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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문학] 신현확의 증언:신철식

Bawoo 2023. 11. 5. 12:20

신현확의 증언: 아버지가 말하고 아들이 기록한 현대사의 결정적 순간들

저자:신철식
출간:2017.9.20.
 

[소감] "박정희의 시간들:오인환"을 통해 알게 되어 읽은 책. 

의료보험제도가 신현확 씨가 보사부 장관이던 1977년에 처음시행된 정책이라는 걸 알게 되어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어져서였다. 의료보험제도는 수술을 해야 함에도 가난 때문에 미루고 있던 지병-만성 중이염-을 적은 돈으로 수술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했기 때문이다.  이후 대리급 책임자로 직장생활하던 84년에 가서야 수술을 받게 되는데 75년 대학 재학 시절에 200만 원 정도 든다는 병원 측 얘기를 듣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을 몇십만 원 정도 부담으로 했던 도움을 받았었다. 제도 시행 초창기에 해당하는 1년 후인 78년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도입 초기여서 그랬는지 병원에 가도 몹시 불친절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어쨌든 의료보험 제도에 대한 실질적 혜택을 받았으니 이 제도에  고마운 마음이 얼마나 컸겠는가. 그래서 다른  애기도 궁금해진 것이다. 신현확 씨에 대한 내 기억은 오만한 인상, 꼿꼿했던 이미지, TK의 대부라는 평 정도였는데 의료보험 제도를 주도해서 만들었다는 내용에 구체적인 행적을 알고 싶어진 것이다. 

 

내용은 아들 신철식 씨가 썼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문장으로 술술 읽히면서 내 10대 이후의 삶을 지도층의 자리에서 이끌어간 한 인물의 삶을 가정사까지 들여다보게 한다. 아들 신철식씨에 대해 알게 된 건 덤.
읽는 내내 신철식 씨의 삶에 대해 부러워했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빈농의 자식으로 태어난 나 그리고 내 주변 내 또래나 선후배의 삶과 너무 대비되었기 때문이다. 그외의 내용은 매스컴을 통해 알고 있던 내용이 대부분. 그래도 우리 역사의 지난 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참 개인적으로도 어려웠던 시절이었는데. 

 

[여담] 저자인 신철식 씨는 54년 생이니 나보다 4년 늦게 태어났다. 나라 한창 가난하던 시절에 요즘 말로 하면 금수저 집안에서 태어나는 행운을 안고.  프로필에 보니 학교도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만 거쳤다. 경기중,고. 서울대. 어린 시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절대로 거치기 어려운 코스이다. 국민-현 초등-학교만 겨우 나온 애들이 즐비하던, 나라가 그야말로 찢어지게 가난하던 시절이었는데 이런 현실과는 전혀 관계없는 삶을 산 것이다. 그야말로 꽃길만 걸으며 사회 지도층인 삶을, 개인의 입장으론 너무나 부러운 삶을. 그런데 군대는 갔다왔울까? 책에는 자신의 가정사가 들어있지만 정작 본인이 군에 갔다 왔다는 이야기는 없다.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결여된 지도층의 삶인 것이다.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평범한 가정에 태어난 사람들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

 

저자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에 대하여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데 이에 대해 크게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런데 이에 대한 시각이 아버지 신현확 씨가 두 대통령과  공적으로 맺었던 인연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이해했다. 특히 두 대통령이 청렴했다는 면을 강조한 것으로 보였는데 이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하는 쪽이다. 굳이 딴지를 걸자면 이 대통령은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양자는 있다. 이인수 씨- 나이도 고령인지라 재물욕을 가질 필요가 뭐 있었겠나 싶기는 하다.

그렇다면 박정희 대통령은? 퇴임후 영남대학교 총장을 하며 지내려고 공을 들였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고 정수장학회 관련 이야기도 돌았지만 세 자녀가 그리 넉넉한 삶을 사는 게 아닌 거로 봐서는 맞는 이야기일 것이다. 특히 아들 박지만 씨가 마약까지 하며 방황하는 것을 박태준 씨가 거두었다는-EG 라는 회사- 것을 볼 때. 다 떠나 조상-부모, 조부모 등- 이 일제강점기, 그 이전 조선 왕조 시대, 그리고 해방 후에도 사회 지도층에 자리잡고 있어 그 혜택을 받고 자라고 본인도 지도층에 있는 인물이 되었다면  당연히 그 시대의 체제에 대해 부정적일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소위 보수라고 불리는 편에 선 사람들 대부분이 이리 조상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뭐 요즘은 소위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진보 성향 인사들도 지도층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무늬만 진보인 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책소개

『신현확의 증언』은 신현확 전 총리의 육성이 담긴 최초의 증언록이다. 그는 생전에 회고록이나 자서전을 내려 하지 않았지만, 저자 신철식은 아버지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자신의 사명이라 여기며 꾸준히 설득해 구술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일주일에 1~2회에 걸쳐 진행된 구술 작업은 2시간짜리 카세트 녹음테이프 20개로 남았고, 그 분량은 장장 40시간에 이른다.

