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ydn, Symphony No.82 in C major 'L'Ours'
하이든 교향곡 82번 ‘곰’
Franz Joseph Haydn
1732-1809
Roger Norrington, conductor
Camerata Salzburg
Mozarteum, Salzburg
2000
하이든의 교향곡 82번은 프랑스의 프리메이슨 그룹 ‘올림픽 동맹’으로부터 의뢰받은 6곡의 ‘파리 교향곡’(교향곡 82번부터 87번) 중 한 곡이다. 이 곡은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화려한 음향효과가 나타날 뿐만 아니라 푸가와 이중변주 등의 고도의 작곡 기법이 잘 어우러지고 있어 ‘파리교향곡’ 전 6곡 가운데서도 최고 걸작으로 손꼽힌다. 대중성과 예술성 두 가지 면에서 모두 성공적인 작품이라 할 만하다. 교향곡 82번은 ‘곰’이란 부제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부제는 1812년경에 독일의 작곡가 에른스트 루트비히 게르버가 집필한 음악사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게르버는 이 사전에서 하이든의 교향곡 82번의 마지막 악장이 ‘곰의 춤’에서 유래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아마도 이 교향곡 마지막 악장을 장식하는 백파이프 같은 베이스 음형이 옛 행상인들이 구경삼아 끌고 다니던 곰의 서투른 춤을 연상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프랑스 파리의 청중을 위해 작곡한 야심작
하이든이 교향곡 82번을 작곡하던 1786년 당시 그는 작곡가로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에스테르하지 궁정악장으로서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며 궁정의 모든 음악 행사를 관장하고 있었지만 궁 밖의 상황은 달랐다. 몇 년 전부터 하이든의 음악에 대한 소문이 널리 퍼져 외국의 음악애호가들은 하이든의 신작을 듣기를 열망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하이든의 명성을 이용해 이익을 보려는 이들도 늘어났다. ▶하이든이 봉직했던 에스테르하지 궁전.
하이든의 작품을 허락도 없이 외부로 빼돌린 궁정악단 단원이 생기는가 하면 무명 작곡가의 작품을 하이든의 작품이라 속여 파는 출판업자들도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이든의 고용주인 에스테르하지 후작도 어쩔 수 없이 하이든의 고용계약 조건을 변경해야 했다. 본래 하이든은 에스테르하지 궁정만을 위해 작곡할 수 있었지만 1779년 1월에 맺은 새 계약 이후 외부의 의뢰를 받아 작곡할 수 있었고 자기 작품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하이든의 교향곡 82번은 이런 상황 속에서 탄생한 하이든의 야심작이다. 그는 궁정에서 멀리 떨어진 프랑스로부터 작품을 의뢰받아 익명의 파리 청중을 위해 이 교향곡을 작곡했다. 하이든에게 교향곡을 의뢰한 파리의 ‘올림픽 동맹’ 오케스트라는 에스테르하지 궁정 오케스트라보다 그 규모가 훨씬 컸다. 파리의 악단은 40대의 바이올린과 10대의 더블베이스를 갖추고 있었으며 관악기와 타악기의 규모 역시 에스테르하지 궁정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하이든은 파리 오케스트라의 규모에 맞게 플루트와 오보에, 바순 등의 목관악기뿐 아니라 호른 2대와 트럼펫 2대, 팀파니까지 추가한 대 편성으로 교향곡 82번을 작곡했다. 관악기가 늘어나고 팀파니가 추가됨에 따라 더 많은 현악 연주자들이 연주에 참여하면서 오케스트라 사운드는 더욱 화려하고 충실해졌다.
Adam Fischer/Austro-Hungarian Haydn Orchestra - Haydn, Symphony No.82 'L'Ours'
Adam Fischer, conductor
Austro-Hungarian Haydn Orchestra
Haydnsaal, Esterházy Palace, Austria
1992.09
추천음반
하이든의 교향곡 82번의 추천음반으로는 프란츠 브뤼헨과 18세기 오케스트라(philips),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와 콘첸투스 무지쿠스 빈(DHM), 아담 피셔와 오스트리아-헝가리 하이든 오케스트라(Nimbus), 네빌 마리너와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Philips)의 음반을 꼽을 수 있겠다.
글 최은규(음악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및 동대학원 석사,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