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閑談]/<단상, 한담>

내 불알친구 대영이

Bawoo 2022. 2. 15. 08:33
내 어릴 적 불알친구 대영이!
중학교 2학년 시절까지 같이
구슬치기, 시계불알놀이하며 놀았는데,
나 다른 동네로 이사가면서
중학교 졸업 후 얼굴 못 본지 어언 60여 년.

그동안 까맣게 잊고 살았는데,
언제인가 다른 동창이 보내 준 동창 모임
동영상에 모습이 보였다.
너무 반가워 연락해 만나보니
몸은 늙었지만 어릴 적 모습 그대로 남아있어
어린 시절 같이 뛰놀던 추억이 그대로 되살아났다. 철 없이 마냥 순진무구하기만 했던 시절이.

이 불알친구 대영이!
군대 제대한 후 20중반에
누나들이 사는 미국으로 건너가
70이 넘은 지금까지 50여 년째 살고 있단다.

60여 년만에 한 번 만난 뒤 바로 헤어졌으나
카톡이란 좋은 통신 수단이 있어
매일 이야기를 나누며 지낸다.
띄어쓰기, 맞춤법이 엉망인 거에 질리지만
이젠 그러려니 옛 추억에 젖어 이야기를 나눈다.
내 어릴 적 그 시절에 본 30대 후반 한창 젊던 대영이 엄마, 꽃처럼 어여뻐서 나도 저런 누나 한 명 있으면 좋겠다고 마냥 부러워했던 누나들 그리고 살아온 지난 나날들에 관한 이야기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 불알친구 대영이!
죽기 전에 고국에 한 번 더 와서 동창 친구들 만나고 가는 게 소원이란다.
그게 2년 뒤라는데 그때까지 건강할지, 누가 얼마나 반겨줄지, 세상을 뜬 동창은 과연 없을지 알 수 없는데,
그래도 꼭 왔다가 가겠단다.
다 늙은 몸을 이끌고 긴 여행시간 감수하면서까지.

늙을수록 주변에 사람이 점점 적어져 외로워지게 마련인데 다른 나라에서 살다보니 이게 유독 심한가 보다. 부디 건강해서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고국 방문 소원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토록 보고싶어 하는 초,중,고 동창들 보고 가면 좋겠다.

그땐 나도 이승에서의 마지막 만남이란 생각으로 만나야겠지. 이젠 혼자 지내는 게 더 편하고 좋지만 불알친구 대영이 마지막 소원이기도 하니.
우리 앞에 남아있는 세월이 그리 많지는 않으니.

[2022. 02. 15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