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ydn, Symphony No.99 in E flat major
하이든 교향곡 99번
Franz Joseph Haydn
1732-1809
Trevor Pinnock, conductor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Concertgebouw, Amsterdam
2008.05.07
하이든의 교향곡 99번은 런던 청중을 위해 작곡된 12곡의 ‘런던 교향곡’ 중 7번째 작품이며 하이든의 두 번째 런던 여행을 위해 작곡된 작품이다. 교향곡 99번은 ‘시계’나 ‘놀람’과 같은 부제가 없어 다소 낯설지도 모르지만, 이 교향곡은 ‘런던 교향곡’ 12곡 가운데 가장 깊이 있는 작품으로 손꼽히며, 베를리오즈와 림스키코르사코프 등 19세기 관현악의 대가들이 경탄할 정도의 뛰어난 관현악법을 보여주는 명곡이다. 또한 하이든의 교향곡 가운데 처음으로 클라리넷이 편성된 곡이기도 하다. 하이든은 이 야심찬 대작을 1793년에 빈에서 미리 완성한 후 1794년 2월 19일에 그 자신의 지휘로 런던 청중에게 첫선을 보였다.
1794년, 두 번째 런던 여행길에 오르다
1791년 1월부터 1792년 7월까지 이어진 첫 런던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하이든은 빈에 머무르며 두 번째 런던 여행을 준비했다. 당시 베토벤을 제자로 받아들인 하이든은 베토벤을 지도하는 한편, 런던의 두 번째 연주회 시즌을 열게 될 교향곡 99번을 작곡하고 있었다. 작곡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던 하이든의 수업은 그다지 충실하지 않았으나, 베토벤은 하이든의 교향곡 99번 4악장의 초고를 사보하며 나름대로 하이든의 음악어법을 익혔다고 전해진다. 베토벤의 초기 교향곡에서 하이든 교향곡 99번의 특징이 엿보이는 것도 우연은 아닌 듯하다. 1793년 10월 26일자 <베를린 음악신문>에는 하이든이 베토벤을 런던에 데리고 갈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실리기도 했으나 하이든은 베토벤을 런던 여행에 데려가지 않았다.
1790년대 초반 런던의 풍경.
하이든의 전기 작가 디이스의 기록에 의하면, 하이든의 후원자 에스테르하지 후작이 하이든의 건강을 걱정하며 노년의 하이든이 다시 머나먼 런던 여행을 하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후작은 하이든의 런던 여행이 그에게 매우 좋은 기회임을 이해하고 하이든의 런던 여행을 허락했다. 마침내 1794년 1월, 두 번째 런던 여행길에 나선 하이든은 첫 번째 여행에서보다 더욱 열정적인 런던 청중을 만날 수 있었다.
1791~92년에 이루어진 하이든의 첫 번째 런던 공연은 다소 경쟁적인 분위기였다. 당시 런던 음악계를 장악하고 있던 ‘프로페셔널 콘서트’ 시리즈가 하이든의 등장으로 위축되자, 프로페셔널 콘서트의 바이올리니스트인 크라머는 하이든의 옛 제자인 플레이엘을 프로페셔널 콘서트에 초청해 경쟁 분위기를 부추겼기 때문이다. 하이든은 자신의 제자와 경쟁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직면했던 것이다. 그러나 1794년에 하이든이 다시 런던에 갔을 때는 이미 경쟁 분위기는 사라진 상태였다. 하이든의 음악이 단연 앞섰기 때문이다.
하이든의 두 번째 런던 여행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 교향곡 99번은 대담한 표현과 다채로운 관현악법으로 하이든의 노련함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웅장한 어조로 시작되는 교향곡 99번의 도입부는 그 어떤 교향곡의 서주보다 더욱 풍부한 울림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이 교향곡에 트럼펫과 팀파니뿐만 아니라 중저음을 보충하는 클라리넷이 처음으로 편성되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교향곡 서주의 도입부에서 2대의 클라리넷 중 한 명은 고음을 연주하고 다른 한 명은 매우 낮은 저음을 연주하며 소리에 깊이를 더하며 풍부하고 따스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클라리넷은 모차르트가 특히 사랑했던 악기다. 모차르트의 오페라와 협주곡, 교향곡에서 독특한 개성을 만들어내는 클라리넷 연주는 하이든에게도 깊은 감명을 주었으리라. 하이든은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버린 모차르트에 대한 그리움을 클라리넷 소리에 담아내려 했을지도 모르겠다.
Carlo Maria Giulini/WPh - Haydn, Symphony No.99
Carlo Maria Giulini, conductor
Wiener Philharmoniker
Großer Saal, Musikverein, Wien
1986.06.10
추천음반
하이든의 교향곡 99번의 추천음반으로는 콜린 데이비스/로열 콘세르트헤보우 오케스트라(Philips), 로저 노링턴/남서독일 방송교향악단(Hänssler),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로열 콘세르트헤보우 오케스트라(Warnwe Classics), 제프리 테이트/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EMI)을 꼽을 수 있겠다.
글 최은규(음악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졸업,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 월간 <객석>,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과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