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 - 전쟁의 기억과 분단의 미래
[책소개]
한국 현대사 연구의 대가가 정리한 한국전쟁의 모든 것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북한과 미국 사이의 거친 설전, 남북한을 둘러싼 국내외 세력들의 대립 등으로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정국은 극단적인 대립과 애매한 평화 사이에서 요동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의 가능성은 아직도 멀어 보이고 ‘군사 옵션’의 가능성이 끊임없이 회자되는 지금, 한반도가 전쟁에 휩싸일 것이라는 두려움 또한 커져 간다. 우리는 한반도 평화의 시계가 여전히 안개 속에 있는 이 위기의 시대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이 위기의 근원은 무엇이고 앞으로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 전쟁의 기억과 분단의 미래』는 전쟁의 기억을 되살리고 평화를 향한 길을 다듬기 위한 디딤돌이 될 책이다. 이 책은 『한국전쟁의 기원』으로 한국전쟁과 한국 근현대사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꿨던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학 석좌교수가 새로운 사료를 반영하고 아주 쉬운 필치로 써내려 간 역작이다.
저자는 한국전쟁의 발단과 전개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부터 ‘저항세력’과 ‘부역세력’ 사이에서 벌어졌던 대립,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의해 추진된 일본과 남한에서의 조치, 북한과 중국?러시아 사이의 관계 등 다양한 요소들의 영향을 되돌아보며, 이후 분단이라는 형태로 고착된 대결이 어떻게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지 폭넓게 살펴본다. 그리고 이 대립의 근본적인 원인을 이해하지 않는 이상, 그 연장선상에서 지속되고 있는 한반도 위기를 풀 해법도 찾을 수 없다고 말한다.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은 분단이 고착되어 냉전이 만성화된 한반도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평화의 길을 걸을 수 있을지 알려 준다. 바로 현재의 우리를 만든 분단과 전쟁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한국전쟁을 둘러싼 기억을 다시금 살려 내고 이를 잊지 않기 위해 분투할 때에야 우리는 현재와 같은 분단 상태를 딛고 평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에 관한 찬사 _ 4
한국의 독자들에게 _ 9
들어가며 _ 18
1장 전쟁의 전개: 발발에서 휴전까지 _ 29
재래식 전쟁이 시작되다 _ 34
“중국인의 인해”: 북진 _ 55
중국이 가까이 있다 _ 57
전쟁의 연장 _ 66
2장 억압과 저항의 기억 _ 73
기원과 시작 _ 81
취해진 조치 _ 86
꼭두각시 _ 91
소련과 김일성 _ 97
3장 한국전쟁은 어떻게 잊혔나 _ 101
내전 _ 107
오, 얼마나 문학적인 전쟁인가 _ 111
중국인의 시각 _ 124
4장 반공주의 그리고 기억의 왜곡 _ 127
억압의 본능 _ 139
동양, 서양, 그리고 억압:
훌륭한 자들이 고정관념을 만드는 방식 _ 150
그림자가 드리우다 _ 156
5장 38도선 분리: 잊힌 점령 _ 159
군정 시기 한국 남서부 _ 173
삼척의 해방 _ 178
제주반란 _ 181
여수반란 _ 194
38도선을 따라 벌어진 전투 _ 202
6장 초토화된 한반도: 공습의 여파 _ 211
궁극의 폭격 _ 221
보랏빛 잿더미 _ 224
7장 학살의 기억 _ 229
정치적 계보, 혈연의 계보 _ 239
진실은 무엇인가? 한국의 스레브레니차 학살 _ 241
취해진 조치: 한국전쟁 중 남서부 _ 248
미스터 학살자 _ 253
북한이 저지른 잔학 행위 _ 256
취해진 조치: 북한 지역 점령 _ 262
전쟁의 유령들 _ 273
조사의 진실과 정치적 거짓말 _ 276
8장 ‘잊힌 전쟁’은 어떻게 미국과 냉전을 바꿔놓았나 _ 279
조지 케넌과 딘 애치슨 _ 283
군산복합체 _ 286
제국의 군도 _ 294
케넌인가, 애치슨인가? _ 297
9장 진혼곡: 화해의 길에 들어선 역사 _ 301
미국: 진혼곡은 없다 _ 307
두 개의 기억술: 한국과 이라크 _ 311
화해의 분위기 _ 314
감사의 말 _ 326
연표 _ 327
미주 _ 329
더 읽을거리 _ 375
찾아보기: 개념 및 내용 _ 385
찾아보기: 인명 _ 403
[출판사 서평]
한반도의 운명과 냉전의 양상을 결정한 한국전쟁,
지금도 계속되는 위기의 근원을 파헤친다!
