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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하이든 교향곡 83번 ‘암탉’(Haydn, Symphony No.83 in G minor `La Poule`)

Bawoo 2014. 2. 10. 16:28

Haydn, Symphony No.83 in G minor 'La Poule'

하이든 교향곡 83번 ‘암탉’

Franz Joseph Haydn

1732-1809

Roger Norrington, conductor

Camerata Salzburg

Mozarteum, Salzburg

2000

 

Roger Norrington/Camerata Salzburg - Haydn, Symphony No.83 'La Poule'

 

교향곡 83번 ‘암탉’은 하이든의 교향곡 82번 ‘곰’과 마찬가지로 파리 청중을 위해 작곡된 6곡의 ‘파리 교향곡’(교향곡 82번부터 87번) 중 한 곡이이다. 오늘날 널리 통용되는 작품번호는 83번이지만 작곡 시기는 1786년에 완성된 교향곡 82번보다 한 해 앞선 1785년이다. 하이든이 남긴 편지에 따르면 교향곡 83번은 6곡의 ‘파리 교향곡’들 중 가장 먼저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작곡가 하이든의 위트와 재치를 느끼고 싶다면 이 교향곡을 듣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계속되는 반전과 재치 있는 전개, 고도의 아이러니가 정교한 작곡 기법과 잘 어우러진 교향곡 83번은 하이든의 전 작품 가운데 매우 독창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작품이라 할 만하다. 이 교향곡에 ‘암탉’이란 별명이 붙은 것은 1악장 제2주제부에서 오보에가 연주하는 부점리듬이 암탉 우는 소리와 닮았기 때문이다. 이는 이 작품의 코믹한 성격을 대변하며 이 교향곡을 유명하게 만들었다.

하이든의 독창적인 위트와 재치가 담긴 곡

교향곡 83번의 악기 편성은 다른 ‘파리 교향곡’에 비해 간결하다. 교향곡 82번에는 팀파니와 트럼펫이 편성된 데 비해, 교향곡 83번은 팀파니와 트럼펫 없이 플루트와 오보에, 바순, 호른, 그리고 현악기만으로 연주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입부의 강렬한 음향은 교향곡 82번을 능가할 정도다. 1악장이 시작되자마자 악센트가 붙은 g단조의 통렬한 화음은 매우 강한 인상을 주며, 두 번째 마디의 C#음이 만들어내는 찌르는 듯한 불협화음은 충격적이다. 이른바 ‘질풍노도’ 양식을 따른 음악이라 할 만하다. 1악장 2주제의 오보에 리듬이 암탉의 뒤뚱거리는 걸음새를 닮았다.

이토록 격정적인 도입부를 들으면서 ‘암탉’이란 별명을 떠올리기는 힘들다. 물론 처음에는 이 교향곡이 유머러스하다는 생각도 전혀 들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 음악이 뿜어내는 그 심각하고 진지한 격정에 빠져들 것이다. 그러나 17마디째에 다시 주제가 반복되면서 경과구가 시작되면 음악은 슬그머니 밝은 장조로 바뀌기 시작한다. 그리고 33마디에선 경쾌한 춤곡 풍의 음악마저 들려온다. 그리고는 격한 슬픔과 분노의 음악이 언제 연주되었냐는 듯 난데없이 제2주제의 암탉 우는 소리가 우스꽝스럽게 들려온다. 하이코미디가 따로 없다. 심각한 표정으로 천연덕스럽게 농담을 던지며 관객의 폭소를 이끌어내는 개그맨의 연기를 음악으로 바꾸어 놓는다면 아마도 이런 것이리라.

하이든의 놀라운 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작곡에 있어 통일성과 논리적 흐름을 중요시했던 하이든은 대조적인 주제라 할지라도 항상 그들 사이의 연관성을 부여하곤 했다. 이 작품 역시 예외는 아니다. 제2주제에서 오보에가 연주하는 암탉 소리의 부점리듬은 사실 도입부의 격정적인 제1주제에서 온 것이다. 완전히 대조적인 두 가지 음악이 실상은 같은 뿌리를 지닌 셈이다. 대조와 반전의 묘미를 즐기면서도 통일성과 논리적 흐름까지 잊지 않는 하이든의 용의주도함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고도의 하이코미디는 고도의 지성을 바탕으로 하듯, 하이든 역시 정교하고 지적인 작곡 기법을 통해 이토록 위트 넘치는 음악을 만들어낸 것이다.

