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ydn, Symphony No.92 in G major 'Oxford'
하이든 교향곡 92번 ‘옥스퍼드’
Franz Joseph Haydn
1732-1809
Nikolaus Harnoncourt, conductor
Concentus Musicus Wien
Stefaniensaal, Graz
2001.07.
하이든의 ‘파리 교향곡’을 후원한 프랑스의 귀족 도니 백작은 하이든에게 새로운 교향곡을 의뢰했다. 하이든은 ‘파리 교향곡’ 스타일에 새로운 요소를 가미한 교향곡을 작곡해 백작에게 헌정했다. 이 곡이 바로 1789년에 완성한 교향곡 92번이다. 이 교향곡은 파리를 위해 작곡된 셈이지만 1791년 3월 11일에 영국에서 초연됨으로써 하이든의 말년을 장식한 ‘런던 교향곡’을 예고하는 작품이 되었다. 초연 당시 청중의 열광적인 요청으로 하이든의 교향곡 92번은 3월 18일과 4월 15일에 다시 연주되기도 했다.
옥스퍼드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하이든
교향곡 92번은 ‘옥스퍼드’라는 부제로 잘 알려져 있다. 이는 하이든이 옥스퍼드 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이튿날인 1791년 7월 7일에 옥스퍼드 대학에서 이 곡을 지휘했기 때문이다. 당시 옥스퍼드 대학에서는 하이든을 위해 7월 6일부터 3일간 음악회가 마련되었다. 그 중 공연 첫날인 6일에 하이든의 교향곡 92번이 연주될 예정이었으나 하이든이 예정보다 늦게 런던에 도착하는 바람에 리허설 시간이 부족해 교향곡 92번의 연주는 그 다음날로 미루어졌다. 공연일인 7일 아침, 하이든의 특별 요청으로 교향곡 92번의 오케스트라 리허설이 이루어졌다. 당시 하이든의 리허설에 대한 흥미로운 기록이 남아 있다. ▶교향곡 92번은 하이든이 옥스퍼드 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고 기념연주를 할 때 지휘를 해서 ‘옥스퍼드’라는 별칭이 붙었다.
“하이든은 교향곡의 짧은 아다지오 서주 부분부터 연습을 시작했다. 1악장의 서주는 3개의 뚜렷한 음으로 시작되는데, 오케스트라가 첫 음표 3개를 지나치게 강하게 연주하자 하이든은 ‘쉬! 쉬!’라고 말하며 끼어들었다.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멈추고 잘로몬이 하이든을 위해 통역을 했다. 그리고 오케스트라가 다시 서주의 첫 3음을 연주했으나 하이든은 여전히 마음에 들어 하지 않고 ‘쉬! 쉬!’라 외쳤다. 다시 침묵이 흘렀다. 이때 오케스트라 단원 중 독일인 첼리스트가 옆 사람한테 독일말로 ‘그는 첫 3음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데 나머지는 어떻겠어’라고 말했다. 그러자 하이든은 익숙한 독일어를 듣고 매우 기뻐했다. 그리고는 그가 영어로 그의 의사를 전달할 수 없음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바이올린을 집어 들어 첫 3음을 연주해 보였다. 그러자 오케스트라는 하이든의 의도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영국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첫 리허설에서 3개의 음표를 지나치게 강하게 연주했던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렇게 조용한 도입부는 거대한 교향곡을 시작하기에는 다소 약하고 이상해 보인다. ‘옥스퍼드 교향곡’은 하이든의 교향곡 가운데 규모가 큰 교향곡에 속하지만 1악장을 여는 첫 마디는 단지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연주하는 연약한 3개의 음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이 독특한 도입부를 그 다음 마디를 향해 가는 예비 박의 느낌으로 본다면 하이든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을 달래듯 편안하게 시작하는 도입부의 편안한 분위기는 서주의 13마디 동안 계속되는 현악의 부드러운 음색으로 더욱 강조된다. 14마디째 관악기가 합류하며 불협화음이 되면서 심각한 느낌으로 바뀌기도 하지만 어느새 알레그로 스피리토소(Allegro spiritoso, 빠르고 활기차게)로 템포가 빨라지면서 생기발랄한 제1주제로 이어진다. 첫 부분부터 악기의 색채감이 음악의 성격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효과를 자아낸다. 이는 하이든이 그의 후기 교향곡에서 얼마나 세련된 작곡기법을 구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가지 예가 된다.
