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정권이 한국 군대를 보내 달러를 벌어왔기에, 베트남 전쟁은 우리에게 ‘선’ 혹은 ‘이익이 남은 장사’일 뿐인가? 베트남의 저임금으로 공장을 짓고 경쟁력 있는 물건만 생산해내면 끝나는 문제인가?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반성과 함께 대한민국의 품격을 한 단계 올려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한국 출간이 갖는 가장 큰 의의일 것이다. 베트남은 앞으로도 경제, 국제정치적인 면에서 한국에게 더욱 중요한 나라가 될 것이므로 더더욱 깊이 있는 이해와 진지한 사고가 필요하다. )
책소개
퓰리처상 수상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이 10년 동안 취재하고 집필한 논픽션 에세이 걸작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 미국인들은 베트남 전쟁이라고 부르고, 베트남인들은 미국 전쟁이라고 부르는 전쟁. 포성은 오래전에 멎었지만 그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베트남 전쟁, 혹은 미국 전쟁이라고 불리는 그 전쟁은 1964년에 발발하여 1975년 4월 30일 사이공 함락으로 종결됐고, 이듬해인 1976년 통일된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이 세워졌다.
소설, 회고록, 묘지, 기념물, 영화, 사진, 박물관 전시물, 비디오 게임, 기념품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두 나라의 집단 기억 속에서 갈등은 여전히 살아 있다. 자기 민족의 경험만을 떠받들고, 자기 민족의 희생을 드높이면서, 적을 악마로 만들거나, 혹은 반대편 진영의 병사들과 민간인들을 무시하는 기념물들이 넘쳐난다.
이처럼 서로 다른 기억으로 두 번째 싸움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 저자는 전쟁을 중심으로 기억의 문제를 다룬다. 전쟁을 기억하는 방식에 대해 윤리적, 산업적, 미학적 측면에서 접근하지만, 그 모든 논의를 꿰뚫는 논리의 토대가 되는 것은 윤리적 측면이다. 즉 ‘자신뿐 아니라 타자를 기억하는 윤리’이다. 여러 겹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으면서 동시에 어느 집단에도 완전히 통합되지 않는 타자의 정체성으로 살아왔을 저자로서 충분히, 절박하게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저자는 문화적 형식들을 만화경처럼 들여다보면서, 전쟁에 대해 포괄적으로 이해하게 해준다. 또한 미국과 베트남뿐 아니라 전쟁 당사자였던 라오스인들, 캄보디아인들, 한국과 동남아시아계 미국인들까지 포함하여 그들과 관련된 위태로운 윤리적 질문을 제기하고, 그를 통해 모든 전쟁의 교훈을 이끌어 낸다.
저자 : 비엣 타인 응우옌
1971년에 베트남에서 태어났다. 사이공이 함락된 1975년에 해상 난민이 되어 미국으로 이주했다. 부모들이 난민 캠프에서 지내는 동안 응우옌은 위탁 가정에 맡겨지기도 했다 고 한다. 그는 전쟁에서 패배한 남베트남 진영에 속한 부모 아래 미국 문화와 언어를 습득하면서 자랐다. 따라서 전쟁에 승리한 사회주의국가 베트남인의 관점도 아니고, 순수한 서구인의 관점도 아닌 독특한 위치의 시각을 지니고 있다. 그러한 관점을 장편소설로 구현한 《동조자》로 2016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 외에도 앤드루 카네기메달 문학 부문, 팬 포크너상, 데이턴 문학 평화상, 에드거 어워드 신인 소설상, 아시아/태평양 미국 문학상, 캘리포니아 신인 소설상, 메 디치 북클럽상, 국제 더블린 문학상을 휩쓸었다. 현재는 교수이자 소설가로,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에서 영문학과 미국의 소수민족학을 가르치고 있다.
