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ydn, Symphony No.96 'The Miracle'
하이든 교향곡 96번 ‘기적’
Franz Joseph Haydn
1732-1809
Roger Norrington, conductor
SWR Radio-sinfonieorchester Stuttgart
Liederhalle Stuttgart, Stuttgart
1999.09
하이든의 교향곡 96번이 연주되던 1791년 3월, 하이든이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 위해 무대로 모습을 드러내자 런던 청중들은 거장의 모습을 좀 더 가까이 보기 위해 무대 바로 앞까지 몰려들었다. 하이든의 새로운 음악을 듣기를 열망했던 그들은 하이든의 등장에 한껏 들뜰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청중들이 무대 가까이 다가가는 바람에 연주 홀 중앙은 텅텅 비어 있었다. 드디어 하이든의 신작 교향곡의 연주가 시작됐고 사람들은 하이든의 음악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홀 중앙 천장에 매달려 있던 거대한 샹들리에가 무시무시한 굉음을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샹들리에는 산산조각이 나버렸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크게 놀랐다. 더 놀라운 것은 홀 중앙의 샹들리에가 떨어졌음에도 중상을 입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만일 그 자리에 있던 청중들이 하이든을 보기 위해 앞쪽으로 자리를 옮기지 않았다면 최소한 30여 명의 사람들이 참변을 당할 뻔했다. 그때 한 사람이 “기적이다! 기적이야!”라고 외쳤다. 이로 인해 그날 연주된 하이든의 교향곡 96번에는 ‘기적’이란 부제가 붙게 되었다.
이것이 하이든의 첫 번째 전기 작가인 알버트 크리스토프 디에스가 하이든 전기에 소개한 ‘기적’이란 부제의 유래다. 그러나 나중에 알려진 바로는 교향곡 96번이 연주되던 음악회에서 샹들리에 사건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1795년 2월 2일에 교향곡 102번이 연주될 때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든의 교향곡 96번이 기적적인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이 곡에는 여러 음악 양식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하이든의 독창성이 기적처럼 드러나고 있으니 말이다.
2악장 앙코르를 요청한 청중들의 열광적인 반응
교향곡 96번은 하이든이 런던 청중을 위해 작곡한 12곡의 ‘런던 교향곡’ 중 첫 번째 작품이다. 하이든은 이 교향곡을 1791년에 완성해 그 해 3월 11일에 런던의 하노버 스퀘어 룸에서 초연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날 공연은 하이든의 첫 런던 연주회였으나 정확히 어떤 곡이 연주됐는지 정확한 자료가 남아 있지 않고 단지 하이든의 새로운 대 교향곡이 연주되었다는 기록만 있다. 많은 학자들이 당시 여러 정황으로 보아 그날 하이든의 1789년 작품인 교향곡 92번과 더불어 하이든의 신작 교향곡 96번이 연주되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하이든은 런던에서 최고 인기 작곡가로 통했다.
당시 이 연주회에서 교향곡 96번의 느린 2악장은 청중의 요청으로 다시 한 번 연주되었다. 이는 런던에서는 전례가 없는 일로, 하이든의 음악이 런던 청중들에게 얼마나 깊은 감명을 주었는지를 알려준다. 하이든의 일기장을 보면 그날 공연에서 런던 청중들이 3악장 미뉴에트도 앙코르 요청을 했으나 하이든이 이를 거부했다고 나와 있다. 사실 교향곡에서 작곡가가 음악적으로 더 큰 비중을 두는 악장은 1악장과 4악장이지만, 당대 런던 청중들은 간주곡 풍의 2, 3악장에 더 끌렸던 모양이다.
하이든은 교향곡 96번에서 클라리넷을 제외한 목관악기를 2대씩 편성한 2관 편성에 호른 2대뿐만 아니라 트럼펫 2대와 팀파니를 넣어 화려하고 축제적인 팡파르 풍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1악장은 특히 매우 뛰어난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19세기의 악보 편집자들에 의해 하이든의 악보가 왜곡되는 불상사도 있었다. 악보에 따라서는 1악장 서주에 하이든이 의도하지 않았던 팀파니 연주가 추가되거나, 1악장에 추진력을 부여하는 트럼펫의 공격적인 성격이 약화되어 있다. 또한 2악장에서 하이든이 특별하게 사용한 팀파니 연주를 삭제하거나 3악장 미뉴에트의 3째 마디 마지막 박자에서 미묘한 뉘앙스를 만들어내는 g음을 g#으로 바꾸어버린 악보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발매되고 있는 하이든 교향곡 음반의 대부분은 하이든의 본래 의도를 살린 원전 판을 따르고 있다.
Bruno Walter/NYP - Haydn, Symphony No.96 'The Miracle'
Bruno Walter, conductor
New York Philharmonic
1954.11.29
추천음반
하이든 교향곡 96번의 추천음반으로는 마크 민코프스키와 루브르 궁 음악가들(naive), 아담 피셔와 오스트로 헝가리 하이든 오케스트라(Nimbus)의 음반이 있으며, 그 밖에 에두아르트 판 베이눔과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보우 오케스트라(Naxos)의 세심하고 정감 넘치는 연주는 하이든 교향곡 96번의 세심한 부분까지 돋보이게 해 추천할 만하며, 토머스 페이와 하이델베르크 심포니오케스트라(Hänssler)의 음반은 다소 과격한 음악 해석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이 교향곡의 색다른 면을 발견하게 한다.
글 최은규(음악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졸업,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 월간 <객석>,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과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