 "김사량 (Kim Saryan, 金史良)"이란 그동안 전혀 모르고 있던 작가-북한군 소속 종군작가로 참전했다가 병으로 사망-에 대하여 쓴 것이라고 해서 겸사겸사 읽게 되었다. 김사량 작가가 쓴 "노마만리"란 작품도 같이.
작품은 노마만리를 아는 시점에서 시작해서 아들이 아버지의 행적을 추적하여 산소를 찾아내는 것으로 끝을 맺는데 소설적인 감동보다는 김사량이란 인물의 행적에 더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북한 정권의 특성상 문학, 예술인은 공산주의 선전의 도구로 쓰여졌을 것이니 이에 따른 갈등이 얼마나 심했을까 하는. 송 교수도 이 점에 초점을 두고 작품을 쓴 것으로 생각되는데 작중 현재 시점의 주축이 되는 두 사람, 아들과 연인 중 연인은 소설의 구성상 필요해서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일 듯 하다. 전작 소설 "강화도"에 등장하는 여인의 경우 다산 선생과 관련있는 실존 인물이었던 걸로 기억나는데, 가공이고 강도는 약하지만 주인공에게 아내 외에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설정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작품 강화도의 주인공이 국사책에도 등장하는 인물임에 비하여 이 작품의 주인공은 문학에 관심 그것도 깊이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을 그런 인물이어서 소설적인 감동보다는 공부한다는 측면이 강한 마음으로 읽었다.
[사족]유명 사회학자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으면서 창작까지 해내는 송 교수의 삶이 매우 부럽다.ㅠㅠ,
[책소개]
빛은 어디로부터 오는가?
소설가로 변신한 사회학자 송호근, 작가 김사량의 삶 속으로 들어가다.
일제강점기, 도쿄제국대학 재학 중 집필한 소설 《빛 속으로》로 일본 아쿠타가와상 후보작에 오른 천재 작가 김사량. 일본어와 한국어를 넘나들며 하층민의 삶을 기록해 나간 그의 작품에는 박경리의 역사적 울혈, 백석의 토속적 감성, 김승옥의 근대적 감각의 원형이 도처에 발견된다. 그럼에도 분단 이후 이념 대결 과정에서 그는 완전히 잊힌 존재가 되어 버렸다. 이데올로기의 시대, 한국문학사는 북한 인민군 종군작가로 변신한 그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무엇이 그의 극적인 변신을 이끌었나? 그가 그토록 찾고자 했던 ‘빛’은 무엇인가?
그가 겪은 시대적 고통은 결국 분단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거울이다.
목차
작가의 말 5
고향만리
태항산채 15
전투 28
취조 38
노선분열 47
의무대원 홍숙영 53
자작나무 숲 62
의무동 71
진격명령 77
회상 82
종전 방송 89
축제 93
고향만리 98
장지민 동지 102
이별예감 110
혁명 풍문 115
숙영의 절규 122
김두봉 128
신다니 도시오 140
허정숙 145
작별 152
아버지를 찾아서
김봉현 기자 161
자유실천문인협의회 169
아버지의 기억 175
김달수 182
퍼즐 189
도쿄 시절 199
《제방》 동인 206
장마 216
중앙정보부 221
정욱제 227
이서현 부장 237
강채원 247
추적 253
다시, 빛 속으로
전화 269
부산행 275
전쟁 282
미처 못 한 말 296
비밀협약 308
하동으로 319
현준식 329
다시, 빛 속으로 336
마지막 편지 341
김사량 연보 351
참고문헌 356
[독자 리뷰]
이제 우리는
사회과학자 출신 소설가라는 사실을 망각할 정도의 단정한 문체로, 아들이 생물학적 아버지를 추적하는 여정 너머 정신적 뿌리를 찾는 과정임이 드러난다.작가는 근.. 박바나나님 인터파크도서 2018.02.14
- '김사량'을 알려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책
- 이 책 덕분에 김사량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인으로서 아쿠타가와상 수상 후보가 되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를 추천한 사람이 노벨문학상 ..
- deny154님 인터파크도서 2018.02.14
- 다시, 빛 속으로
- 다시 빛 속으로가 무슨 뜻일까 궁금했는데... 책을 읽다가 올림픽 개막식에서 코리아팀으로 같이 입장한 장면이 떠올라서 마음이 울렁였다.. 잊혀진 작가의 이야..
