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하기주
출간:2023.3.5.
[소감] 이 작품을 출판사 신간란에서 발견했을 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내용은 내가 좋아하는 소재- 시대와 관계없이 국가권력을 휘두르는 인간들에게 희생당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주제로 다룬 작품-지만 작가의 프로필을 보니 아마추어일 것 같아서였다. 소재가 아무리 좋아도 다루는 솜씨가 부족하다면 도저히 읽을 수가 없어 포기한 작품이 한두 작품이 아닌 때문이었다. 때문에 도서관에 구입 신청할 경우 자칫하면 아까운 세금 낭비하는데 일조하는 것 아닐까 걱정이 되어 희망도서 신청 자체를 망설였었다.
그런데 결과는 대박이다. 아래 저자 프로필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작가는 평생을 기업인으로 종사한 분이다. 1939년 생이니 올해 84세의 고령이시다. 66세이던 95년에 은퇴하셔서 거의 20년간을 이 작품을 쓰느라고 몰두했다는 건데 어린 시절 아무리 문재가 있었다고 할지라도 기성 작가 못지않은, 아니 웬만한 기성작가들보다 훨씬 뛰어난 작품을 쓸 수 있으리라는 건 내 상상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만큼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다는 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가는 이걸 해냈다. 아래 책소개, 출판사 서평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읽는 내내 했다.
"이거 정말로 본인이 쓴 거 맞아. 기성 작가가 대필한 거 아닐까?"라는 생각을.
작가는 어쩌면 먹고사는 문제 해결 때문에 어릴 적 꿈꾸었던 작가가 되는 길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으나 생업에 종사하는 내내 이 작품을 쓰기 위하여 자료를 모으고 글쓰기에 정진한 건 아닐까 싶기는 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소재야 모을 수 있다고 하지만 이리 뛰어난 글솜씨를 보여주는 대작을 낼 수 있다니 도저히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마치 토지나 혼불 같은 대하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게 했을 정도였으니.
[작품에 대한 상세한 해설은 아래 출판사 서평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실제로 읽어보시기를 적극 추천합니다. 필명을 널리 알린 작가 작품 중에도 범작이 많은 걸 많이 본 나로서는 그저 경탄하게 되는 뛰어난 작품입니다. 작가의 연세가 많은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책소개
일제강점기 격랑의 역사를 헤치고 살아남은 한민족의 대서사를 감동적으로 그려낸 하기주 작가의 대하소설《목숨》(전 3권)이 출간되었다. 1942~1944년 일본인 비율이 가장 높고 일제의 수탈 피해가 극심했던 도시 마산을 주무대로 하고 창원, 거제 등 인근 지역과 북만주, 연해주 등 광활한 국제무대를 배경으로 한민족의 파란만장한 삶을 파노라마처럼 그려냈다. 마산에서 터를 잡고 살아온 강씨 일가를 비롯해 어부, 기생, 백정뿐만 아니라 북만주 동토에서 벼농사 짓는 독립운동가까지 각계각층의 인물들이 겪는 저마다의 인생 역정이 극적으로 펼쳐진다. 삶의 터전을 빼앗겼던 한민족의 한을 풀려는 듯 우리 땅과 바다에서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삶을 아름다운 우리말로 표현하고자 많은 공을 들였다. 별신제, 배고사, 혼례, 제례 등 당대 세시풍속과 관혼상제를 정밀하게 묘사했고, 사라져가는 마산 방언을 충실히 기록해 언어의 보고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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