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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편소설] 매구 할매:송은일

Bawoo 2025. 3. 3. 13:14
저자:송은일
출간:2013.7.20.
 
[소감] 작가의 "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년" 백 년이란 작품을 읽고 이 작품이 전작이라는 알게 되어 일부러 찾아 읽은 작품, 위 "대꽃~"이란 작품에 매료되지 않았다면 그러지 않았을 것인데 먼저 나온 이 작품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져서였다. 그런데 2013년에 나온 책이라 이용하는 도서관에 검색하니 딱 한 곳에서 발견되었다. 이용하는 도서관 중에서 가장 먼 곳. 전철이나 자차를 이용해야만 하는 곳. 그래서 70대 이상 노령인구를 대상으로 한 택배제도를 이용하는 곳인데 작품의 내용이 너무 궁금하여 일부러 발품을 팔아  직접 가서 빌려왔다. 
 
나라가 산업화되기 전 농업사회였던 시절에 태어난 우리 세대는 주로 도시에서 나고 자란 현 젊은 세대와 달리 고향이란 곳이 있다. 어릴 적 추억이 서려 있는 곳. 집성촌이어서 고향에 사시는 분들이 다 친척지간이었다. 이젠 다 황폐화되어 빈집이 넘쳐 나고 마을 뒷산 너머에 있는 농경지, 저수지에는 공장이 들어서 있다. 몇 년 전 마지막 성묘 겸해서 갔을 때의 기절초풍할 모습이라니. 만정이 떨어진데다가 몸도 늙어버려 그 뒤로는 안 가게 되었지만 어디 마음이야 그런가. 늘 생각나는곳이다. 어릴 적 옛 모습이라곤 눈 씻고 보려야 볼 수 없는 곳인데도. 
 
이 작품은 나의 이런 향수를 자극하게 한다. 점점 사라져 가는 마을의  이야기가 종갓집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시대의 흐름은 최대한 배제하고서이다. 사실 시대의 흐름은 일개인의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한반도 조선왕조가 일본에게 망하고 한반도가 식민지가 되었다고 해도 일반 국민의 삶이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다. 태어났으니 살아야 하고 이는 먹고사는 문제의 해결이 최우선인 법이다. 국가권력에 의한 통제만 없다면 말이다.
이 작품은 이런 국가권력에 의해 통제되는 삶은 최대한 배제하고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내가 살아온 군사독재 시절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었다. 태어났던 해에 전쟁이 일어났고 이어지는 무늬만 민주주의인 독재 시절이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으로 이어졌다.  거의 40년. 그러나 살아가는데 아무런 제약도 없었다. 체제에 순응하면서 산 때문이었다. 거의 3년간 군 의무 복무한 것과 1971년 대학 1학년 때 교련 제도가 생겨 의무적으로 받아야 했던 것  외엔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반 군사 독재 투쟁을 안 하고  범죄만 자지르지 않는다면 말이다. 오히려 경제 발전의 혜택을 받았다.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늘어난 탓에 꽤 괜찮은 직장에 다니면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런 와중에 나라가 민주화가 되는 것도 겪었다. 현 운석열 정부 들어 비상계엄이란 날벼락이 떨어졌고 결과가 아직 미해결 상태이지만 이도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나든 내 일상생활에 큰 변화는 주지 않을 것이다. 설사 탄핵이 기각되어 윤석열이 다시 대통령직에 복귀할지라도 서슬 푸른 군사독재 시절에도 안 일어난 일이 현 시국에서 다시 일어날 거라는 생각은 하기 쉽지 않으니까. 다만 개인적론 아무런 피해가 없이 살아낸 시절이었지만 심리적 압작감은 오죽했겠는가. 눤가에 짓물린 것 같은 삶이었었다. 그게 민주화가 되고  난 뒤에 말끔히 사라졌었는데 이번 사태 때 다시 떠올려야 했었다. 
 
각설, 이 작품은 이런 나의 삶과 궤를 같이 한다. 현재의 주인공일 수 있는 은현의 증조할머니인 여례당이 남편과 아들을 해방 후 혼란기-이 작품에서는 여순 사건과 한국전쟁 시기-에 잃는 것 외엔 시국의 흐름과는 전혀 관계없는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이야기이다. 사실 해방 후 혼란기, 전쟁 시기를 아무런 피해 없이 살아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나 내 어릴 때 기억으로는 부친이 의용군으로 끌려갔다가 탈출했다는 이야기와 친척 몇 분이 병역 기피를 해서 공직에 임명되지 않았다는 정도만 들어 알고 있다. 그 외에 고향 마을에는 큰 피해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 지금의 오산시에서 10여 리 정도 들어가야 있는 농촌 마을인데 아마 전장의 중심 지역에서 벗어난 덕분일까? 북한군은 낙동강까지 급하게 처내려 갔으나  인천상륙작전 때문에 허리가 잘려 북으로 쫓겨가기 급했던 탓에  산골 마을까지 헤집고 다니기엔 시간이 없었던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실 해방 후 혼란기, 한국전쟁기 관련 작품은 당시 시대의 흐름에 휩쓸려 희생당한 인물들을 다룬  비극적 이야기를 주로 담고 있다. 제주 4.3 사건, 여순 사건, 거창 양민 학살 사건 등. 또 일제 강점기 강제 징용, 위안부 문제를 다룬 작품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이런 비극적인 이야기는 여례당의 남편과, 아들 이야기로 국한하고 있다. 해방 후 혼란기, 전쟁 시기나 일제강점기에도 비극적인 상황까지는 내몰리지 않은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나에게도 해당할 수 있는 이야기를 주로 하고 있다.  그래서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시대적 환경이 어떻든 간에 태어났기에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작가의 뛰어난 글솜씨 덕분에 모처럼 흠뻑 빠져 들어 아주 재미있게(?). 작중 이미 노년에 접어든 인물들의 이야기에는  동병상련으로 공감하는 마음을 가지고서. 

