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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사라사테, 카르멘 환상곡(Carmen Fantasy, Op.25)

Bawoo 2014. 2. 2. 19:33

 

사라사테, 카르멘 환상곡

Carmen Fantasy for Violin & Orchestra Op.25

Pablo de Sarasate 1844∼1908

 

 사라사테가 작곡한 민속 선율의 음악들은 “신선한 장밋빛 볼을 가진 시골 소녀와 같다”라고 전 시대의 위대한 바이올린 교사이자 저명한 저술가로 유명했던 칼 플레쉬는 표현한 바 있다. 이러한 그의 열정은 스페인 취향의 작품들만에 국한된 것으로서 다른 작품들에서는 덜 표현된 것으로 알러져 있지만, 실제로 그의 많은 작품들을 일별해 보면 이러한 스페인적인 영감들이 공통적으로 등장하고 있음을 간파할 수 있다.

 

 

sarasate_carmen_anne_sophie_mutter (안네 소피 무터)


전악장 이어 듣기

 

 Sarasate Carmen Fantasy Anne-Sophie Mutter

 Sarasate Carmen Fantasy
Anne-Sophie Mutter, violin
Tanglewood Youth Orchestra
Andris Nelsons, conductor
(summer 2012)

 

사라사테는 1844년 스페인의 도시 팜플로나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전속 밴드 마스터였는데 사라사테가 어린 시절 그의 가족은 라 코루나라는 도시로 이주하게 되었다. 여기서 소년 사라사테는 처음으로 바이올린 레슨을 받게 되었고 곧 아버지의 실력을 따라잡으며 8살에는 첫 공개 연주회를 열었을 정도로 두각을 나타낸다. 이후 마드리드로 옮겨간 파블로는 이사벨라 2세 여왕의 후원을 받으며 파리 콘서바토리로 유학을 떠나 정-델핑 알라르를 사사했다. 1857년부터 58년 사이에 사라사테는 1등상을 거머쥐며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사라사테

 

1860년 파리에서 데뷔 리사이틀을 가진 사라사테는 런던을 비롯해 유럽 전역과 미국, 남 아메리카 등지에서 연주회를 가지며 국제적인 명성을 쌓게 되었다. 경험이 부족한 젊은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커리어의 초창기에는 유명 성악가들의 보조 연주가이자 살롱 연주자로서 활동했다. 그러나 그의 진정한 명성은 유명한 음악을 바이올린을 위해 편곡하여 연주하는 작업을 통해 알려지게 되면서부터다. 당시의 많은 바이올리니스트는 자신의 자작곡과 편곡 작품들을 연주함으로써 진정으로 독립적인 바이올리니스트로의 세계적인 명성을 쌓을 수 있었다.

 

특히 사라사테는 바이올린 연주의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꾼 극소수의 바이올리니스트 가운데 한 명으로 추앙받는다. 그의 연주에서 과연 어떤 모습들이 그를 이토록 역사적인 연주자로 자리매김했을까? 황홀하면서도 강렬한 톤과 당시로서는 신선하게 다가왔던 폭이 넓으면서도 지속력 높은 비브라토의 사용, 완벽한 왼손 자판 운지와 힘찬 오른손의 보잉, 자신의 작품만이 아니라 모든 작품을 아우를 수 있는 엄청난 레퍼토리 등을 꼽을 수 있을 텐데, 이렇듯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던 사라사테에게 당대 많은 작곡가들은 앞다투어 자신의 작품을 헌정했다.

 

1908년 세상을 뜨기 직전 그는 다행스럽게도 소수의 레코딩을 남긴 탓에 우리는 그의 명성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님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1903년 파리에서 그는 자신의 자작곡들과 더불어 바흐의 [파르티타 3번 BWV1006] 가운데 [전주곡]과 쇼팽의 [녹턴]을 녹음했는데, 한결 같이 비르투오소로서의 경탄할 만한 테크닉과 외젠느 이자이에 비견할 수 있는 우아한 정취와 폭넓은 비브라토, 감각적인 선율에 대한 감수성을 보여준다.

