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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편소설] 맥박: 정형남

Bawoo 2021. 9. 28. 20:47

맥박:저자 정형남 | 해피북미디어 | 2020.5.29.

[소감] 이 작품을 쓴 정형남 작가는 "남도"라는 제목의 대하소설급-전 5권- 걸출한 작품을 읽으면서 매료되어 다른 작품을 찾아서 읽게 되었다. 피에 젖은 노을

이 대표적인데 결과는 남도만은 못했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 밤을 새워 읽어내기는 했으나 기대에 많이 못 미쳤다.  4대에 걸친 인물이 등장하는데 너무 평면적으로 그린 때문으로 생각되었다. 사현이란 이름을 가진 주인공은 동학, 항일 독립운동을 했으나 해방 후 좌익으로 몰려 고생만 하다가 돌아가신 할아버지-나중에 독립 유공자로 인정받았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몇 줄 문장으로 끝이다. 손자인 주인공이 인정받기 위해 애쓴 내용이 전혀 안 나와있다. -그리고 할머니, 가난을 피해 처가가 있는 곳으로 가서 재능을 살려 수목원, 도장포를 운영하나 마음에 여려 보증을 많이 서는 바람에 처가까지 거덜내고 본인도 가난속에서 죽고 마는 아버지를 두고 있다.  주인공은 신내림을 받아 무당이 된 어머니의 보살핌 속에서 자라지만 무당의 자식이란 멸시 속에  비뚤어진 소년기를 보낸다. 그렇지만 감옥까지 가진 않는데 이는 전국적으로 알려진 어머니가 음으로 양으로 덕을 쌓은 덕분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시로 나가 태권도장을 차리지만 관련 단체, 기관에 협조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실패하고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이때 기차안에서 한 아가씨를 불량배한테서 구해주고 한눈에 반하는데 그 이유가 이렇다. 주인공은 어머니가 무당이 되기 전에 접신하기 위하여 산속 동굴에서 3년 정도 생활하는데 이때 생필품을 구하러 25리 떨어진 읍내에 갈 때마다 돼지국밥집에 들르게 된다. 여기서 자기 또래인 돼지국밥집 딸을 보게 되는데 그때 본 눈동자를 잊지 못하고 있다가 아가씨를 봤을 때 돼지국밥집 딸이 생각났다는 설정이다. 아무튼 아가씨에 반한 주인공은  연서를 보내고 이것으로 안 되자 아가씨의 이종사촌인 학교 선배의 도움을 받아 아내로 맞이하게 되는데 이때가 군에 가기 전이다. 그런데 장인, 장모는 물론 학교 선배에 대한 뒷이야기가 그뒤로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저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한 소품(?)인 존재로 끝이다.  이런 전개는 작품이 끝날 때까지 이어져 아내와  학교 다니던 시절 같이 왕따이던 갈문이란 친구 이야기만 이어지는데 이도 너무 평면적이다.  한가지,  작가는 우리 토속신앙에 대해 다뜻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인공 사현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어머니가 무녀인데 그 삶이 긍정적으로 묘사되고 주인공도 결국 이 어머니가 남겨준 유산으로 재기에 성공하는 설정이다.  아무튼 작각 토속신앙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문장도 흠잡을 데 없으나 구성, 전개가 너무 마음에 안 들었다. 4대에 걸친 이야기인데 오로지 주인공의 이야기만으로 이끌어 가고 다른 사람들은 다 둘러리라는 생각을 읽는 내내 했다. 아마 처음 접하는 작가였다면 읽는 중간에 책장을 덮었을 것이다.  [2021. 9. 28]

 

[사족] 나는 책 제목 "맥박"이 뜻하는 바가 우리 토속신앙을 의미하는 거로 받아들였는데 아래 책 소개 내용을 보면 아닌 것 같다. 아무튼 작품에 많이 실망한 편이라 굳이 마음에 두고 싶지 않다. 

 

[참고]대를 이은 이야기를  쓴 작품 중에 감명 받은 작품이 있다. 세 편.

1. "이기희 작가의 찔레 1, 2"

2. "우애령 작가의 깊은 

3. "박종휘 작가의 태양의 그늘. 1, 2, 3

 

 

 

책소개:인터넷 교보문고

정형남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맥박』은 세상의 굴곡에도 좌절하지 않고 삶을 일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은 사현을 중심으로 어머니 당골래와 아내 수련의 인생사를 촘촘히 엮었다.
현대인들은 문명의 이기심 속에서 단편적이고 단선적인 사고의 틀과 진솔한 삶의 숨결을 망각하고 산다. 이에 사람들은 조상의 얼을 사장시키고, 자신의 존재성마저 살갑게 느낄 수 없는 각박한 현실에서 자정 능력의 상실감을 느낀다. 작가는 각박해진 세상에서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고난과 역경을 묵묵히 헤쳐나가는 인물들을 통해, 흔들리고 희미해지는 삶의 뿌리와 근원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 속 인물들은 번잡한 도시로 나오지 않는다. 이야기의 배경은 줄곧 사현의 고향 시골이다. 친구들이 시골은 글렀다고 말해도, 사현은 자신을 길러주고 보듬어 준 고향에서 인생을 이어가고 싶어 한다. 이야기는 끊임없이 뛰는 ‘맥박’처럼 고향에서 피어난 이야기를 다시 고향에 뿌리면서, 우리의 원천을 되돌아보게 한다.