이 책에는 신현확의 어린 시절부터 일제강점기 고등문관시험 합격과 일본 본토에서의 관료 생활,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이승만 정부를 거쳐 박정희 정부에 이르기까지의 관료 생활, 10·26 이후부터 5·18 이전까지 국무총리로서 국가 비상사태를 수습하려 노력한 경험, 퇴임 이후 국가 원로로서의 역할까지 그의 삶 전체가 담겨 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저자 : 신철식(申喆湜) 1954년 서울에서 아버지 신현확, 어머니 김혜배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행정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9년부터 아버지의 뒤를 이어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이후 30년 동안 재정경제원, 기획예산처 등에 몸담았다. 국무조정실 정책조정차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뒤부터 현재까지 국가 경제 발전에 평생을 바친 아버지의 뜻을 기리는 우호문화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광운학원 이사장, 이승만 건국대통령 기념사업회 회장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를 상세히 기록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 여기고, 아버지를 설득해 확보한 녹음테이프를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한때는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이제는 비로소 무뚝뚝하지만 깊었던 당신의 사랑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세상에 알리고, 이 책이 역사의 진실을 전하는 한편 ‘아버지를 앓는’ 세상의 모든 아들에게 자그마한 위로가 되기를 소망한다.

증언자 신현확(申鉉碻)은 1920년 경북 칠곡에서 출생. 교사를 꿈꿨지만 아버지의 뜻을 따라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를 졸업하고 고등문관시험에 합격했다.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일본 정부 상공성에서 근무하게 되었지만 일제에 협조하는 것을 거부해 무단으로 귀국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관직에 올라 1959년 최연소인 만 39세의 나이로 부흥부장관에 임명되었다. 3·15 부정선거와 4·19 이후 구속·기소되어 2년 7개월을 복역했다. 5·16 이후 박정희 대통령의 요청으로 경제과학심의회의 상임위원(장관급)이 되었으며, 1975년 보건사회부장관에 등용되어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였다. 1978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이 된 뒤에는 고도성장 일변도의 성장론에 제동을 걸고 경제안정화 정책을 추진했다. 1979년 10·26 사태 이후에는 끝까지 신군부의 권력 찬탈을 견제했지만, 5·17 비상계엄 확대 조치로 내각 총사퇴를 하고 다시 야인으로 돌아가야 했다. 1987년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에게 처음으로 직선제 개헌을 제안하였으며, 그가 당선된 뒤에는 3당 합당을 전제로 내각제 개헌을 제안했다. 그 외에도 제일산업·삼성물산 회장 등을 역임하였으며 이후로도 사회 원로의 역할을 수행했다. 그리고 2007년, 88세의 나이로 파란만장한 생을 뒤로하고 영면에 들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목차

저자 서문 17



1부│역사의 수레바퀴 아래에서 23

수상한 봄 25

이제부터 네가 우리 집 가장이다 29

역사의 수레바퀴 아래 자신만의 길을 가다 33

‘원흉’의 아들 38

국무위원도 납득 못하는데 국민이 납득하겠소? 42

대세의 흐름을 막을 수가 없구나! 47

진실과 거짓말 52

잔혹한 침묵 속의 시선 56

미숙했지만 애국적이었던 시대 61

내게 사형을 언도하시오 66



2부│자네를 얻으니 산을 얻은 듯하네 71

마왕의 귀환 73

내일 아침에 집을 나가라 78

2의 33승 분의 1 85

강단과 소신의 현실주의자 91

어머니와의 만남, 그리고 결혼 96

뜻하지 않은 도쿄행 101

무단 귀국을 감행하다 106

대구대학 교수가 되다 110

포화 속에서 나라의 부름을 받다 114



3부│이승만, 당신이 부럽다 119

‘시골 무사’의 고집 121

‘진짜’ 법의 정신 125

‘백두산 호랑이’와의 담판 130

오늘부터 열흘간 퇴근은 없습니다 134

산업 부흥 5개년계획의 시작 139

‘하룻강아지’의 신념 145

아이젠하워, 이승만 대통령을 부러워하다 151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오해와 진실 155