Dennis Russel Davies/SCO - Haydn, Symphony No.83 'La Poule'

Dennis Russel Davies, conductor

Stuttgart Chamber Orchestra

Mercedes Benz Center Stuttgart, Germany

1998~2009

음악적 긴장감과 예상치 못한 반전

2악장 안단테의 도입부는 1악장에 비해 고요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적어도 첫 22마디까지는 그렇다. 하지만 고요하면서도 편안하게 연주되던 음악이 갑작스런 f(포르테, 강하게)로 바뀌는 순간 16분음표들이 빠르게 연주되며 매우 무례하고 과격한 느낌을 준다. 이는 단 한 마디에 불과하지만 그 충격적인 반전은 듣는 이에게 강한 인상을 준다. 이윽고 다시 4마디에 걸쳐 여린 음악이 이어지다가 이번에는 더욱 크고 강한 ff(포르티시모, 매우 강하게)의 충격이 가해진다. 이때 현악기는 32분음표의 격렬한 폭격을 시작되고 관악기들은 거칠고 큰 소리로 연주한다. 하지만 이 역시 겨우 2마디에 그치고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온한 음악이 계속된다.

평온한 음악 속에 간헐적으로 난폭한 음악이 끼어드는 방식은 ‘카프리치오’(capriccio, 기상곡)의 음악 양식을 닮았다. 본래 ‘카프리치오’라는 말 속에는 ‘변덕스럽다’거나 혹은 ‘일시적인 기분’이라는 뜻이 있으며, ‘카프리치오’라는 이름의 음악은 대개 짧고 경쾌하며 즉흥적이고 환상적인 성격을 보여준다. 하이든은 일찍이 건반악기를 위한 카프리치오를 작곡해 변덕스럽고 자유분방한 음악을 선보이곤 했는데, 이런 카프리치오 풍의 표현 방식은 교향곡 83번 2악장에 빈번히 나타나면서 음악적 긴장감을 부여한다.

1, 2악장의 독특한 성격 때문인지 3악장 미뉴에트에선 특별한 점이 느껴지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미뉴에트의 주제를 자세히 들어보면 일반적인 미뉴에트와는 다른 특이한 악센트가 두드러져 듣는 재미를 더한다. 본래 ‘강-약-약’의 3박자를 기반으로 한 이 우아한 궁정 무곡은 기괴한 강세 덕분에 뒤뚱거리는 느낌마저 든다. 이 악장에선 본래 강박인 제1박이 강조될 뿐만 아니라 약박이어야 할 제3박도 강조된 탓이다. 약박이 강조된 특유의 악센트로 인해 이 음악은 궁정의 미뉴에트가 아니라 소박한 렌틀러* 같기도 하다. 3,4 악장은 춤곡 풍의 음악으로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우리를 놀라게 한다.

4악장 역시 춤곡 풍의 음악이다. 반복되는 리듬 형으로 볼 때 바로크 모음곡의 마지막 악장을 장식하던 지그*와 많이 닮았다. 지그 풍의 춤곡 리듬은 이 악장 전체에 걸쳐 끊임없이 계속되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돌연 휴식을 취하며 우리를 놀라게 한다. 이는 하이든이 즐겨 사용했던 기법이다. 끊임없이 계속될 것만 같던 춤곡이 어느 순간 갑자기 멈추어버릴 때 그 예상치 못한 반전에 미소 짓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처럼 재기발랄한 위트와 거침없는 전개, 화려하고 자유분방한 표현이 넘치는 교향곡 83번은 하이든의 교향곡 가운데서도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렌틀러(Ländler) 오스트리아 고지대에서 추던 춤곡. 모차르트와 베토벤, 슈베르트, 말러 등의 작곡가들이 렌틀러 양식의 음악을 많이 작곡했다.

지그(Gigue) 영국과 스코틀랜드에서 추던 시골 춤곡으로, 특징적인 리듬 형이 있으며 보통 6박(복합2박)이나 3박으로 되어 있다. 지그는 모음곡의 마지막 악장에 주로 나타난다.

 

추천음반

하이든 교향곡 83번의 추천음반으로는 이 교향곡의 대조적인 요소를 강조해 긴장감을 자아내는 토머스 페이와 하이델베르크 심포니오케스트라의 음반(Hänssler)과 프란츠 브뤼헨과 18세기 오케스트라의 음반(philips)이 있고, 격정적 표현과 풍부한 음색이 강조된 아담 피셔와 오스트리아-헝가리 하이든 오케스트라의 음반(Nimbus), 메뉴인과 메뉴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음반(EMI)을 꼽을 수 있겠다.

 

최은규(음악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과 동대학원 석ㆍ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과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1.11.12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6986

 

출처 : 클래식 사랑방
글쓴이 : 라라와복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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