- anauddl님 인터파크도서 2018.02.13
- 역사의 격류를 헤치고 ‘빛’ 속으로 <다시, ..
- 이번에 나온 <다시, 빛 속으로>는 <강화도>에 이은 송호근 교수의 두 번째 소설이다. <강화도>에서 외세..
- 겸부기님 인터파크도서 2018.02.12
경계에 선 작가 김사량
일제강점기 말의 작가 김사량(金史良, 1914~1950)은 26세에 쓴 소설 《빛 속으로》로 1940년 아쿠타가와상 후보작을 수상했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196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는 김사량의 작품을 수상작으로 내정했지만, 그가 ‘반도인’이라는 이유로 후보작을 줄 수밖에 없었다. 이후 일본어와 한국어를 넘나들며 이루어진 그의 작품활동은 민족성, 토속성을 근간으로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지역을 넘어선 근대적 보편성을 추구했다. 작가 황석영은 그의 작품을 읽고 “조선과 일본을 넘어선 동아시아의 당대 보편성 속으로 훌쩍 넘어가 버렸다. 식민지의 ‘우물 속을 벗어난’ 젊은 루쉰을 보는 느낌이었다”고 평한 바 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와 이후 이어진 해방공간이라는 시대적 혼란은 그의 문학을, 삶을 삼켜 버렸다. 일본 황군 위문단으로 북경에 파견된 그는 일제의 억압을 벗어나고자 연안의 태항산으로 탈출하였고, 그곳에서 조선의용군 선전대에 가담하였다. 광복 후 고향 평양으로 돌아가서는 북조선예술가총연맹 간부로, 6ㆍ25전쟁 종군작가로 활동해야만 했다. 이러한 격변 속에서 김사량의 글은 이데올로기적 도구가 되어 투박하게 변해 갔으며, 전쟁으로 목숨마저 잃어야 했다. 그리고 이후 이어진 체제대결 상황에서 그의 문학은 남ㆍ북 모두에서 삭제되었다.
빛은 어디로부터 오는가?
“분단 이후 무엇이 김사량의 글을 그토록 변하게 만들었는가? 혼란스러운 시대상황 속에서 그가 찾아 헤맨 ‘빛’은 무엇이었는가?” 송호근 작가는 자신이 오랫동안 품어 온, 그리고 김사량 문학 연구자들이 해석하지 못한 이러한 의문에 스스로 답하고자 주어진 자료와 사회학적 상상력을 토대로 “상상의 집을 지어 올”렸다. 문학이라는 형식을 빌려 역사적인 연구를 통해서는 접근할 수 없었던 김사량의 삶, 그리고 그가 추구한 ‘빛’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한 것이다. 그는 전작 《강화도》로 소설에 입문하게 된 계기에 대하여 “객관의 세계를 떠나 소설적 상상력을 통해 지금 현실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하여 송호근 작가는 김사량으로 대표되는 당대 사람들의 정신과 육체가 체제와 이데올로기로 인하여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사회학 연구로는 묘사할 수 없었던 시대적 아픔을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하여 보다 실감나게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빛은 이데올로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삶을 야만으로 몰고 가는 모든 억압의 가면을 벗기는 행위가 빛이다.” 소설 속 화자를 통해 송호근 교수가 말하는 ‘빛’의 의미이다.
아버지를 찾아서
기록된 바 없는 분단 이후 김사량의 삶을 찾아 나가는 소설 속 주체는 그의 아들이다. 김사량 본인이나 제3자가 아닌 아들의 시선을 통해 그를 발견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사실 김사량의 아들로 대표되는 전후 세대는 ‘아버지가 없는 세대’, 즉 정신적 중추가 없는 세대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온 아버지 세대의 굴종을 부정해야 했고, 6ㆍ25전쟁에 휘말렸던 전쟁 세대의 정신적 빈곤을 거부해야 했다. 누구로 돌아가야 하는가? 누구를 정신의 버팀목으로 설정해야 하는가? 이는 20세기 한국의 정신사적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이 송호근 작가의 진단이다. 결국 아들이 김사량을 찾아 나가는 과정은 김사량이 겪은 고통을 추체험하고 이해하는 작업임과 동시에 대한민국을 성장시켜 온 전후 세대의 정신적 혼란을 진단하고 치유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리고 소설을 통해 다시 오늘의 세대 또한 전후 세대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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