노정치가의 지혜 161

이승만 대 아이젠하워 166

부흥부차관이 되다 170

외자행정을 유리상자 속처럼 투명하게 만들어놓겠다 175

경제 개발 20년의 주춧돌을 놓다 179



4부│마음의 병을 안고 시절을 견디다 185

상공부장관을 고사하다 187

자유당 시대보다 열 배는 더 부패했습니다 192

내가 정녕 민족의 원흉인지 국민에게 묻고 싶소 197

각하, 신현확을 3년만 빌려주십시오 202

대표이사 도장을 내놓으시오 207

유신은 민주주의 원리에 반하는 것 211

9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다 217

시대가 만든 마음의 병 222

링거를 꽂고라도 예비고사는 치러라 227



5부│시저와 브루투스 233

15년 만의 입각 235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다 239 ...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책 속으로

아버지는 한국 현대사를 관통해온 역사의 산증인이었다. 부디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잘못 알려져 있었거나, 아직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역사의 진실을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아버지와 동시대를 공유한 세대에게 추억을 반추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고, 젊은 세대에게 가까운 과거의 역사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자그마한 계기가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 19p

아버지는 4·17 경제안정화 종합시책으로 성장 일변도였던 정부 정책의 무게중심을 안정 쪽으로 이동시켰다. 시장경제주의, 경제자율화 등 안정·개방·자율을 기초로 한 정책 대전환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것이다. 4·17선언 이후 성장정책에 제동을 걸고 물가를 안정시킨 덕분에 한국은 1979년 전 세계를 강타한 제2차 오일쇼크를 무사히 버텨낼 수 있었다. 이 ‘안정을 기조로 한 성장’은 이후 우리 경제의 기본 방향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 266p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출판사서평

한국 경제정책의 설계자이자 현대사의 산증인,
신현확 前 총리의 최초 육성 증언
현대사의 이면을 낱낱이 밝히다!

정책 탄생의 내막, 권력의 운용, 개인의 소회까지
사후 10년 만에 공개되는 신현확 전 총리의 한국 현대사
장장 40시간에 걸쳐 남긴 20개의 녹음테이프를 바탕으로
아들이 기록한 생생한 육성 증언 !

유례없는 고도성장을 이끈 한국 경제정책의 설계자,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위기 수습에 진력한 국무총리,
다양한 이름으로 현대사 곳곳에 흔적을 남긴 신현확 전 총리, 그는 누구인가?

최연소 부흥부장관, 경제 개발 5개년계획의 입안자, 한국 경제정책의 설계자, ‘TK 인맥’의 대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위기 수습에 진력했던 국무총리. 이 모든 수식어는 신현확이라는 한 사람에게로 수렴된다. 그는 1공화국부터 6공화국 초기까지 대한민국 현대사 곳곳에 많은 흔적을 남겼으며, 그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대한민국 역사 70년의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는 표현은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신현확이라는 인물을 설명할 수 있는 첫 번째 키워드는 ‘관료’다. 그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상공부 공업국 공정과장으로 발탁돼 공직생활을 시작한다. 국초에 국가 행정의 노하우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았던 터라 일제강점기 때 일본 본토 상공성에서 근무했던 그의 경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후, 그는 상공부 국장을 거쳐 최연소의 나이로 부흥부장관에 임명된다. 3·15 부정선거 관련자 및 자유당 정권을 단죄하는 과정에서 구속·기소되어 2년 7개월간의 옥살이를 하게 되지만, 3공화국 들어 박정희 대통령의 요청으로 장관급인 경제과학심의회 상임위원으로 위촉된다. 박정희 정부에서는 보건사회부장관으로서 국내에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고,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시절에는 고도성장 일변도의 성장론에 제동을 걸고 경제안정화 정책을 실시하였다. 이처럼 신현확은 1공화국에서 4공화국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등용된 흔치 않은 사례로, 자연스럽게 경제 관료를 포함한 모든 관료들의 ‘대부’로 불리게 되었지만 그는 늘 스스로를 경제 행정가이자 관료로 규정했다.
신현확은 ‘한국 경제정책의 설계자’이기도 하다. 경제 개발 5개년계획의 원안은 부흥부장관 시절 그의 주도 아래 만들어졌으며 이로써 한국 경제 개발정책의 모델이 마련되었다. 또한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이 된 뒤에는 고도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에 제동을 걸고 안정을 바탕으로 한 점진적인 성장을 강조했으며, 이는 오늘날에도 한국 경제정책의 기조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신현확은 파란만장한 현대사를 관통해온 산증인이기도 하다. 10·26 직후 국가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경제 부처의 수장으로 위기 상황을 수습했고, 12·12에서 5·18에 이르는 5개월 동안 국무총리로서 신군부의 권력 찬탈을 견제하고 막으려 한 유일한 인물이었다. 또한 공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사회 원로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이처럼 신현확의 삶은 대한민국 현대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그의 삶을 읽는 일은 곧 한국 현대사를 다시 읽는 일이기도 하다. 또한 그 안에는 지금까지 사람들이 잘못 알거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들이 담겨 있다. 이 책은 한국 경제 관료의 거목이자 역사의 산증인인 신현확 전 총리의 최초이자 유일한 육성 증언록이자 우리가 알고 있던 현대사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줄 사료(使料)이기도 하다.

