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閑談]/<단상, 한담>

붕어빵

Bawoo 2022. 2. 13. 07:50
1958년
서울에서 살던 내 나이 9살 국민학교 3학년
어릴 적 시절,
겨울이 되자 동네 골목길엔 붕어빵 장사가 나타났다.노릇노릇하게 구어진 빵에는 하얀 설탕가루가 유혹하듯 뿌려있었다.
난 그 붕어빵이 너무너무 먹고 싶었다.
어머니한테 사달라고 졸랐으나 돌아온 건 까만 고무줄이 회초리로 쓰인 매였다. 어머니가 내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든 매.
어머니는 맞은 종아리를 부여잡고 우는 나를 보며 속으로 더 쓰라린 울음을 삼키셨을 것이다.
금쪽같은 새끼한테 그깐 붕어빵 한 개 못사주는 당신의 가난이 서러워서.

그 어머니 이제 세상을 뜨시려고 한다.

97년을 사시는 동안 얼마나 힘드셨을까?
일제강점기에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가난한 농촌으로 시집가 단 하루도 편치 못했을 나날들.
끼니를 거르고 산 적은 없으나 자식들 원하는 만큼 뒷바라지 못해준 한을 가슴에 품고 사셨을 어머니.
자식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먹고살땐 편하셨을까? 아마 그렇지 않았겠지. 제대로 뒷바라지 못해준 미안한 마음이 앞서셨겠지.

그 어머니 이제 세상을 뜨시려 한다.
이젠 당신이 배 아파 낳은 자식들도 70이 넘은 노구가 되어 있는 걸 보며 그렇게......

[2022.01. 13.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