한국 현대사 연구의 대가 브루스 커밍스가 총정리한 한국전쟁의 모든 것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북한과 미국 사이의 거친 설전, 남북한을 둘러싼 국내외 세력들의 대립 등으로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정국은 극단적인 대립과 애매한 평화 사이에서 요동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의 가능성은 아직도 멀어 보이고 ‘군사 옵션’의 가능성이 끊임없이 회자되는 지금, 한반도가 전쟁에 휩싸일 것이라는 두려움 또한 커져 간다. 우리는 한반도 평화의 시계가 여전히 안개 속에 있는 이 위기의 시대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이 위기의 근원은 무엇이고 앞으로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 전쟁의 기억과 분단의 미래』는 전쟁의 기억을 되살리고 평화를 향한 길을 다듬기 위한 디딤돌이 될 책이다. 이 책은 『한국전쟁의 기원』으로 한국전쟁과 한국 근현대사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꿨던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학 석좌교수가 새로운 사료를 반영하고 아주 쉬운 필치로 써내려 간 역작이다.
저자는 한국전쟁의 발단과 전개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부터 ‘저항세력’과 ‘부역세력’ 사이에서 벌어졌던 대립,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의해 추진된 일본과 남한에서의 조치, 북한과 중국?러시아 사이의 관계 등 다양한 요소들의 영향을 되돌아보며, 이후 분단이라는 형태로 고착된 대결이 어떻게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지 폭넓게 살펴본다. 그리고 이 대립의 근본적인 원인을 이해하지 않는 이상, 그 연장선상에서 지속되고 있는 한반도 위기를 풀 해법도 찾을 수 없다고 말한다.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은 분단이 고착되어 냉전이 만성화된 한반도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평화의 길을 걸을 수 있을지 알려 준다. 바로 현재의 우리를 만든 분단과 전쟁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한국전쟁을 둘러싼 기억을 다시금 살려 내고 이를 잊지 않기 위해 분투할 때에야 우리는 현재와 같은 분단 상태를 딛고 평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전쟁은 내전이다
한국전쟁은 언제 시작되었을까? 단지 3년간의 비극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그 대답은 1950년 6월 25일일 것이다. 하지만 브루스 커밍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파고든다. 그는 한국전쟁의 기원을 1930년대 만주에서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벌어졌던 항일투쟁에서 찾는다.
일제강점기의 조선은 두 세력으로 분열됐다. 바로 ‘항일세력’과 ‘부역세력’이 그들이다. 특히 만주에서 격렬한 유격대 투쟁을 벌였던 이들은 이후 북한 지도부의 핵심 계보를 형성했다. 반면 미국은 소련 주변부에 자생 가능한 정권을 배치하기 위한 ‘대大 초승달’ 전략에 따라 일본의 산업을 부흥시켰고 남한을 이에 연결시키고자 시도했으며, 이에 따라 부역세력의 복권이 이루어졌다. 많은 친일파가 청산되기는커녕 요직을 차지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여기서 커밍스는 ‘동서 냉전’이라는 현상의 이면에 ‘내전’으로서의 성격이 있음을 발견한다. 일제강점기부터 지속되어 온 대립이 미국과 소련 사이에 성급하게 그어진 38도선을 경계로 첨예화됐으며, 한국전쟁은 갈등이 거대한 규모로 폭발하면서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 지도부가 강조하는 항일 경력은 여전히 북한 정부의 정치적 정당성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1950년 6월 25일이라는 시점과 3년간의 전쟁이라는 현상에만 치중하면 한국전쟁의 뿌리와 근원적 성격을 간과하게 되며, 이는 북한의 체제와 지도부를 이해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한국전쟁, 세계의 경찰국가 미국을 완성하다
한국전쟁은 상충하고 대립하는 두 경제체제, 즉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사이의 대결의 장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커밍스는 베트남전쟁과 달리 한국전쟁은 단순히 두 체제 사이의 대립을 반영하기만 한 것이 아니며, 무엇보다 미국의 대외정책을 결정하는 주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지적한다. 한국전쟁을 계기로 미국은 ‘세계의 경찰국가’로서 발돋움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에서 한국전쟁은 ‘잊힌 전쟁’으로 불린다. 여전히 중요한 전쟁으로 기억되는 제2차 세계대전이나 베트남전쟁과는 달리 거의 거론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커밍스는 미국이 한국전쟁을 계기로 방위비가 급격하게 증가했고, 많은 수의 상비군을 유지하게 됐으며, 광범위한 해외기지를 구축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특히 한국전쟁은 미국의 군산복합체가 1950년대에 출현하게 된 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미국에게 있어 주요한 분기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전쟁은 미국을 전 세계에 광범위한 군사기지 네트워크를 지닌 ‘새로운 제국’으로 만들어 냈다. 그리고 한반도는 한국전쟁을 거치며 미국이 소련/러시아, 중국, 일본 등의 강대국들과 격돌하고 때론 협력하는 핵심적인 지점이 되었다. 저자는 미국이 동아시아 지역 분쟁의 핵심에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많은 변화를 가져온 한국전쟁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는 역설을 상기시킨다. 이는 전쟁 중에 발생한 학살과 공습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잔혹한 학살과 공습의 기억
한국전쟁에서 지워진 또 하나의 측면은 잔혹한 학살과 광범위한 공습이다. 1945년 해방 이후 한반도 전역에는 인민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인민위원회는 일제가 사라지면서 나타난 행정의 공백을 메우는 자치기관으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실제로 미군정 초기에는 이들의 활동이 인정되기도 했지만, 인민위원회는 이후의 억압 정책 속에서 광범한 유혈사태를 거치며 해산되기에 이른다. 남한에 수립된 정부는 경찰과 우익 청년단체를 이용해 폭압적인 정책을 펼쳤고, 이에 반발한 이들이 제주, 지리산, 여수, 순천 등에서 벌인 반란은 잔혹한 학살 속에서 잠재워졌다.
