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도서관 ♣/- 역사, 정치

[평설] 못난 조선-16~18세기 조선, 일본 비교 : 문소영

Bawoo 2023. 2. 5. 11:09

못난 조선:저자 문소영 | 나남 | 2013.7.5.

[소감] 우리 역사 특히 조선왕조 시가 역사에 관한 책을 읽다 보면 울화통이 치미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웃나라 중국, 일본에게 당한 아픈 역사가 지배계층의 무지, 무능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기에 더욱 그렇다. 대표적인 게 일본에게 당한 임진왜란, 중국 청나라에게 당한 정묘, 병자호란 그리고 군국(제국) 일본군에게 동학농민군이 학살당한 동학농민전쟁, 최종적으로 35년간의 망국(군국 일본에 의한 식민 통치)이다. 저자는 이중에 조선을 망국에 이르게 만든 일본의 힘은 과연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가 궁금했나 보다. 이에 대한 원인을 다방면으로 분석했다 결론은 조선왕조 지배계층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열린 국가 경영 마인드를 가진 때문으로 내리고 있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볼 때 외침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위치에 있기에 통치계급이 한반도보다 유리한 점이 많았다. 자기들끼리 싸운 센고쿠 시대 [(전국시대) 戰國時代, Sengoku period]가 끝난 이후로는 나라 발전에 매진할 수 있었단 것이다. 일본과 같은 지리적 조건을 가지고 있는 영국이 외침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 나라 발전을 이루고 제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한반도에 자리 잡은 지배계층은 운이 나쁜 편이라고 볼 수 있다. 북쪽에 있는 중국이란 나라가 왕조만 바뀔 뿐 변함없이 한반도를 압박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그랬기 때문이다. 한반도 지배계층은 그래서 움츠러든 마인드를 가질 수밖에 없었을까? 덤벼봤자 계란으로 바위 치기이니 납작 엎드려 사대하여 나라를 유지하면서 피지배계층(백성)을 착취하면서 끼리끼리만 잘 먹고 잘 살자는. 그런데 어찌 알았으랴? 바다 건너 섬나라 일본의 지배계층이 해외와 교역을 하고 재능만 있다면 출신 성분을 따지지 않고 지배계층인 사무라이로 편입, 중용할 정도로 열린 마인드를 가진 것을. 유럽 여러 나라는 힘이 다 고만고만하여 서로 싸우면서 힘을 키웠는데 한반도 조선왕조 지배계층은 그런 마인드가 없었다. 중국은 그렇다 쳐도 일본에게 본격적으로 당한 이후에는 방비책을 세웠어야 했다. 그런데도 하지 않고 권력다툼으로 세월을 보냈다. 일본의 에도막부 시대에 통신사를 수차례 파견하면서도 도대체 무엇을 본 것인지. 청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발전된 서양인들의 문물을 봤으면서도 그걸 왜 외면한 것인지. 발생국 중국에서도 외면한 지나가는 개도 안 물어갈 공리공담만 일삼는 성리학에 매몰되어 민생은 뒷전인 채 권력다툼이나 하며 세월을 보냈다. 1840년 아편전쟁 때 중국이 영국에게 처참하게 당하는 걸 보고 일본은 각성하여 대비책을 준비, 1868년 메이지유신을 일으켜 국력을 서양과 대등한 수준까지 올려놓는다. 그런데 조선은 외척들이 나라 망해먹는 짓인 줄도 모르고 권력 휘두르는 맛으로 세월을 지새운다. 뭐 아편전쟁 결과를 보고도 조선은 먹을 게 없어 괜찮을 거라고 했다나 뭐라나. 서양놈들이 조선이 먹을 게 없어 안 넘본 게 아니었다. 조선이나 일본까지 손을 댈 여력이 없어서였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일본이 서양과 대등한 국력을 키워 청, 러시아와의 전쟁에서도 승리할 정도가 되니 부득이 양보(?)했을 뿐이었다.

저자는 여러 분야로 나누어 일본과 조선을 비교해 놓았는데 읽으면서 새삼 조선의 지배계층에 있던 사람들에게 쌍욕을 하게 만든다. 아무튼 이 저작의 압권은 뭐니뭐니 해도 서론과 결론이다. 사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 때 서론에 매료[魅了]되어 읽어볼 생각을 했다. 망국 조선의 원인이 과연 어디에 있었는가를 알고싶다면 필독서 중 하나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여담]
혹시 이 글을 읽고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분이 있다면 서론과 결론을 먼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온 지 10년이나 된 책이지만 그냥 사장되면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뛰어난 저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지식)을 남에게 전달하려면 강연(강의)이나 글로 쓰는 방식일 텐데 두 방법 모두 전달 기술이 필요하다. 강연(강의)은 듣는 이의 수준에 맞춰 잘 전달하는 기술(?)이 필요하고, 글로 쓰는 것 역시 잘 다듬어진 문장을 쓰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 두 방법 모두 각고[刻苦]의 수련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고.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저작은 최고점을 주고 싶다. 내용도 좋지만 문장을 어찌 이리 잘 쓸 수 있는 것인지 읽는 내내 감탄했기 때문이다. 아마 언론계에 오랜 기간 몸 담고 있기 때문에 기사를 잘 쓰는 힘든 수련 과정을 거친 덕분 아닐까 싶다. 자기가 연구하는 분야의 전문 지식은 가지고 있으나 이를 전달하는 수단인 글쓰기 실력이 미흡하여 읽는 데 짜증 나게 하는 일부 저작물을 볼 때마다 새삼 느끼는 생각이다.
 
