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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단편소설 모음집] 정혜 - 우애령

Bawoo 2019. 11. 10. 20:52

 

정혜

정혜 - 우애령
 
[소감] 우애령 작가는 도서관에서 깊은 이란 작품을 발견, 읽게 되면서 좋아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해놨었다.  이번에 읽은 이 단편소설 모음집도 이런 연유로 읽게 되었다. 어떤 소재를 어떻게 소화했을까가 궁금해서였다. 소재는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의 아픔을 다룬 게 많았는데 별로 안 좋아하는 소재임에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작가의 힘에 이끌려 끝까지 다 읽어냈다. 

 

 

목차

작가의 말

 

[실린 작품]

* 정혜:우체국 출장소 직원으로 근무하는 이혼녀 정혜의 사랑을 찾는 이야기. 13살 때 친척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그 여파로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재혼을 한 뒤 딸을 독립시킨다. 성폭행 후유증으로 결혼도 실패하고 우체국 출장소에서 아무런 낙도 없이 살아가는데 소설을 쓰는 남자가 다가온다. 인연은 쉽게 이어지지 않는데 원인은 소설가의 의도치 않은 약속 어김-밀린 잠을 자다 그랬다- 때문. 티비에 자신을 성폭행한 친척이 이젠 유명 인사가 되어 선행을 하는 인간으로 나오는 것에 살의를 느껴 칼을 준비하고 기르던 고양이도 집에서 내보내고 나서는 데 소설가가 뒤따라 온다. 사랑의 결실이 맺어질 것 같은 암시로 작품은 끝난다. 

[김지수 주연의 "여자 정혜"란 제목으로 영화화된 작품: 낭독 영상- width="https://www.youtube.com/embed/tJ1jLVh6QZw" t

* 그림자 없는 사람: 좀 난해한 작품. 부동산 투기로 큰 돈을 번 나의 작은 아버지에게는 정우라는 사촌형이 있다. 그런데 이 형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그림자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부도덕한 축재에 반항하던 사촌형은 급기야 정신병원 신세까지 지게 되는데 문제는 심리학 전공 대학원생인 나도 그림자가 안 보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 사촌형이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에서 생긴 거라면 화자인 나는?

 

*아직도 사랑하는가:유능한 사업가 남편과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서인이란 여인에게 어느날 과거 사랑했던 남자의 아내로 부터 그 사랑했던 남자에게 보냈던 편지가 동봉되어왔다. 검사가 된 남자는 교통사고로 죽었다.  부모의 반대로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남자.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

 

*오스모에 관하여: 맺어지지 못한 사랑 이야기. 정신과 의사 영우는 사랑하는 여자인 간호사 명희와 결혼을 못 했다. 자신을 홀로 키운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을 정도로 반대한 때문이었다. 반대 이유는 가난한 데다가 엄마라는 여자가 불륜으로 집을 나가버린 때문. 명희는 미국으로 유학 가서 의사와 결혼해 살고 있다. 에이즈 관련 학회차 미국에 온 영우는 명희로부터 전화만 받는다. "우리는 함께 있는 거예요. 서로 잊지 않고 있으면요"라는 말만 하고 만남은 피해서이다.


* 가구: 배경은 미국. 유부남인 남자를 사랑했으나 배신당해 헤어지고, 정섭이란 남자와 한 번 결혼한 경력이 있으나 현재는 미혼인 간호사 윤애. 그녀에게 배신한 남자로부터 연락이 온다. 전 남편 정섭에게서 들었다고 하면서. 윤에는 승낙하고 대신 복수를 꿈꾼다. 둘이 가구가 아름다운 방의 침대에 있는 사진을 찍어 남자의 아내 그리고 남자에게 보낼 생각이다. 사랑한 사람을 배신한 댓가가 어떤지 알게 할 생각에서이다.


* 숲을 지나서: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분신 자살한 남자-김철진-를 아버지로 두고 있는 수혜. 아버지란 남자는 자신의 분신이 잉태된지도 모르고 죽었다. 어머니 정희는 자신의 삶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딸 수헤는 자신은 태어나면 안 됐을 존재로 생각한다. 결국 학교를 중간에 그만두고 장애인을 돌보는 보모를 자원한다. 어머니 정희는 딸이 돌아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날만 앞에 남아있다.


* 아프리카에서 온 편지:애정없는 결혼생활을 해 온 40대 직장 여성이 새로운 사랑을 위해 이혼한 이야기.  

 

* 외출 : 의처증인 남편으로부터 벗어나는 이야기


* 심판석에서 내려오다: 미국에서 아내, 딸과 유학 중 아내의 부정을 알고 살해했으나 정신착란으로 인정받고 무죄 평결을 받아 정신병원에 3년간 있다가 나와 한국에 있는 이모 손에서 자라고 있는 12살 된 딸-정아-을 찾는 이야기.

 

* 소풍 : 아버지가 다른 두 자매-정호, 정현-가 아버지 산소를 찾아와 펼치는 가족들의 이야기. 언니 정호는 남편의 바람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은 결혼 생활을, 동생 정현은 유부남과의 맺어질 수 없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북에 아내와 자식을 두고 온 아버지는 떠돌이 생활을 하는데 어머니는 이를 못 견디고 불륜을 저지르나 배신당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아버지는 이게 자신의 잘못임을 받아들이고 두 딸이 대학을 나올 때까지 정착하여 생활하다가 다시 떠돌이 생활을 한다.


* 뗏목 위에서 : 이제는 늙어 치매기가 있는 어머니가 막내딸인 주인공-영주라는 이름-을 월남할 때 죽이려고 했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다른 자식- 아들 3명-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런 생각을 했었다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주인공은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어느 가족이나 다 한 번쯤은 그런 생각을 한다면서.