 

저자 : 정형남
『현대문학』 추천으로 문단에 나왔다. 『남도(5부작)』로 제1회 채만식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창작집 『수평인간』 『장군과 소리꾼』 『진경산수』 『노루똥』, 중편집 『반쪽 거울과 족집게』 『백 갈래 강물이 바다를 이룬다』, 장편소설 『숨겨진 햇살』 『높은 곳 낮은 사람들』 『만남, 그 열정의 빛깔』 『여인의 새벽(5권)』 『토굴』 『해인을 찾아서』 『천년의 찻씨 한 알』 『삼겹살』(2012년 우수교양도서) 『감꽃 떨어질 때』(2014년 세종도서) 『꽃이 피니 열매 맺혔어라』 『피에 젖은 노을』을 세상에 내놓았다.

책 속으로

올해의 보릿고개도 허리 휘어지고 뱃가죽이 등때기에 붙었다.
[첫 문장]

P.18 문지상은 마누라가 차려준 밤참을 게 눈 감추듯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누라가 차려준 뜨끈한 밥상. 얼마 만에 받아보았는가. 가족의 애틋하고 간절한 마음을 헤아린 문지상은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사립문을 나서는 순간, 총부리가 가슴에 와닿았다. 누가 밀고라도 한 모양이었다.

P.40 사현의 어머니는 남편의 존재 따위는 잊기로 하였다. 그런데 정작 이상기류에 휩싸인 것은 그녀였다. 사지가 천근 무게로 가라앉으면서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였다. 식욕도 없었고 무시로 정신이 혼미해지는가 하면 머리, 가슴, 팔 등이 쑤시고 아팠다. 날궂이를 하는가 보다. 즈려 생각하며 나이를 생각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P.44 사현은 한낮에는 단풍으로 물든 산을 누빌 수 있어 그런대로 외로움을 타지 않았다. 산짐승들과의 대화도 재미있었다. 그러나 밤이 되면 사정이 달랐다. 두툼하게 낙엽을 깔았다고는 하나 찬 기운이 배어들었고, 밤하늘의 별들은 어찌나 투명하고 영롱하게 반짝이는지 금방이라도 눈앞에 쏟아져 내릴 것 같아 서러운 마음이 들었다. 어째서 서러운 마음이 드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 었다. 등허리에 배어드는 한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P.70 그날의 가정방문은 아이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선생님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무당의 존재. 주위 사람들의 무지한 인습과는 전혀 다른 인식이었다. 지금까지 따돌림을 받았던 사현을 새롭게 인식하였다.

P.103 산신님의 부름을 받은 어머니는 눈보라와 하나가 되어 춤을 춘다. 어여쁜 날갯짓을 떨치며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사뿐사뿐 넘나드는 흰나비와도 같이, 흰눈 속에서 붉게 피어난 한 떨기 동백꽃처럼 고결한 미태로 이어지는 춤사위.

 

출판사서평

▶ 굴곡진 인생을 통해, 보이지 않는 길을 개척하다
신병이 들린 사현의 어머니 당골래는 어린 아들을 데리고 산신님이 지정해 준 깊은 산 바위 동굴에서 3년 치성을 드린 끝에 강신무로 거듭난다. 당골래는 영험하다는 입소문과 함께 주위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음으로 양으로 선행을 베풀며 불량기 다분한 아들의 장래를 위해 재산을 불려 나간다. 하지만 어머니가 무당으로서 자리매김해 갈수록 사현은 알게 모르게 주위로부터 멸시와 따돌림을 받는다.
그런 과정에서도 지극한 모성애에 힘입어 고등학교까지 마친 사현은 동네 밖으로 나가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다가 경쟁자의 농간에 의해 문을 닫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열차 안에서 동백꽃 같은 처녀를 만나 결혼을 한다. 이후, 1년 정도 빈둥거리다 자원입대를 한다. 제대 무렵 어머니의 부름을 받은 사현은 고결하게 천화(遷化)한 어머니의 모습에서 울분과 반항심으로 빗나갔던 자신을 돌아보며, 고향의 지킴이로 어머니의 혼이 깃든 신당을 보존한다.
그러나 시련은 첩첩산중. 사현은 마음을 가다듬고 아내 수련과 이런저런 사업을 벌이지만 주위의 시기와 질투, 천재지변 등에 의해 살림은 거덜 나고 만다. 마음대로 안 되는 삶이지만, 자신들만의 길을 개척해 가는 주인공과 주변의 인물들을 통해, 또 하나의 인생사를 경험할 수 있다.

▶ 어머니와 아내, 두 여성이 건네는 인정과 강인함
이야기의 중심은 사현이지만, 중요 갈래에는 어머니 당골래와 아내 수련이 있다. 당골래는 자신을 괄시했던 마을 사람들에게 정을 베풀며 덕을 쌓는다. 또한 집안의 며느리가 된 수련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며 사현과 수련에게 자립할 수 있는 정신적 물질적 유산을 물려준다.
사현은 수련을 “바다를 닮은 여인”이라고 표현한다. 강인한 바다처럼, 수련은 집안의 중심이 되어 고난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간다. 애써 일군 사업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거나 천재지변으로 더 이상 사업을 할 수 없는 지경에서도, 다른 사람을 미워하거나 자신의 삶을 한탄하지 않고, 오히려 당골래가 물려준 정신적 유산을 지키고자 한다. 사람들에게 베풀고 옛것을 지켜가며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고향의 품에 안긴다. 사현은 이러한 수련의 다독임과 지지로 번번이 좌절되는 현실 앞에서 다시 일어나고 희망을 꿈꾼다.
두 여성은 우리 어머니이기도 아내이기도 누이이기도 하다. 작가는 당골래와 수련의 삶의 줄기로 여성의 인정과 강인함을 보여준다. 이처럼 생동감 있는 인물들로 서사의 흡입력을 높이면서,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