역자 : 부희령
서울대 심리학과에서 공부했으며, 200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소설가가 되었다. 2004년부터 영어로 된 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여자 혼자 떠나는 여행》, 《새로운 엘리엇》, 《버리기 전에 깨달을 수 없는 것들》, 《타자기가 들려주는 이야기》 등 수십 권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차
역자 서문 09
프롤로그 11
공정한 기억 15
윤리(ETHICS)
1. 자신만을 기억하는 것에 대하여 37
2. 타자를 기억하는 것에 대하여 66
3. 비인간성에 대하여 97
산업(INDUSTRIES)
4. 전쟁기계에 대하여 137
5. 인간이 되는 것에 대하여 171
6. 비대칭성에 대하여 205
미학(AESTHETICS)
7. 피해자와 목소리에 대하여 249
8. 진실한 전쟁 이야기에 대하여 288
9. 강렬한 기억에 대하여 324
공정한 망각 359
에필로그 386
감사의 말 392
Notes 397
Works Cited 420
Credits 438
책 속으로
“우리는 이 전쟁을 결코 치유하지 못할 것이다. 소용없는 일이다. 우리는 결코 다시 편안해지지 못할 것이고, 평화롭게 삶을 생각하고, 계획하고, 정돈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살던 집들이 어떤 꼴을 당했는지 보라. 우리가 어떤 꼴을 당했는지 보라. 우리는 결코 다시 편안히 쉴 수 없을 것이다.” _P.20
바비 젤리저가 썼다시피, “모든 이들이 기억의 생산에 참여하지만, 동등하게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불평등의 한 징후는 미국이 실제로는 그 전쟁에서 패배했지만, 베트남을 제외한 거의 전 세계 문화 전선에서 벌어지는 기억 전쟁에서는 승리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영화제작, 도서 출판, 미술계 그리고 역사 기록물의 제작에서 우위를 점했다. _P.28
군대를 지지하는 이야기는 미국이 치르는 전쟁에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그 의도가 결백하다고 믿는 미국인의 정체성을 긍정한다. 이러한 정체성이야말로 진정한 “베트남 신드롬”이다. 미국이 영원히 결백한 나라라는 상상을 선택하는 기억이다. _P.71
기념물은 “기억하는 것 자체가 망각하는 것의 한 형태”이며, 기억의 교묘한 속임수다. 베트남 참전용사 추모비는 5만 8,000명의 미국 병사들로 300만의 베트남인들을 대체한 경우이다. 사진작가 필립 존스 그리피스는 말한다. “모두들 단순한 통계 하나를 알아야 한다. 미국 전몰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워싱턴 D.C.에 있는 추모비는 약 137미터이다. 같은 간격으로 베트남 전몰자들의 이름을 새겨 넣은 비슷한 추모비를 만든다면, 그것은 아마 15킬로미터에 이를 것이다.” _P.91
미국이 공산주의를 봉쇄하기 위해 그 전쟁을 벌였던 반면, 이 소규모 전시실에는 한국이 그 전쟁에 품었던 함의들이 담겨 있다. 그러한 함의들 가운데 가장 불편한 부분은 잊힌 전쟁 기간 동안 한국 병사들이 저질렀던 행동이다. 몇몇 학자들이 지적했다시피, 한국이 아제국주의(Subimperialism)의 강국으로 떠오르는데 그 전쟁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_P.183
베트남인은 일반적으로 한국인을 부정적으로 기억한다. 미라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선 미 학살 기념관에는 영어와 베트남어로 ‘미국의 침략자와 한국 용병들이 폭력적으로 저지른 잔인한 범죄’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한국인 병사들과 연합하여 싸웠던 남베트남인들도 한국인에 대해 그다지 호의를 보이지 않았다. 베트남공화국의 공군사령관이자 부총리였던 응우옌 까오 끼는 한국 병사들을 부패와 암거래로 고발했다. _P.197
살인은 강자의 무기이다. 반대로 죽음은 약자의 무기다. 약자는 살해할 능력이 없다. 약자의 가장 큰 힘은 강자들보다 더 많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승리자의 관점에서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미국은 이 전쟁에서 5만 8,000명 가량의 인명 손실을 입었고, 한국은 5,000명 정도를 잃었다. 반면에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는 공식적인 전쟁 기간 동안 약 4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_P.205
