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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하이든 교향곡 85번 ‘왕비’(Haydn, Symphony No.85 in B flat major `La Reine`)

Bawoo 2014. 2. 10. 18:03

Haydn, Symphony No.85 in Bb major 'La Reine'

하이든 교향곡 85번 ‘왕비’

Franz Joseph Haydn

1732-1809

Roger Norrington, conductor

Camerata Salzburg

Mozarteum, Salzburg

2000

 

Roger Norrington/Camerata Salzburg - Haydn, Symphony No.85 'La Reine'

 

하이든의 교향곡 85번은 하이든이 파리 청중을 위해 작곡한 6곡의 ‘파리 교향곡’ 중 가장 프랑스적인 교향곡이다. 1악장은 프랑스 오페라 서곡풍이며, 2악장은 프랑스 궁정에서 즐기던 가보트와 비슷하고, 3악장 역시 궁정무곡 미뉴에트로 되어 있다. 파리 청중에게 익숙한 요소들로 인해 1785년에 하이든이 이 곡을 완성했을 때 당대 청중들은 ‘파리 교향곡’ 전곡 중에서도 교향곡 85번을 가장 좋아했으며 그 인기는 19세기까지 이어졌다. 교향곡 85번은 하이든의 대표작으로 여겨질 만큼 인기가 있었던 탓에 1790년대에 대서양을 건너 미국의 필라델피아와 뉴욕에 처음 소개된 하이든의 작품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좋아했던 교향곡

1788년부터 교향곡 85번에는 ‘왕비’라는 부제가 붙었다. 이는 ‘프랑스의 왕비’의 약자로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인 마리 앙투아네트를 가리킨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이 교향곡을 좋아했다는 이유로 붙게 된 ‘왕비’라는 부제는 하이든의 교향곡 85번을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왕비’란 타이틀을 붙인 것이 하이든의 교향곡 악보를 팔기 위한 악보 상인들의 마케팅 전략이라 해석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 혁명 때 파리 고등법원 부속 감옥인 콩시에르주리에 갇혀서도 이 교향곡의 악보를 베낄 정도로 이 곡을 좋아했다고 한다. 프랑스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확실히 이 교향곡에 나타난 로코코 취향은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잘 어울린다.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의 딸로 태어나 프랑스의 루이 16세와 정략결혼을 한 그녀는 내성적인 왕과 함께 지내며 얻은 외로움을 사치와 향락으로 달래곤 했다. 베르사유 궁 안에서 화려한 의복과 장식품들에 둘러싸여 있던 그녀에게는 하이든의 교향곡 중 가장 세련되고 귀족적인 교향곡 85번이 마음에 들었으리라. 특히 ‘젊고 상냥한 리제트’라는 달콤한 노래 선율을 주제로 한 2악장의 장식적인 변주곡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호화롭게 개조한 프티 트리아농의 농촌 마을과 평화로운 전원생활을 연상시킨다.

교향곡 85번은 프랑스의 세련된 취향을 반영하고 있는 만큼 악기 편성은 절제되어 있다. 자극적인 트럼펫이나 강력한 팀파니는 이 교향곡에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플루트 1대와 오보에 2대, 바순 2대로 이루어진 목관악기 그룹에 금관악기인 호른 2대가 더해지고, 여기에 기본적인 현악기들이 편성되어 온화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파리 교향곡’ 중 교향곡 83번 역시 이 곡과 악기 편성이 비슷하지만 이 교향곡은 예기치 못한 극적인 변화로 놀라움을 안겨주는 작품이다. 반면 교향곡 85번에선 예상을 뒤엎는 변화나 충격적인 음악적 사건을 발견하기는 힘들다. 음악의 흐름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며 하나의 지향점을 향해 정돈된 움직임을 보여준다. 그래서 현대의 청중에게는 그 안정감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이 교향곡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특유의 세련된 형식미와 하이든 특유의 위트와 미소 짓게 될 것이다.

Adam Fischer/Austro-Hungarian Haydn Orchestra - Haydn, Symphony No.85 'La Reine'

Adam Fischer, conductor

Austro-Hungarian Haydn Orchestra

Haydnsaal, Esterházy Palace, Austria

1991

강하고 권위적인 1악장, 사랑스러운 로망스 2악장

1악장: 아다지오 - 비바체

1악장은 18세기 교향곡에 종종 나타나는 느린 서주로 시작한다. 권위적인 느낌을 주는 도입과 부점리듬(앞 음표가 점음표로 되어 있어 앞 음이 길고 뒤의 음이 짧은 리듬)은 전형적인 프랑스 궁정풍이다. 이는 태양왕 루이 14세가 즐기던 코미디 발레의 서곡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음악 이디엄으로 프랑스인이라면 매우 익숙한 음악 양식이다. 권위적인 부점리듬과 휘몰아치는 상행음계로 이루어진 느린 서주를 지나면 곧 빠른 비바체(vivace, 빠르게 연주하라는 악상 지시어) 부분으로 이어진다. 3박자의 리듬을 타고 흐르는 우아한 주제와 뒤따르는 빠른 상행음계는 빠른 템포의 미뉴에트를 연상시키며 프랑스 궁정의 분위기를 암시한다.