신현확이 말하고 그의 아들이 기록한 40시간의 녹취록을 바탕으로
사후 10년 만에 공개되는 최초이자 유일한 육성 증언

이 책은 신현확 전 총리의 육성이 담긴 최초의 증언록이다. 그는 생전에 회고록이나 자서전을 내려 하지 않았지만, 저자 신철식은 아버지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자신의 사명이라 여기며 꾸준히 설득해 구술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일주일에 1~2회에 걸쳐 진행된 구술 작업은 2시간짜리 카세트 녹음테이프 20개로 남았고, 그 분량은 장장 40시간에 이른다.
이 책에는 신현확의 어린 시절부터 일제강점기 고등문관시험 합격과 일본 본토에서의 관료 생활,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이승만 정부를 거쳐 박정희 정부에 이르기까지의 관료 생활, 10·26 이후부터 5·18 이전까지 국무총리로서 국가 비상사태를 수습하려 노력한 경험, 퇴임 이후 국가 원로로서의 역할까지 그의 삶 전체가 담겨 있다. 저자는 아버지가 남긴 녹취록을 바탕으로 밥상머리에서 40여 년 동안 들은 이야기와 여러 사람의 추가 증언과 교차검증, 기타 자료 등을 참고해 원고를 집필했다. 그러므로 기본적으로 아들인 저자의 시점으로 전개되고 있음에도 이 책은 신현확의 증언록이라 부를 수 있다. 그의 삶과 철학, 경험 등 모든 것이 그의 육성 증언을 바탕으로 직접적으로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즉 아버지인 신현확이 말하고 아들 신철식이 자신의 시각을 담아 정리한 ‘아버지의 증언록’인 셈이다.
이 점이야말로 이 책이 본인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여타 회고록 및 자서전과 구별되는 점이며 현대사의 결정적이고도 중요한 순간들의 실상과 이면을 담고 있는 신현확 최초의, 유일한 증언록이라 할 수 있다.

한국 현대사를 다시 쓰게 할 증언부터 경제정책의 설계부터 실행까지
진영 논리를 떠나 현대사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사료적 가치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현대사의 숨겨진 진실을 밝히고 있다. 경제 개발 5개년계획의 원안이 제1공화국 신현확 당시 부흥부장관 주도하에 이미 마련되었다는 사실을 시작으로 그동안 우리가 잘 알지 못했거나, 잘못 알고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밝힌다. 12·12에서 ‘서울의 봄’에 이르는 5개월 동안 ‘3김’이 가장 견제했던 인물이 전두환이 아니라 신현확이었다는 점, 최규하 대통령이 군이 자신을 지지하고 있다고 오해해 사퇴 요청을 거부하였다는 점, 노태우 대통령에게 직선제 개헌과 3당 합당을 전제로 한 내각제 개헌을 제안한 이가 신현확이었다는 점 등은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드러난 사실이다. 이는 논란의 여지를 떠나 현대사에 대한 새로운 증언으로서, 진영 논리를 떠나 귀중한 사료적 가치를 갖는다. 여기에 더해 이승만·박정희 두 대통령과의 일화와 1980년 전두환과의 대립까지, 현대사 이면의 흥미진진한 모습 등을 조명하며 다양한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 또한 제공한다.
또한 이 책은 한국 경제정책의 시작과 그 메커니즘을 살펴볼 수 있는 근거이자 자료이기도 하다. 신현확이 제기한 ‘안정을 바탕으로 한 점진적인 성장’은 오늘날까지 한국 경제정책의 기조로 유지되고 있다. 그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 경제정책의 설계와 입안 및 전개 과정, 정책 탄생의 내막 등을 속속들이 알 수 있다. 독자들은 이를 통해 한국 경제 개발의 역사와 변천 과정을 이해할 수 있으며, 이는 오늘날의 경제 관료에게도 유의미한 선례이자 참고자료가 된다.
더불어 20장의 권두 화보로 신현확 전 총리의 모습과 현대사의 중요 순간을 들여다볼 수 있다. 본문 중간에 제시된 인물 약전은 신현확과 동시대를 산 사람들이 한국 현대사 및 경제사에서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TK의 대부인가, 한국의 풍도인가?
시대정신을 실현하는 데 매진한 관료의 표상