그런 점에서 한국전쟁 중 남한에서 벌어진 학살들은 해방 후의 학살과 분리될 수 없다. 커밍스는 이전부터 이뤄졌던 억압과 학살이 전쟁을 매개로 더 광범위하게 벌어졌음을 지적한다. 그는 대전 학살, 노근리 학살, 국민방위군 사건 등의 사례들을 통해서 이러한 참혹한 사건들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그리고 그 와중에 미군이 어떻게 가담했거나 이를 묵인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저자는 북한의 잔학 행위 또한 지적하면서 그들 역시 학살의 원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명확히 한다.
전쟁의 상처를 더욱 깊게 한 것은 바로 공습이다. 한국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한반도에는 제2차 세계대전을 넘어서는 엄청난 양의 폭탄이 투하되었다. 한국 전역, 특히 북한 지역은 미군이 무제한적으로 퍼부은 공습에 의해 ‘달의 표면’처럼 변해버렸다. 도시가 초토화되었으며 민간인을 압박하기 위해 전쟁과 관계없는 댐과 저수지에 대한 공습 또한 이뤄졌다. 이와 같은 학살과 폭격은 한국전쟁이 우리에게 ‘잊힌 전쟁’이 될 수 없는 것임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망각을 넘어 평화로 나아가기 위하여
한국전쟁은 어느 쪽도 승리하지 못한 채 ‘휴전’ 상태로 들어가 현재까지 그 상태가 고착되었다. 그리고 전쟁의 기억은 그대로 고착된 채 무의식적인 동시에 강요된 망각에 둘러싸이게 되었다.
남한에서 전쟁의 기억은 진영 논리에 따라 왜곡되고 억압되었다. 전쟁 이후로도 이어진 억압적인 정권 아래에서 남한 세력이나 미군에 의해 저질러진 만행들은 잊히거나 공산주의자의 탓으로 돌려졌다. 공산주의자라는 꼬리표는 연좌제에 의한 박해로 이어졌기 때문에, 남은 이들은 그저 망각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기억은 유령처럼 그들의 삶에서 다시 출몰하곤 했다.
북한에서 전쟁의 기억은 경직된 전체주의 체제를 낳았다. 일제와 부역세력의 만행, 한국전쟁 중 미군 및 “친일파가 장악한” 남한과 벌인 처절한 투쟁, 미군의 일방적인 공습에 의한 국토의 초토화는 적들에 맞서기 위해 대규모 군대를 보유한 ‘유격대 국가’를 낳았다. 전쟁의 기억은 끊임없이 소환되었고 다음 세대로 이어졌으며, 정통적인 입장에 반하는 어떤 의견도 용납하지 못하는 전체주의 체제를 지탱하는 데 동원되었다.