프랑스 춤곡을 닮은 1악장은 이처럼 처음 몇 분간은 전형적인 서주와 빠른 춤곡풍의 음악으로 안정된 전개를 보여준다. 하지만 제시부(음악작품에서 주제를 제시하는 첫 부분으로 문장에 있어서 서론의 역할과 비슷하다) 뒷부분에서 갑자기 격한 단조의 음악이 들려오는데, 이는 하이든이 이미 그의 교향곡 45번 ‘고별’ 1악장에 썼던 음악이다. 1악장 전체 구조로 봤을 때 이 부분은 중요한 주제 선율을 연결하는 경과구에 불과하지만 이 인용구가 던져주는 충격은 대단히 강하다.

‘고별 교향곡’ 악보는 당대 프랑스에서도 출판되었기에 이 곡을 아는 이들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고별 교향곡’을 아는 당대의 프랑스 청중이라면 이 장면에서 의문을 제기했으리라. 하이든이 궁정 악사들에게 휴가를 주기 위해 파업 시위용으로 작곡한 ‘고별 교향곡’의 격정적인 도입부가 프랑스 궁정음악 풍의 교향곡에 등장하는 까닭은 과연 무엇일까? 하이든이 1악장에 집어넣은 ‘고별 교향곡’의 선율은 당대에나 지금이나 수수께끼처럼 존재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1악장 발전부(제시부에서 제시한 주제들을 바탕으로 음악을 좀 더 변화무쌍하게 전개시키는 중간 부분)에서 경과구에 불과한 ‘고별 교향곡’ 인용구가 이 곡에서 극적인 긴장감을 일으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음악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2악장: 로망스. 알레그레토

‘로망스’라 불리는 2악장은 당시 유행하던 ‘젊고 상냥한 리제트’라는 노래에 바탕을 둔 4개의 변주로 되어 있다. 본래 로망스는 중세음악에서 유래한 사랑 노래를 가리키지만, 기악곡에 로망스라는 말이 붙었을 때는 서정적인 멜로디가 돋보이는 음악을 뜻한다. 이 곡 역시 그 길이는 짧지만 서정적이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로 가득하다. 하이든이 사용한 노래 ‘젊고 상냥한 리제트’는 당시 매우 잘 알려진 노래로 그 가사 내용은 이렇다. 프티 트리아농 내에 있은 앙투아네트를 위한 농촌 마을.

“연인들은 서로 잘 지내다가도 틀어지거나 변덕을 부리네. 하지만 젊고 상냥한 리제트는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네. 어린 리즈에게 말해주오. 이제 그녀의 때가 왔다고. 그녀의 연인을 위한 시간이 왔다고. 예쁜 여인은 콧대가 높다네. 그러나 그들도 사랑에 빠지지. 이제 곧 그녀도 사랑에 빠지리.”

프랑스 희극 오페라의 분위기를 닮은 이 노래는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었으며 작곡가 테오도르 폰 자허에 의해서도 교향곡에 도입되어 변주곡 주제로 사용되었다. 하이든은 교향곡 85번 2악장에 이 사랑스런 선율을 바탕으로 한 네 개의 장식적인 변주를 작곡해 ‘로망스’ 특유의 서정적이고 우아한 분위기를 살려냈다.

3악장: 미뉴에트. 알레그레토

3악장은 전형적인 프랑스 궁정 미뉴에트 풍으로, 우아하면서도 권위적인 느낌의 장식음으로 리듬이 강조된 것이 특징이다. 3악장 중간 부분을 장식하는 트리오 부분은 시골 춤곡의 소박한 분위기로 되어 있어 귀족적인 미뉴에트와 대조를 이룬다.

4악장: 피날레. 프레스토

4악장 역시 시골풍 춤곡의 느낌으로, 경쾌한 도입부 주제가 계속해서 간헐적으로 반복되는 론도 형식을 취하고 있다. 론도 형식은 처음의 주제를 A라고 했을 때 전체 음악이 ‘ABACAB’ 등으로 전개되면서 A의 주제로 자꾸 되돌아오는 형식을 가리킨다. 론도 형식은 당대 프랑스에서 매우 인기가 있었다. 그래서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작곡가 플레이엘은 그의 교향곡 마지막 악장을 거의 대부분 론도 형식으로 작곡했으나 하이든은 그의 ‘파리 교향곡’ 6곡 가운데 교향곡 85번의 4악장에만 론도 형식을 도입했다. 이런 사실만 보아도 하이든의 교향곡 85번만이 프랑스 취향에 맞춘 유일한 ‘파리 교향곡’이라 불리는 까닭을 알 수 있다.

 

추천음반

하이든의 교향곡 85번의 추천음반으로는 프란츠 브뤼헨과 18세기 오케스트라(philips), 다니엘 바렌보임과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EMI),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와 콘첸투스 무지쿠스 빈(Deutsch Harmonia Mundi), 안탈 도라티와 필하모니아 헝가리카(Decca)의 음반을 꼽을 수 있겠다.

 

최은규(음악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및 동대학원 석사,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2.01.11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7158

 

출처 : 클래식 사랑방
글쓴이 : 라라와복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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