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ch, Violin Concerto No.1 in G minor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 G단조
Max Bruch
1838-1920
Nicola Benedetti, violin
Jiří Bělohlávek, conductor
BBC Symphony Orchestra
Royal Albert Hall, London
Last Night of the BBC Proms 2012
Nicola Benedetti - Bruch, Violin Concerto No.1 Op.26
니콜라 베네데티(1987~ )는 예후디 메뉴인 음악원을 졸업했으며 2004년 BBC 올해의 젊은 음악가로 선정되는 등 가장 촉망받는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입니다. 2012년 BBC Proms 마지막 날 공연을 장식함으로써 음악계의 주목을 일거에 받았습니다. 2009년 2월 내한 공연을 한 바 있습니다.
브람스보다 5년 늦게 태어난 막스 브루흐는 자신이 독일 낭만주의의 전통 위에 서 있다는 강력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슈만과 브람스가 바라본 음악적 지평선을 따라가고 싶다는 열망은 브루흐의 작곡 스타일을 결정지었다. 멘델스존은 브루흐의 역할 모델로서 작용했고 그는 자신이 멘델스존과 같은 천재가 아니라는 열등감에 시달렸다.
멘델스존의 뒤를 잇는 낭만주의 바이올린 협주곡의 대표작
그가 1864년부터 2년 동안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은 브루흐가 바라보는 음악적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로맨틱한 정서는 곡 전체를 끈적끈적하게 맴도는데, 바로 이러한 멜랑콜리는 브루흐의 음악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다. 그는 음악의 친화력이 멜로디의 아름다움에서 시작된다고 보았고,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은 이러한 특성이 더욱 두드러진 작품이다. 더구나 멘델스존의 강력한 영향 아래 있던 브루흐는 선배 작곡가의 로맨틱한 스타일을 따르고 있다.
당대의 명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의 연주에서 영감을 얻은 브루흐는 이 헝가리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를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작품을 쓰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탄생한 이 협주곡은 1866년 4월 24일 브루흐 자신의 지휘와 오토 폰 쾨니히 슬뢰프의 독주 바이올린으로 독일 코블렌츠에서 초연했지만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 작곡가가 요아힘의 조언을 받아들여 수정판을 만들었다. 이러한 작업을 거쳐 탄생한 개정판은 1868년 1월 5일 카를 마르틴 라인탈러의 지휘와 요아힘의 독주 바이올린으로 브레멘에서 초연되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의 형태가 이때 결정된 것이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고만고만한 작곡가의 대열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던 브루흐는 요아힘처럼 지명도 있는 바이올리니스트가 필요했다. ▶당대의 명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하임.
아마도 브루흐가 이 작품을 작곡하지 않았다면 그의 명성은 지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남긴 세 곡의 교향곡은 대부분 그 존재 자체도 모를 정도며 나머지 두 개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가끔씩만 녹음될 뿐이다. 두 개의 현악 사중주나 <오디세이> 같은 오라토리오 작품 또한 같은 운명에 놓여 있다. 따라서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은 브루흐라는 작곡가를 이해하기 위한 거대한 출발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협주곡 1번을 제외한다면 <스코틀랜드 환상곡>이나 첼로 작품인 <콜 니드라이> 정도가 알려져 있을 뿐이다.
작품의 엄청난 성공에 가려진 작곡가 브루흐의 명성
작품에 작곡가가 가려진 현상은 그다지 보기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평생 동안 브루흐는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비슷한 작품을 써달라는 요청에 시달려야 했다. 이 협주곡이 초연된 지 반세기 가까이 흐른 20세기 초에 브루흐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확인해보자.
“저기 저들은 이곳 구석구석에서 내게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외치고 있어. 마치 내가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이 1번 하나만 있다고들 생각하는 것 같아. 난 그 따위 인간들의 지긋지긋한 타령에 미칠 지경이야. 내 생각엔 2번이나 3번 협주곡도 1번만큼이나 훌륭한데 말이지. 제발 이제들 그만해줬음 좋겠어!”
브루흐에겐 좀 안 된 얘기지만 여전히 우리는 그만 멈출 수가 없다. 사실 브루흐가 존더샤우젠의 궁정악단 지휘자에서 베를린 예술아카데미 교수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계기도 협주곡 1번의 성공에 힘입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죽는 그 순간까지 브루흐는 협주곡 1번의 그늘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조국이 패전하는 것과 새로운 조류의 음악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이 초연되는 것을 지켜보며 자신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둘 중에 어떤 것이 브루흐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두 가지 모두 그를 상심에 빠지게 했다는 것이다.
Heifetz performs Bruch's Violin Concerto No.1 Op.26
Jascha Heifetz, violin
Sir Malcolm Sargent, conductor
New Symphony Orchestra
Walthamstow Town Hall, London
1962.05.14
추천음반
1. 수십 종의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의 녹음이 있지만 하이페츠(RCA) 연주를 첫손에 꼽고 싶다. 말콤 사전트가 지휘하는 뉴 심포니와의 협연은 빠른 템포의 질주감이 찬란한 슬픔을 안겨준다.
2. 정경화의 첫 번째 녹음으로 루돌프 켐페와 협연(Decca)한 음반은 오랫동안 추억하게 만들며, 두 번째 녹음인 사이먼 래틀과의 협연(EMI)보다 풍부한 감성의 진폭을 느낄 수 있다.
3. 카라얀과 협연한 안네 소피 무터의 연주(DG)는 달콤하고 감각적인 선율로 가득 차 있다.
4.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 2번, 3번을 모두 수록한 살바토레 아카르도의 연주도 분명 가치 있는 선택이다
글 김효진(음악 칼럼니스트) 김효진은 클래식 음악 전문지 <스트라드>, <콰이어 & 오르간>, <코다> 등을 거쳐 현재 클래식 음반 잡지 <라 뮤지카>의 편집장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