미국은 한국전쟁을 망각하는 쪽을 향해 갔다. 자신들이 주요한 행위자로 참여했으며 한국전쟁이 제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쟁에 비할 만한 대규모의 참혹한 전쟁이었음에도, 게다가 이를 통해 자국이 전 세계적인 패권국가로 거듭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잊힌 전쟁’을 상기하는 것을 피했다. 커밍스는 이 때문에 오늘날 미국의 대북정책이 역사적 무지와 역사의식의 부재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한반도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렇다면 화해와 극복은 불가능한 것일까?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남한의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진행한 역사적 작업들에서 발견한다. 커밍스는 진실화해위원회가 그동안 잊혔던 학살의 진상을 밝힘으로써 화해와 극복의 길을 열었으며, ‘미래를 여는 역사’를 통해 한국과 이웃 나라 사이의 불편한 진실들을 밝히고자 했음을 강조한다. “국내에서든 국가 간에든 진정한 화해는 오로지 역사적 진실의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커밍스는 과거에 대한 이해 없이는 서로를 이해하는 것도 불가능하며, 이러한 이해 없이는 한반도를 둘러싼 대립의 극복이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역사에 대한 미국의 망각은 역사의식 없는 강경한 정책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북한이 더욱더 과거에 고착되게 하고 유격대 국가를 공고히 하는 데로 나아갔다. 한편 이후의 남한 정부는 이전 시기에 일궜던 성과들을 후퇴시켰다. 한국전쟁에 대한 이해가 과거에 있었던 일을 복기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한반도와 동아시아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적인 지점이 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 전쟁의 기억과 분단의 미래』는 우리가 역사적 기억을 평화로 가는 디딤돌로 삼을 때에야 비로소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남북한을 둘러싸고 세계정세가 요동치는 지금 시대에 우리에게 꼭 필요한 논의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 더 이상 이 땅에서 같은 비극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하는 한 학자의 절절한 기록을 통해 우리 역시 평화로 나갈 힘을 얻는 기회가 될 것이다.
[책속으로 추가]
미국은 한국에서 63만 5000톤의 폭탄을 투하했는데(3만 2557톤의 네이팜탄은 계산하지 않았다), 이에 비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태평양 전쟁구역 전체에 투하한 것이 50만 3000톤이었다. 일본의 60개 도시가 평균 43% 수준으로 파괴되었던 반면, 북한의 도시와 마을의 파괴 정도는 “40~90%까지로” 추산되었다. 북한의 22개 주요 도시 중에서 18개 도시는 최소한 50%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226쪽, 6장 초토화된 한반도: 공습의 여파
한국전쟁은 미국이 그 이전과는 매우 다른 나라로 바뀌는 계기였다. 해외에 수백 개의 상설 군사기지를 갖추고 국내에는 대규모 상비군을 갖춘 영원한 안보국가가 된 것이다. - 281쪽, 8장 ‘잊힌 전쟁’은 어떻게 미국과 냉전을 바꿔놓았나
김대중의 기획 중 하나는 한국 현대사의 어려운 문제, 그리고 한국과 이웃 나라들 사이의 어려운 문제를 새로이 공정하게 조사할 “미래를 여는 역사”였다. 그와 그 후임자의 임기가 끝난 뒤, 남한은 마침내 하나의 통합된 국가가 되었고, 모든 정통과 이단의 ‘관점들’이 표현되었으며, 북한과의 화해에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대다수 국민의 마음속에서 북한의 이미지가 바뀌었다. 사악한 공산주의자 악마들이 아니라 정신 나간 삼촌이 이끄는 형제들이자 사촌들이었다. 2007년 4월 김대중의 후임자인 노무현 대통령은 중요한 연설에서 일본의 지도자들이 이웃 나라와 공동의 이해에 도달하려 하지 않고 1930~40년대에 선조들이 한 일을 정당화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국내에서든 국가 간에든 진정한 화해는 오로지 역사적 진실의 토대 위에서만 가능합니다.” - 316~317쪽, 9장 진혼곡: 화해의 길에 들어선 역사
결국 한국전쟁은 20세기의 가장 파괴적이고 가장 중요한 전쟁 중 하나로 이해될 것이다. 300만 명이나 되는 한국인이 사망했고, 그중 최소한 절반은 민간인이었다(태평양전쟁에서 사망한 일본인이 230만 명이었다). 이 전쟁은 일본의 해안에서 가까운 곳에서 사납게 일었기에 그 나라의 부흥과 산업화를 강력히 촉진했으며, 어떤 이들은 이를 “일본의 마셜플랜”이라고 비유했다. 전쟁 이후 두 한국은 서로 마주한 채 경제개발에서 경쟁했고, 그 덕에 두 나라는 현대 산업국가로 바뀌었다. 마지막으로 1950년 후반 여섯 달 동안 방위비가 거의 네 배로 증가하면서 미국의 광범위한 해외 기지를 구축하고 국내에서 안보국가를 수립한 것도, 그리고 미국을 세계의 경찰국가로 만든 것도 제2차 세계대전이 아니라 바로 한국전쟁이었다. - 325쪽, 9장 진혼곡: 화해의 길에 들어선 역사
'♣ 책 도서관 ♣ > - 역사, 정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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