베트남 공산주의자들은 초음속 전투기, 네이팜탄, 백린탄, 항공모함, 전략폭격기, 제초제 그리고 섬광과 굉음 속에서 분당 6,000발을 발사할 수 있는 소위 미니 기관총이 장착된 헬리콥터를 사용하는 괴물 같은 거대 산업과 비대칭적 전쟁을 벌였다. 전투기 몇 대와 미사일을 제외하고, 거의 아무것도 보유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들은 게릴라군이라는 비대칭적 전쟁으로 대응했다. 비대칭성은 기억하는 방식에서도 나타난다. 전 지구적으로 미국의 기억 관련 산업이 승리하고 있다. 전 세계 사람들 대부분이 전쟁에 승리한 것은 베트남인들이라고 알고 있지만, 미국의 기억의 결에 노출되고, 기획된 미국의 기억을 접하면서 그 사실조차 망각한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의 기억 관련 산업은 전쟁과 아무 상관없는 제품일 때조차 전쟁 기억에서 승리한다는 것이다. _P.222
좋은 전쟁 이야기는 소년 소녀들에게 병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심어준다. 그러나 아무도 전쟁이 치를 대가를 예상하거나 혹은 전쟁에 휘말려든 민간인, 고아, 미망인 혹은 난민이 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군대놀이를 하는 아이들은 영광스러운 죽음에 대한 환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지 절단, 전쟁 신경증, 설명할 수 없으나 점점 쇠약해지는 질병, 노숙생활, 정신병 혹은 자살, 병사들과 퇴역 군인들이 흔히 경험하는 이 모든 것들에 대한 환상은 없을 것이다. _P.293
철학자 슬라보예 지첵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완전히 죽지 않은’ 이들은 살아 있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니다. 그들은 정확하게 말해서 ‘살아 있으면서 죽은’ 괴물 같은 존재다.” 난민들 중에도 ‘살아 있으면서 죽은’ 이들이 있다. _P.303
당연한 말이지만, 평화가 전쟁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전쟁은 그 즉시 이윤을 제공한다. 우리의 두려움과 탐욕을 빌미로 냉소적인 전쟁의 지지자들은 강력한 기억조차 무기화된 기억으로 전환할 수 있다. 애국심과 민족주의를 부추기며, 나라를 위해 영웅적으로 희생하는 병사들의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_P.357
출판사서평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 _2016
★전미비평가협회상 파이널리스트 _2016
★전미도서상 파이널리스트 _2016
모든 전쟁은 두 번 치러진다. 처음에는 전쟁터에서 싸워야 하고,
두 번째는 기억 속에서 싸워야 한다!
“베트남 전쟁에 대한 ‘공정한 기억’이라 할 수 있는 결정적 작품” _LA타임스
“라오스인, 캄보디아인, 몽족, 한국인의 경험도 이야기하는 빼어난 책” _뉴요커
★퓰리처상 수상작가가 10년 동안 취재하고 집필한 논픽션 에세이 걸작!
베트남 전쟁은 미국과 대한민국, 동남아시아에서 두 번째 싸움(집단적, 국민적 기억투쟁)을 어떻게 치르고 있을까?
베트남의 역사는 외국 세력의 지배에 저항하여 독립 국가를 세우기 위한 전쟁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다. 베트남은 중국의 식민지로 1,000여 년, 프랑스의 식민지로 100여 년을 보냈다. 1945년 태평양 전쟁 중에 프랑스를 밀어내고 들어온 일본의 지배를 받다가, 그해 8월 15일에 일본이 연합군에 항복하면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운명을 겪게 되었다. 분할 점령을 시도하는 연합군과 베트남을 되찾으려는 프랑스에 대항하여 호찌민이 이끄는 비엣민을 중심으로 저항하다가, 하노이에서 공산주의 정권인 베트남민주공화국이 수립되었다. 이후로 인도차이나 전쟁이라 불리는 독립 전쟁이 이어지고 1954년에 프랑스를 완전히 몰아냈다. 그리고 북위 17도 선을 기준으로 북쪽은 베트남민주공화국, 남쪽은 미국의 지원을 받는 베트남공화국으로 나뉘었다. 베트남 전쟁, 혹은 미국 전쟁이라고 불리는 그 전쟁은 1964년에 발발하여 1975년 4월 30일 사이공 함락으로 종결된다. 이듬해인 1976년 통일된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이 세워졌다.