* 전문적인 책 소개는 아래 내용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책 소개:인터넷 교보문고
『못난 조선』은 16-18세기 조선시대를 재조명하는 책이다. 외세의 강압에 의해 근대화되기 이전의 조선에서 일어나는 근대를 지향하는 개혁의 싹을 보여준다. ‘왕실’과 ‘백성’, ‘제도’와 ‘현실’의 간극은 없었을까? 융성했던 조선은 왜 19세기에 몰락할 수밖에 없었는가? 반면 우리가 오랑캐라고 무시했던 일본은 어떻게 초강국으로 떠오를 수 있었을까? 이 책은 이러한 물음들에서부터 시작한다.

저자 문소영: 여름방학이면 자전거로 국경을 넘어 여행하는 유럽의 대학생을 부러워하던 20대에는 젊음을 희생하고 맹렬하게 살면 20년 뒤쯤엔 세상이 바뀔 줄 알았다. 세상은 바뀌지 않았고, 건강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어야겠다는 나의 신념도 변하지 않았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는 생각으로 조선사와 근현대사를 공부하고 있다.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를 나와〈서울신문〉에서 22년째 기자로 일한다. 국회 여당반장과 청와대 출입기자, 경제부 금융팀장, 학술ㆍ문화재 담당기자를 거쳐 현재 논설위원에 재직중이다. 2005년 미국 듀크대학 아시아안보연구프로그램(PASS)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2010년 16~18세기 조선과 일본의 경제와 문화를 비교한《못난 조선》과 2013년 조선과 일본의 개항을 비교한 대중역사서《조선의 못난 개항》을 냈다.

목차

서론: 조선은 못난 나라였다

1. 문화
조선의 도자기 길을 잃다
조선백자, 고립의 흔적
17세기 조선의 가난이 낳은 철화백자
17세기 세계 유색자기를 선도한 일본자기
16~18세기 조선의 수출품, 분청사기
일본 판화, 인상파에 미치는 영향
18세기 진경산수화 vs 11세기 야마토 화풍
16세기 중국?일본의 서양화 전래

2. 경제
조선과 일본의 16~17세기 해외교역
은 수출국 일본까지 확대된 실크로드
조선후기 중산층이 무너지다
국력의 격차를 벌린 조선과 일본의 해양진출
일본, 쇼군이 나서 부국강병을 꾀하다
조선?중국?일본의 쇄국은 수준이 달랐다
인구증가와 구황작물의 전래
일본의 1500년 된 장수기업의 의미

3. 사회
중?일보다 3백 년이 늦은 조선의 가톨릭 전파
‘중국적 세계화’에 만족한 조선의 세계관
해외 정보와 문물에 예민했던 일본
‘?글’의 위기를 불러온 한국인의 배타성
전통, 조선식이냐 고려식이냐?
단일민족이란 허구의식
토론?소통하지 않는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
한민족 최고의 발명품 ‘한글’을 박대하다
일본과 청나라는 야만국이었나

4. 정치
영?정조 시대, 조선의 르네상스 아닌 역주행
조선후기를 망쳐놓은 이데올로기, 북벌론
사대, 조선의 전유물은 아니야
21세기 한국이 북한의 혈맹 중국과 공존하는 법
조선시대의 교조주의, 주자학
조선의 과거제도, 사회를 획일화시키다
조선, 욕망조차 하지 않았다
18세기 천하도가 이야기하는 것

결론: 내가 살길 꿈꾸는 나라 ‘힘세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출판사서평

요즘 16~18세기 조선시대를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외세에 의해 강제적으로 근대화되기 전에 이미 조선 내부적으로 근대를 지향하는 개혁의 싹이 돋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광해군, 영조,정조 시대를 다룬 수많은 드라마, 영화, 책들은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다. 예컨대, 2012년 개봉해 관객수 1,300만명을 돌파한〈광해, 왕이 된 남자〉는 하선(이병헌, 광해로 위장한 광대)이 고통받는 백성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고, 백성들의 입장에서 유림과 대립하며 명과 청 사이의 중립외교를 지지하고 대동법을 시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려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여기서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왕실’과 ‘백성’, ‘제도’와 ‘현실’의 간극은 없었을까? 이렇게 융성했던 조선은 왜 19세기에 몰락할 수밖에 없었는가? 반면 우리가 오랑캐라고 무시했던 일본은 어떻게 초강국으로 떠오를 수 있었을까?《못난 조선》은 이러한 물음들에서부터 시작하는 책이다. 그동안 ‘왕실’, ‘유림’, ‘정치’, ‘제도’ 등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조선 백성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저자는 기자라는 직업적 특성을 살려 도자기, 미술품, 역사책, 통계자료, 지도 등을 샅샅이 조사해 조선시대의 감춰진 ‘흑역사’를 밝혀낸다. 이 책은 ‘이것만이 16~18세기 조선의 실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방향을 제시하여 더 나은 사회를 지향한다는 기자정신으로 저자는 용감하게 일본과 견주어 조선이 부족했던 점에 대해 파헤친다. 이 책을 통해 부끄럽고 아프고 슬프지만 우리가 알아야 하는 조선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