흔히 신현확을 ‘TK 마피아의 대부’라고 부른다. 장관 및 총리를 지내면서 경제 관료뿐만 아니라 대구·경북 지역 인사들의 구심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승만·박정희 시대에 걸쳐 관료로 재직한 점을 비판하는 목소리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이 책은 신현확이라는 인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그는 스스로를 관료이자 경제 행정가로 정의하였으며 특정한 정권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신현확은 중국 5대 10국 시대의 정치가 풍도(馮道)에 빗댈 수 있을 듯하다. 그는 왕조가 바뀔 때마다 현실정치를 펼쳐 새 권력을 옹호하였고, 무려 다섯 왕조에서 재상을 지냈다. 많은 사람들이 풍도를 지조 없는 정치가라고 비난했지만 그는 자신은 황제를 섬긴 것이 아니라 나라를 섬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현확의 삶 또한 그러한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말하자면 그는 관료로서 당대의 정부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주력했다. 이승만 정부에서는 부흥부 과장에서 시작해 장관이 되기까지 전후의 폐허에서 나라를 복구하고 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신념 하나로 경제 개발계획을 설계했다. 박정희 정부 들어서는 20여 년 동안 뒤돌아보지 않고 달려온 고도성장의 폐해를 인식하고, 대통령과 날을 세워가면서까지 안정을 바탕으로 한 성장정책을 주장했다. 또한 분배와 복지의 필요성을 눈여겨보고 국내에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는가 하면 공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전직국가수반회의의 멤버로 활동하며 사회 원로로서 국익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자 노력했다.
이렇듯 신현확은 권력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당대의 시대정신을 실현하는 일에 매진하였으며, 이는 그가 스스로를 ‘관료’로 정의하는 근거가 된다. 이 책은 신현확의 이러한 일관된 삶의 자세를 따라가면서, 특정 정권에 복무하지 않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올바른 관료의 표상을 제시한다.

두 부자(父子)의 갈등, 대립, 화해와 사랑
‘아버지를 앓는’ 모든 이에게 전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

저자 신철식은 아버지 신현확을 ‘완고한 스승’이라고 표현한다. 평범한 부자관계와는 달리 두 사람은 사제관계와도 같았다. 아버지 신현확은 저자에게 평생에 걸쳐 엄격하게 대했으며, 늘 공부 과제를 제시하고 가르침을 주려 했다. 매주 토요일마다 두 부자가 식사를 하며 그 주에 있었던 일, 읽은 책, 뉴스 등 여러 주제에 걸쳐 폭넓은 대화를 했던 ‘밥상머리교육’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 책에는 이 외에도 신현확 전 총리의 비범한 면과 인간적인 면모가 아들의 입을 통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방학 때마다 아버지의 엄명으로 집을 떠나야 했던 일화, 폐렴에 걸리고도 아버지의 지시에 따라 대학 입시를 치러야 했던 일화 등이 담겨 있다. 또한 밖에서는 흠잡을 데 없이 꼿꼿하던 아버지가 투옥을 겪은 뒤 집에서 술을 마시면 상당히 오랜 기간 주사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아들인 저자의 입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이처럼 한 인간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줌으로써 평면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거리감과 객관성을 확보한다.
저자는 어릴 적에는 안간힘을 쓰고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이제는 아버지를 이해하고 그 속에 담긴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근본적으로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이며, 신현확이라는 인물의 증언을 아들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의미를 덧붙인 평전의 성격 또한 갖는다.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의 이면 너머 치열하게 갈등하고 대립하고 화해했던 두 부자의 이야기는 올바른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여지를 독자들에게 던져준다.

“신현확 총리는 오늘날 한국 경제의 산파였다”
- 남덕우 전 국무총리

“이승만 대통령, 당신이 부럽습니다.
신현확같이 뛰어난 부하를 데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미 대통령

“신현확 총리는 전직국가수반회의의 멤버로 받아들일 자격이 있는
유일한 한국의 지도자다”
- 후쿠다 다케오 전 일본 총리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