[여담]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니 내가 선호하는 소재는 아닌 것 같아 읽기를 망설이고 있는데 대신 단편집은 읽어보려고 한다. 원래 단편소설을 안 읽은 쪽인데 워낙 빼어난 글솜씨에 매료되어 예외적으로.^^
 
* 작품에 대한 전문적인 해설은 아래 이하  전문-출처:인터넷 교보문고-을 참고 바랍니다. 
 
[참고 자료: 작가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 지역을 작품 끝부분에 면까지 알려놨더군요. 그래서 "고흥군 - 나무위키"를 검색하여 작품 관련 자료만 발췌했습니다.]
  • 여수·순천 10.19 사건 당시 여수순천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있어서 피해를 많이 입은 지역 중 하나다. :작품에서는 여레당의 남편, 아들이 희생당하는 거로 나온다 .
  • 여산 송씨(礪山 宋氏) 도 많이 거주한다.: 작품에 나오는 두원면의  송씨 집성촌은 (전라남도 고흥군 두원면)풍류리, 성두리 두 곳이다. 작 중 금당이라는 곳이 두 마을 중 한 곳 아닐까 싶다. 아니면 두 마을 이야기를 함께 엮은 것일 수도 있겠다.

[아래]

 
-작품세계 및 줄거리[아래 출판사 서평에서 발췌]

장편소설 『매구할매』는 4백 년 된 계성재를 중심으로 그 가족들과 들고 난 수많은 식솔들의 삶과 애환을 그리고 있다. 계성재 20대 손인 소설가 류은현이 금당의 고향 집으로 귀향하면서, 액자 소설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문학을 전공한 류은현이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을 때 사귀던 남자의 부인이 찾아와 강의를 그만두라고 강요한다. 추문이 두려운 은현은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귀향한다. 이미 두 권의 소설집을 출간한 은현은 그동안 준비하던 소설을 쓰기 위해 집안 대대로 내려오며 기록된 「계성재가솔부」를 아버지로부터 넘겨받는다. 은현은 매구할매를 소설의 주인공으로 삼아, 집안 윗대 어른들의 행적을 추적하며 소설을 쓴다.

은현의 소설 속 이야기는 90여 년 전 시집갔던 진녹두가 계성재로 회향하여 집안의 안주인인 여례당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계성재에서 자라 시집갔으나 다시 계성재로 돌아와 살게 된 매구할매 진녹두는 나이 들면서 한 마을의 상징적인 존재이자 한 집안의 어른으로 현존하고 있다. 집안의 큰 어른인 매구할매는 이미 백 살을 넘긴 지가 오래지만 아직도 백 살에 머물러 있다. 류은현의 대학 때 친구인 한중경을 통해 매구할매의 삶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려는 김영성 감독이 계성재를 찾아온다. 은현의 아버지인 류동국 씨는 매구할매의 영화에 관한 모든 일을 은현에게 맡긴다. 그 일로 은현은 한중경과 다시 만나게 되고 김 감독은 매구할매의 삶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영화 제작에 들어간다.

「계성재가솔부」에 수록된 17대 종부인 여례당 권 씨가 은현이 집필하고 있는 액자 소설의 중심인물이며, 현재 시점인 은현이 또 다른 이야기의 서술자이다. 「계성재가솔부」에 수록된 15대 종부인 수항당 신 씨를 거쳐 16대 안순당과 17대 여례당 권 씨에 이르러 가장 많은 기록들이 있었다. 매구할매 진녹두와 더불어 한 시대를 당당하고 기품 있게 살았던 여례당은 수백 년 동안 면면이 이어온 가문의 전통을 지킨 여장부였다. 계성재는 들어오는 사람 막지 않고 나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는 가문의 전통대로 대문간에 버려진 아이들조차 가족처럼 돌보며 함께 살아왔다.