 

특히 [찌고이네르바이젠]에서의 대범한 스케일과 빛을 발하는 테크닉, 미끄러지는 듯 환상적인 아르페지오, 귀족적이면서도 뜨거운 열정 등은 라흐마니노프가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녹음들처럼 후대 연주자들에게 있어서 절대적인 기준으로 그 가치는 지금까지도 퇴색하지 않고 있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로 명성을 날린 사라사테

 

누구보다도 고귀하면서도 예술적인 톤을 구사했던 사라사테의 예술적 창조력은 점차 감각적이면서도 랩소디적인 경향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이렇듯 자유분방한 연주 스타일은 청중들에게 더욱 신기한 체험의 순간으로 다가왔고 해를 거듭할수록 청중들은 사라사테의 연주에 더욱 더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작곡가로서의 명예와 연주자로서의 명성, 스페인 왕실의 비호를 등에 업은 사라사테는 당대 가장 많은 부를 쌓은 연주자로 기록된다. 그의 삶에는 ‘성공’ 그 이외의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비네야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 랄로의 [스페인 교향곡], 생상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과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브루흐의 [스코틀랜드 환상곡] 등 그가 헌정받은 작품들은 지금까지도 바이올린 명곡으로서 한결같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편 그가 작곡한 [찌고이네르바이젠], [바스크 기상곡], [호타 아라고네사], [나바타], [서주와 카프리스 호타], [서주와 타란텔라], [파우스트 환상곡], [블랑셰 부인을 위한 환상곡], [비바 세비야!]를 비롯하여 수많은 호타 및 자파테아도, 하바네라와 같은 민속적 작품들(스페인 무곡을 사용한), 쇼팽 피아노 음악 편곡 등등의 많은 바이올린 소품들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오페라 [카르멘]의 명장면을 재해석하다

 

사라사테의 많은 작품들 가운데에서 [찌고이네르바이젠]과 더불어 [카르멘 환상곡]은 지금까지도 널리 사랑받는 명곡으로 손꼽힌다. 1883년에 작곡된 [카르멘 환상곡]은 조르쥬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에 등장하는 명장면들을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린 독주를 위해 축소, 정리, 편곡한 작품으로서, 사라사테의 초인적인 테크닉과 탁월한 극적 감수성이 집약되어 있는 명곡 가운데 명곡이다.

 

 

4막 전주곡인 아라고네이즈, 1막에 등장하는 하바네라, 세기디야, 2막에 등장하는 집시들의 춤이 차례로 등장하는 이 작품은 바이올린의 트릴, 겹음, 트레몰로, 플래절렛, 피치카토 등등이 현란하게 펼쳐지며 연주자로 하여금 고도의 비루투오시티와 드라마틱한 추진력을 요구한다. 모든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난곡 가운데 난곡으로서, 테크닉도 어렵지만 오페라 원곡에서 기인하는 사랑과 질투의 희비쌍곡선이 만들어내는 연출적인 효과를 극적이고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것 또한 지극히 어렵다.

 

사라사테의 이 초인적인 편곡에 자극을 받아 20세기는 왁스맨의 [카르멘 환상곡]을 비롯하여 부조니의 [카르멘 주제에 의한 소나티네], 호로비츠의 [카르멘 환상곡], 셰드린의 [카르멘 모음곡] 등 악기와 장르를 가리지 않은 많은 카르멘 편곡들이 공연 레퍼토리로 자리잡으며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위대한 미국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인 앨버트 스팔은 사라사테에 대한 다음과 같은 언급을 남긴 바 있다.

 

“개똥지빠귀처럼 노래를 부르는 그의 바이올린에서는 일체의 테크닉적인 난해함을 내던져버린 우아함과 자연스러움이 충만한 편안한 분위기만이 흘러나온다.”

 

이러한 표현은 그의 연주만이 아니라 음악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을 텐데, 이러한 차원에서 [카르멘 환상곡]은 내용 없는 밋밋한 테크닉의 향연이 아니라 카르멘의 드라마틱하면서도 뜨거운 집시의 삶과 돈 호세의 비장함이 배어나오는 또 다른 의미의 작은 오페라라고 말할 수 있다.

 

 

 

 

출처 : 클래식 사랑 그리고 인생
글쓴이 : 클래식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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