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ydn, Symphony No.95 in C minor
하이든 교향곡 95번
Franz Joseph Haydn
1732-1809
Kees Bakels, conductor
RTVE Symphony Orchestra
하이든의 교향곡 95번은 하이든이 런던 청중을 위해 작곡한 ‘런던 교향곡’ 12곡 가운데서도 가장 특이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이 교향곡은 ‘런던 교향곡’ 12곡 가운데 유일하게 단조로 시작하는 음악일 뿐만 아니라 3악장에는 매우 긴 첼로 솔로가 나타나며 피날레엔 변형된 론도 형식이 사용된데다 난해한 푸가까지 등장해 놀라움을 준다. 하이든은 때때로 그의 음악작품에서 놀라운 반전과 유머 감각을 보여주기는 했으나 기본적으로는 음악적인 일관성과 논리성을 추구했던 음악가다. 그러나 교향곡 95번에서만큼은 악장 간의 일관적인 흐름이나 통일적인 면모를 찾아보기 힘들며 매우 다양한 음악 양식이 출현하고 있어 작품 전체가 하나의 ‘실험의 장’인 듯 느껴진다. 따라서 이 교향곡을 둘러싼 음악학자들의 해석도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교향곡이 매우 다양한 스타일을 따르고 있다는 점이며, 그래서 현대인들에겐 더 흥미로운 교향곡이다.
다양한 음악 양식이 출현하는 실험적 작품
1791년에 교향곡 95번을 완성한 하이든은 그 해 4월 1일에 런던 하노버스퀘어 콘서트홀에서 이 작품의 초연을 이끌었다. 하이든은 초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1악장 재현부에 바이올린 독주 선율을 추가하는가 하면, 나중에 2악장 안단테(Andante, 걷는 듯 느린 템포로)에 칸타빌레(cantabile, 노래하듯이)라는 악상 지시어를 첨가하기도 했다. 그런 까닭에 악보에 따라서는 하이든이 첨가한 바이올린 독주 선율이나 악상 지시어가 빠져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발매된 대부분의 음반에서 하이든이 새로 고친 악보에 따라 1악장 재현부의 바이올린 솔로를 넣어 연주하고 있다.
하이든이 교향곡 95번의 1악장에 바이올린 솔로 멜로디를 새롭게 추가한 것은 음악적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런던 교향곡’ 시리즈 공연을 기획한 잘로몬을 기쁘게 하기 위한 의도도 있었던 것 같다. 잘로몬은 하이든에게 런던 청중을 위한 교향곡을 의뢰한 공연기획자이기도 하지만 본래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다. 그는 베토벤과 마찬가지로 독일의 본에서 출생한 음악가로 소년 시절부터 본의 궁정 음악가로 활동한 후 라인스베르크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다가 말년에는 런던을 근거지로 삼아 활발한 연주활동을 했다. ▶하이든의 교향곡을 런던 청중들에게 소개한 공연기획자 잘로몬.
잘로몬은 바이올린 연주뿐만 아니라 공연기획자로서도 매우 유능해, 공연문화가 번성한 당대 런던에서 예약 연주회 시리즈를 기획하여 큰 인기를 끌었다. 하이든의 런던 교향곡 12곡도 바로 이 연주회를 통해 소개되었다. 당시 잘로몬은 음악회가 열릴 때마다 직접 악장으로서 악단을 이끌며 무대에 서기도 했다. 아마도 하이든은 연주회에서 잘로몬이 좀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교향곡 95번의 리허설 중에 바이올린 독주 부분을 급히 추가했을지도 모른다. 1악장의 바이올린 멜로디는 리허설 중 갑자기 추가된 탓인지 길이도 짧고 간단하지만 바이올린의 사랑스런 느낌이 잘 드러난다.
Antal Dorati/Philharmonia Hungarica - Haydn, Symphony No.95
Antal Dorati, conductor
Philharmonia Hungarica
Marl, 1972
추천음반
하이든의 교향곡 95번의 추천 음반으로는 카를 슈리히트와 슈투트가르트 방송교향악단(Hänssler), 아담 피셔와 오스트로 헝가리 하이든 오케스트라(Nimbus), 제프리 테이트와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EMI), 귄터 헤르비히와 드레스덴 필하모닉오케스트라(CCC)의 음반이 있다.
글 최은규(음악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졸업,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 월간 <객석>,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과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