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도서관 ♣/- 문학(文學)

[우리 단편소설 모음집] 당진 김씨 - 우애령

Bawoo 2019. 12. 1. 00:09

당진 김씨

당진 김씨
 
첫소설집『당진 김씨』에 실린 10편의 연작단편들은 농촌생활의 구조적 관행과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소중한 가치들을 보호하며 고단한 삶을 성심껏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품의 무대인 충청도 당진 부근의 이 마을은 농촌 특유의 생활양식과 농민적 사고방식을 한눈에 보여주는 작고 오붓한 생활공간이다. 작가는 날카롭고 애정어린 시선과 질박한 문체로, 온갖 애환과 갈등을 겪으면서도 화해와 이해의 폭을 넓혀가면서 어떤 경우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소박하게 터득한 사람들의 넉넉함과 건강함을 유머스러하게 보여준다.

표제작 「당진 김씨」는 젊은 시절 부부싸움 끝에 아내의 못생김을 타박하는 남편 김씨의 말 한마디 때문에 평생 응어리져 살아오다 위암 말기 진단을 받고 수술실에 들어갈 때에야 비로소 가슴에 박힌 못이 뽑히면서 화해를 이루어가는 어느 부부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투박하면서도 애잔한 정이 흐르는 농촌 부부의 고단한 일상을 군더더기 없이 보여주면서 그런 일상의 밑바닥에 견고하게 자리잡은 남성중심적인 오랜 관행에 대한 비판도 놓치지 않는다.

「자두」에서는 아내가 죽은 지 열달 만에 김씨가 재취을 얻자 마을 사람들이 분개하지만, 새 아내는 동네사람들의 이해를 얻어가면서 농촌생활에 적응해간다. 오랜 관행적 삶이 지배하는 농촌에도 거스를 수 없는 변화의 물결이 밀어닥치면서 보존되어야 할 소중한 가치들이 농락당하는 모습들도 실감있게 그려진다. 돈 앞에서는 효심도 빛을 잃고 변색되거나(「수의」), 사랑도 돈 앞에서 놀림감이 돼버리며(「첫사랑」), 목돈을 마련하여 농협 빚도 갚고 자식의 혼사도 치르려다 건강과 신망만 잃어버리는(「문지기」) 여러 주인공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밖에도 담배농사를 지으며 새 아내를 위해 군청에 힘을 써서 가로등을 세우는 등 이 마을에서 건강한 농민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가로등」의 박씨, 좀 모자라지만 아이 같은 '천심'으로 살다 트랙터에 치여 비명에 간 「자전거」의 임씨 등 이 시대 농촌사회의 다양한 인물들의 건강한 삶을 작가 특유의 구수한 입담으로 그리고 있다.
 
[개인적인 보충]
이 외에 평생 책만 읽는 선비 생활을 하면서  농사일은 아내에게만 맡겨놓고 있다가 막상  아내가 병들어 죽자 서울 딸 집으로 가는 김 주사 이야기인 "학자",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가 군청 복지사와 이웃 여인 김씨네와 박씨네의 권유로 남편 정씨를 고발하여 교육을 받게 하는 이야기인 "대화", 산사태로 집을 잃고 정부 지원금을 받아 지은  조립 주택에 사는 게 마뜩치 않은 김 씨가 전부인 제사날에 다 모인 가족들 -아들둘, 딸 둘과 그 가족-과 현재 아내 그리고 아내를 중매한 소설가 심 선생  앞에서 망가진 집을 수리해서 들어가기로 결정하는 이야기인 "귀가" 가 실려있다. 귀가에는 큰아들이 새어머니인 김씨네를 받아들이는 이야기가 곁들여 나온다. 어머니는 먼저 세상을 떴지만 자식들이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모습을 보여주어 마음이 훈훈하다.
 
작가 우애령은 1945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독문과 졸업했다. 1981년 미시간주립대 대학원에서 사회사업학 석사학위를, 1995년 연세대 대학원에서 사회사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3년 문화일보 춘계문예에 단편 「오스모에 관하여」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1994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갇혀 있는 뜰』이 당선되었다. 장편소설『행방』『깊은 강』『겨울숲』 등을 간행하였다.

우애령은 자신이 나고 자란 곳도 아닌 농촌마을을 배경으로 우리들의 근원적인 심성을 돌아보고 이 시대의 부박한 삶을 비춰볼 수 있는 흥미롭고도 진지한 소설들을 묶어내었다.

첫소설집『당진 김씨』에 실린 10편의 연작단편들은 농촌생활의 구조적 관행과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소중한 가치들을 보호하며 고단한 삶을 성심껏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품의 무대인 충청도 당진 부근의 이 마을은 농촌 특유의 생활양식과 농민적 사고방식을 한눈에 보여주는 작고 오붓한 생활공간이다. 작가는 날카롭고 애정어린 시선과 질박한 문체로, 온갖 애환과 갈등을 겪으면서도 화해와 이해의 폭을 넓혀가면서 어떤 경우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소박하게 터득한 사람들의 넉넉함과 건강함을 유머스러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