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ydn, Symphony No.85 in Bb major 'La Reine'
하이든 교향곡 85번 ‘왕비’
Franz Joseph Haydn
1732-1809
Roger Norrington, conductor
Camerata Salzburg
Mozarteum, Salzburg
2000
하이든의 교향곡 85번은 하이든이 파리 청중을 위해 작곡한 6곡의 ‘파리 교향곡’ 중 가장 프랑스적인 교향곡이다. 1악장은 프랑스 오페라 서곡풍이며, 2악장은 프랑스 궁정에서 즐기던 가보트와 비슷하고, 3악장 역시 궁정무곡 미뉴에트로 되어 있다. 파리 청중에게 익숙한 요소들로 인해 1785년에 하이든이 이 곡을 완성했을 때 당대 청중들은 ‘파리 교향곡’ 전곡 중에서도 교향곡 85번을 가장 좋아했으며 그 인기는 19세기까지 이어졌다. 교향곡 85번은 하이든의 대표작으로 여겨질 만큼 인기가 있었던 탓에 1790년대에 대서양을 건너 미국의 필라델피아와 뉴욕에 처음 소개된 하이든의 작품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좋아했던 교향곡
1788년부터 교향곡 85번에는 ‘왕비’라는 부제가 붙었다. 이는 ‘프랑스의 왕비’의 약자로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인 마리 앙투아네트를 가리킨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이 교향곡을 좋아했다는 이유로 붙게 된 ‘왕비’라는 부제는 하이든의 교향곡 85번을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왕비’란 타이틀을 붙인 것이 하이든의 교향곡 악보를 팔기 위한 악보 상인들의 마케팅 전략이라 해석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 혁명 때 파리 고등법원 부속 감옥인 콩시에르주리에 갇혀서도 이 교향곡의 악보를 베낄 정도로 이 곡을 좋아했다고 한다. ▶프랑스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확실히 이 교향곡에 나타난 로코코 취향은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잘 어울린다.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의 딸로 태어나 프랑스의 루이 16세와 정략결혼을 한 그녀는 내성적인 왕과 함께 지내며 얻은 외로움을 사치와 향락으로 달래곤 했다. 베르사유 궁 안에서 화려한 의복과 장식품들에 둘러싸여 있던 그녀에게는 하이든의 교향곡 중 가장 세련되고 귀족적인 교향곡 85번이 마음에 들었으리라. 특히 ‘젊고 상냥한 리제트’라는 달콤한 노래 선율을 주제로 한 2악장의 장식적인 변주곡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호화롭게 개조한 프티 트리아농의 농촌 마을과 평화로운 전원생활을 연상시킨다.
교향곡 85번은 프랑스의 세련된 취향을 반영하고 있는 만큼 악기 편성은 절제되어 있다. 자극적인 트럼펫이나 강력한 팀파니는 이 교향곡에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플루트 1대와 오보에 2대, 바순 2대로 이루어진 목관악기 그룹에 금관악기인 호른 2대가 더해지고, 여기에 기본적인 현악기들이 편성되어 온화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파리 교향곡’ 중 교향곡 83번 역시 이 곡과 악기 편성이 비슷하지만 이 교향곡은 예기치 못한 극적인 변화로 놀라움을 안겨주는 작품이다. 반면 교향곡 85번에선 예상을 뒤엎는 변화나 충격적인 음악적 사건을 발견하기는 힘들다. 음악의 흐름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며 하나의 지향점을 향해 정돈된 움직임을 보여준다. 그래서 현대의 청중에게는 그 안정감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이 교향곡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특유의 세련된 형식미와 하이든 특유의 위트와 미소 짓게 될 것이다.
Adam Fischer/Austro-Hungarian Haydn Orchestra - Haydn, Symphony No.85 'La Reine'
Adam Fischer, conductor
Austro-Hungarian Haydn Orchestra
Haydnsaal, Esterházy Palace, Austria
1991
추천음반
하이든의 교향곡 85번의 추천음반으로는 프란츠 브뤼헨과 18세기 오케스트라(philips), 다니엘 바렌보임과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EMI),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와 콘첸투스 무지쿠스 빈(Deutsch Harmonia Mundi), 안탈 도라티와 필하모니아 헝가리카(Decca)의 음반을 꼽을 수 있겠다.
글 최은규(음악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및 동대학원 석사,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