뛰어난 악기의 색채감, 풍성한 음향
하이든은 본래 이 교향곡에 트럼펫과 팀파니를 편성하지 않았다. 초기의 편성을 보면 플루트 1대와 클라리넷이 제외된 2관 목관 편성에 호른 2대와 현악을 추가한 것으로 ‘파리 교향곡’ 정도의 규모를 보여준다. 하지만 하이든은 이 교향곡을 영국에서 많은 청중들 앞에 선보이기 위해 트럼펫과 팀파니를 추가했고, 이로써 좀 더 화려한 연주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교향곡 92번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현악 성부 중 첼로와 더블베이스 파트가 분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하이든 당대의 관현악곡에서는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똑같은 악보를 보고 연주했다. 더블베이스는 악보에 기보된 음보다 한 옥타브 낮은 음을 소리내기 때문에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같은 악보를 보고 연주하더라도 실제 소리 나는 음높이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이 연주하는 선율 자체는 별로 다를 것이 없다. 하이든은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같은 선율을 연주하는 당대의 관례를 깨고 그의 ‘옥스퍼드 교향곡’에선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완전히 다른 음을 연주하게 했다. 이로써 첼로와 더블베이스는 진정한 의미에서 분리된 성부로서 각자의 역할을 하게 되었고 오케스트라의 음향은 전보다 한결 풍부해졌다. 교향곡 92번이 ‘하이든의 영웅 교향곡’이라 불리는 까닭도 이런 혁신적인 면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Ivor Bolton/DR SymfoniOrkestret - Haydn, Symphony No.92 'Oxford'
Ivor Bolton, conductor
Danmarks Radio SymfoniOrkestret
2012.05.24
1악장: 아다지오 - 알레그로 스피리토소
구조적인 면에서도 이 교향곡은 매우 독특하다. 느린 아다지오의 서주로 시작하는 1악장은 21마디째 알레그로 스피리토소로 템포가 바뀌어 본격적으로 주요부로 진입하며 ‘제시부-전개부-재현부-종결부’라는 소나타 형식의 도식으로 따라 진행되지만 그 방식은 독창적이다. 1악장에서 주요 악상을 제시하는 제시부는 62마디이고 그 악상을 발전시키는 전개부가 42마디인 데 비해, 처음의 악상을 회상하고 정리하는 재현부가 무려 76마디로 매우 길며, 음악을 마무리하는 종결부도 32마디로 꾀 긴 편이다. 하이든은 재현부와 종결부에 무게 중심을 둔 특수 구조를 통해 1악장 후반부에 새롭고 놀라운 악상을 선보이며 듣는 이에게 참신한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2악장: 아다지오 칸타빌레
2악장은 매우 서정적일뿐 아니라 세심하게 사용된 불협화음으로 인해 듣는 이에게 갖가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명곡이다. 제1바이올린과 중복되는 플루트 솔로와 오보에 솔로의 아름다움은 매우 돋보이며 이 곡에 낭만적인 감성을 불어넣는다.
3악장: 미뉴에트. 알레그레토
3악장 미뉴에트는 매우 힘차면서도 재미난 음악이다. 중간 부분에 현악의 피치카토에 맞추어 등장하는 호른의 리드미컬한 연주와 그 뒤를 잇는 현악의 우아한 선율이 대비를 이루고 있어 흥미롭다.
4악장: 프레스토
4악장은 하이든 특유의 톡톡 튀는 주제로 시작하지만 하이든의 이전 교향곡의 그 어떤 피날레보다 특별하다. 바이올린의 주제 제시에 이어 플루트와 호른, 제2바이올린 등 여러 가지 악기들이 주선율과 대선율 등을 연주하며 다양한 색채감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하이든은 19세기 작곡가들이 사용한 악기에 비해 훨씬 적은 수의 악기만으로도 이토록 다채로운 음색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추천음반
하이든 교향곡 92번 ‘옥스퍼드’의 추천음반으로는 조지 셀과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Naxos), 브루노 발터와 파리음악원 오케스트라(RADIEX), 사이먼 래틀과 베를린 필하모닉(EMI), 아담 피셔와 오스트리아-헝가리 하이든 오케스트라(Nimbus)의 음반이 있다.
글 최은규(음악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졸업,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 월간 <객석>,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과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