* 거제에서: 반공포로였던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거제도를 온 미국 거주 철호라는 이름을 가진 주인공의

가족 그리고 거제도 포로 수용소를 중심으로 한  우리 현대사 이야기.

 

우애령: 1945년 서울 출생. 이화여대 독문과 졸업, 연세대 사회사업 박사학위 받음. 주요작품으로 장편소설 <행방>, 창작집 <당진김씨>, 그림이 있는 이야기책 <숲으로 가는 사람들>, 에세이집 <사랑의 선택>, <희망의 선택>, <자유의 선택>, 역서 <행복의 심리> 등이 있다.

 

출판사서평

 

제9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수상작/ 제5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넷팩상 수상
선댄스영화제 공식 초청 영화-<여자, 정혜>의 원작소설

새봄의 기운에 화답하듯, 새로운 사랑소설 12편이 담긴 창작집 《정혜》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작가 우애령이 《당진 김씨》 이후 3년 만에 새롭게 묶어 내는 두 번째 창작집이다.
첫 번째 창작집 《당진 김씨》가 농촌마을을 배경으로 우리들의 근원적인 심성을 돌아보는 진지한 소설집이었다면, 《정혜》에 실린 작품들은 상처받은 이들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들이다.
표제작의 주인공 정혜의 의문처럼-인생은 하나의 어려운 수수께끼다. 그리고 사랑만이 이 수수께끼를 푼다.
정혜는 우체국 카운터 뒤에서 조심스럽게 세상을 내다본다. 어린 시절의 상처를 안고 정혜는 사랑하지도 사랑받지도 못하며 혼자 메마르게 살아간다. 처음으로 스며드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며 슬픔을 알게 되는 그녀는….
이 작품은 독자로 하여금 주인공 정혜의 다양한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독특하고 감각적 문체와 묘사로, 발표 당시 주목을 받았다.
“사랑이란 과연 모든 상처를 덮고 치유할 만큼 강렬한 것인가? 아니면 오히려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겨주는 것일까?” 라고 묻는 작가, 그러나 정작 작가는 <정혜>를 통해 사랑이야말로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다시 강조하고 있다. 마치 늦추위 속의 한줄기 훈풍이 봄의 희망이듯….
그 남자와 나란히 걸어가는 정혜의 마지막 뒷모습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신도 사랑을 하느냐고?

표제작 외에 실린 11편의 작품들은 작가의 독특한 이력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우리 사회 곳곳의 다양한 이들이 소설의 화자로 등장하고 주제 또한 다채로워 읽는 맛을 더해준다.
작가의 등단작으로서, 자기 인생의 종말을 미리 알아버린 오스모의 이야기에 빗대어 인생과 사랑의 쓸쓸함을 풀어가는 <오스모에 관하여>가 눈길을 끈다.
또한 누구도 그 실체를 정확히 밝혀내지 못한 사랑의 열병과 회복, 그리고 지속에 관한 이야기 <아직도 사랑하는가>, 존재감을 상실하고 자기 그림자를 찾아 헤매는 젊은이의 탄식인 <그림자 없는 사람>은 ‘과연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상처받은 사랑의 반전을 담은 <가구>, <외출>, <아프리카에서 온 편지>는-공허와 고통뿐인 사랑에서 탈출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독특한 구조로 펼쳐내고 있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 <뗏목 위에서>뿐만 아니라, 가족간의 사랑과 화해가 잔잔하게 읽히는 소설들이 눈에 띈다. 아버지의 추억을 읊조리며 소풍 같은 인생을 꿈꾸는 두 자매의 산책인 <소풍>은 읽는 이의 마음을 애잔하게 한다. <거제에서> 역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둘린 3대의 가족사를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한편 미국 유학생의 아내 살인사건을 다룬 <심판...석에서 내려오다>의 충격과 슬픔은 너무나 강렬하다.

창작집 《정혜》의 가장 큰 미덕은 ‘공감’이라는 데 있다. 작가 자신이 밝혔듯이 《정혜》는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열두 편의 사랑 이야기 속에, 읽는 이들의 사랑도 어딘가에 있다는 것이다.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사랑이 아니라 바로 나와 우리의 사랑 이야기,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던지는 진지한 질문이 《정혜》의 가치를 더욱 빛내준다.
그것은 오랫동안 상담전문가로서 숱한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해온 작가의 의식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그대로 작품에 투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이러한 공감과 성찰, 그리고 따뜻함 때문에 소설 <정혜>를 원작으로 한 영화에 세계 유수의 영화제가 갈채를 보냈던 것이다.(영화 ‘여자, 정혜’는 “개인적인 상처를 지닌 젊은 여자의 내면을 섬세하고 정확한 영화적 묘사로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으며 제9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상을 받았고, 선댄스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었으며, 제5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넷팩상을 수상하였다.)

<정혜>의 열렬한 독자로서, ‘여자, 정혜’란 제목의 영화를 만들어낸 영화감독 이윤기의 말은, <정혜>의 진가를 대변해준다.
“단편 소설 ‘정혜’를 처음 읽은 후, 오랫동안 그 글이 잊혀지지 않았다. 평범해 보이지만 깊이 상처받은 고독한 한 사람의 일상이 그대로 살아서 내게 스며드는 것 같았고, 소설을 영화로 옮기는 2년여의 제작 과정 동안 내내 ‘정혜’와 함께 산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녀의 캐릭터에 이루 말할 수 없이 강한 애정을 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