저자인 비엣 타인 응우옌은 베트남에서 태어났으나 사이공이 함락되던 네 살 때 해상 난민이 되어 미국으로 탈출했다. 그는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미국인으로 교육받고 자라면서 엉터리 영어를 구사하는 베트남 이민자들을 미국인의 눈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그러나 〈지옥의 묵시록〉 같은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미군에 의해 베트남인들이 살해당할 때 환호하는 관객들 속에서는 분노를 느꼈다고 고백한다. 그의 정체성에 혼란을 더해주는 또 하나의 요소는 배신자의 위치다. 응우옌의 부모는 원래 북베트남 출신이지만, 남북으로 분단된 해인 1954년에 남베트남으로 내려왔다. 신실한 가톨릭교도였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친서구적 성향이었을 확률이 높다. 응우옌은 여러 차례 베트남을 방문했으나, 자신이 태어난 도시에는 한 번도 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곳을 떠나기 전 어떤 사건을 겪은 아버지가 아들이 그곳에 가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응우옌은 아버지가 두려워하는 위험이 무엇인지, 과연 그것이 실체가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아버지의 절박한 금지령을 어길 수 없었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진정한 화해없이 전쟁의 진실을 밝히고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것은 불가능!...
그렇다면 미국인과 베트남인뿐만 아니라 전쟁에 관련된 라오스인, 캄보디아인, 한국인 및 동남아시아계 미국인 등등은 베트남 전쟁을 어떻게 기억하고 잊어야 할까? 저자는 미국, 동남아시아, 한국, 베트남 등 베트남 전쟁 관련 기념관과 유적지를 모두 방문하고, 베트남 전쟁 관련 문화양식을 섭렵하면서 ‘전쟁을 겪은 인간이 인간답게 되는 방법’을 찾는다. 이를 위해 그는 공정한 기억과 공정한 망각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베트남 전쟁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베트남인을 치유해야 할 몫이 있는 한국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제5장에서 저자는 ‘대한민국이 베트남 전쟁을 기억하는 방식’, ‘베트남인이 한국을 생각하는 속마음’ 등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이에 대해 우리는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성이 있다. ‘10만의 베트남 며느리들’과 함께 살아가는 현실을 인정한다면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
박정희정권이 한국 군대를 보내 달러를 벌어왔기에, 베트남 전쟁은 우리에게 ‘선’ 혹은 ‘이익이 남은 장사’일 뿐인가? 베트남의 저임금으로 공장을 짓고 경쟁력 있는 물건만 생산해내면 끝나는 문제인가?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반성과 함께 대한민국의 품격을 한 단계 올려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한국 출간이 갖는 가장 큰 의의일 것이다. 베트남은 앞으로도 경제, 국제정치적인 면에서 한국에게 더욱 중요한 나라가 될 것이므로 더더욱 깊이 있는 이해와 진지한 사고가 필요하다.
★‘미국 전쟁’도 ‘베트남 전쟁’도 아닌 ‘나의 전쟁’으로 전쟁을 기억해야!
결론적으로, 이 책은 전쟁을 중심으로 기억의 문제를 다룬다. 전쟁을 기억하는 방식에 대해 윤리적, 산업적, 미학적 측면에서 접근하지만, 그 모든 논의를 꿰뚫는 논리의 토대가 되는 것은 윤리적 측면이다. 즉 ‘자신뿐 아니라 타자를 기억하는 윤리’이다. 여러 겹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으면서 동시에 어느 집단에도 완전히 통합되지 않는 타자의 정체성으로 살아왔을 저자로서 충분히, 절박하게 할 수 있는 이야기다. 그런 맥락에서 저자는 ‘베트남 전쟁’도 ‘미국 전쟁’도 올바른 호칭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본문에서는 ‘그 전쟁’이나 ‘나의 전쟁’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산업의 측면에서 저자가 경고하는 것은 전쟁기계에 포섭된 시민들이 결국은 전쟁을 피해 도망가는 난민 신세로 전락하거나, 영원히 멈추지 않을 전쟁의 지속에 일조하는 일이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 안에 있는 비인간성을 직시해야 한다. 미학의 측면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우리가 인간인 동시에 비인간임을 맑고 복합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재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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