권여례, 네가 장차 계성재의 큰살림을 맡게 될 터인즉 변화하는 세상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네 시부께서는 현재 나주 군수로 계시지만 경성으로 가실 뜻은 없어 보이시더라. 그러니 내년쯤에는 다른 군으로 전임하실 것이다. 조선이 망했다고는 하나 모든 체제가 한꺼번에 변할 수는 없는바 네 시부께서는 각처를 돌며 공직을 계속하실 터이다. 그건 계성재가 안주인에 의해 전적으로 운영된다는 뜻이다. 더불어 안주인이 세상을 크게 볼 줄 알아야 이 어지러운 정세 속에서 집안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거듭 말하거니와 세상이 급속히 변하고 있느니라. 변하는 세상을 인정하며 적응해야만 너를 지키고 네 집안을 지킬 수 있다. -본문 중에서
17대 종부인 여례당은 한 시절 들고 나는 수많은 가솔들과 함께 해방과 육이오 전쟁의 격동기를 거치며 하루아침에 외종손인 자식과 지아비를 폭도들에 의해 잃는다. 자식을 잃은 참척의 아픔과 남은 사람들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에서 당찬 여인의 끈질긴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수백 년 동안 내려온 고유한 전통의 종갓집과 종손 종부가 고택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여실히 보여 준다. 계성재 19대 종부인 홍림당은 자식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제사 문제로 심한 갈등을 겪고 정신적인 충격으로 몸져눕고 만다. 은현의 부친인 류동국 씨는 더 이상 종갓집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느끼며 주변을 조금씩 정리한다.
 

책소개

송은일 장편소설 『매구 할매』. 백 년 된 계성재를 중심으로 그 가족들과 들고 난 수많은 식솔들의 삶과 애환을 그리고 있다. 계성재 20대 손인 소설가 류은현이 금당의 고향 집으로 귀향하면서, 액자 소설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미 두 권의 소설집을 출간한 은현은 그동안 준비하던 소설을 쓰기 위해 집안 대대로 내려오며 기록된 ‘계성재가솔부’를 아버지로부터 넘겨받는다. 은현은 매구할매를 소설의 주인공으로 삼아, 집안 윗대 어른들의 행적을 추적하며 소설을 써내려 가는데…….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저자

송은일 소설가

1964년 전남 고흥 출생. 덕성여자대학교 국어국문과를 졸업했다. 1995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꿈꾸는 실낙원'이 당선되어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200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상에 '아스피린 두 알'이 당선되었다. 장편소설 '불꽃섬', '소울 메이트', '도둑의 누이', '한 꽃살문에 관한 전설', '반야'(1,2), '사랑을 묻다', 창작집 '딸꾹질', '남녀실종지사'를 출간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출판사서평

평범한 소재를 비범한 이야기로 다듬어 내는 강력한 서사의 힘
송은일은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200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아스피린 두알』로 등단한 송은일은『불꽃섬』, 『도둑의 누이』, 『한 꽃살문에 관한 전설』, 『반야』,『왕인』등 다양한 소재를 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활달한 문체로 그려내 타고난 이야기꾼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송은일 문학의 가장 큰 매력은 인물들 사이에 복잡하게 얽힌 갈등을 촘촘히 그려내며 평범한 소재를 비범한 이야기로 다듬어내는 강력한 서사의 힘이다. 인간 삶의 이면에 가려진 그늘에서 고통 받고 소외된 인간 군상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넣고 상처 입은 영혼들의 삶을 위무한다.

장편소설『매구할매』는 바로 송은일 문학에서 끊임없이 추구해 온 휴머니즘 문학의 연장선에 있다. 작가 자신의 표현대로 이 시대를 투영하고 있는 우리 삶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하다. “가슴이 저릿했다. 한 세상을 너끈히 건너와 말년에 이른 그들의 삶이 각기 빛나는 걸 그 순간에야 비로소 깨달았다. 내가 그동안 이들의 삶을 쓰지 않고 어디를 헤매고 다녔나 싶어 부끄럽기도 했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장편소설『매구할매』는 흔하면서도 가장 보편적인 우리네 삶의 이야기다. 현대와 과거를 넘나들며 전개되는 이 소설은 살아 있는 듯한 인물들의 묘사와 감칠맛 나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이 소설의 배경이며 주인공이면서 도드라지지 않는 매구할매는 각각으로 빛난 삶을 살아온 고향 할매들이다. 백 살의 매구할매가 사는 4백 년 묵은 집 계성재는 그 할매들의 삶이 투영된 집이며 할매와 함께 저물어 가는 마을에 대한 형상이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여 어디로 흘러가든 평생 한자리에 뿌리 내려 가지를 키우고 잎을 틔우고 열매를 맺어 떠나보내면서 존재해 온 이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채 그 자리에서 나이 들어 현재에 이르렀지만 자신들의 삶에서는 주인공인 사람들이다. 백 살에도 빛날 수 있는 그들, 혹은 우리들! -작가의 말 중에서
-작품세계 및 줄거리
장편소설 『매구할매』는 4백 년 된 계성재를 중심으로 그 가족들과 들고 난 수많은 식솔들의 삶과 애환을 그리고 있다. 계성재 20대 손인 소설가 류은현이 금당의 고향 집으로 귀향하면서, 액자 소설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문학을 전공한 류은현이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을 때 사귀던 남자의 부인이 찾아와 강의를 그만두라고 강요한다. 추문이 두려운 은현은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귀향한다. 이미 두 권의 소설집을 출간한 은현은 그동안 준비하던 소설을 쓰기 위해 집안 대대로 내려오며 기록된 「계성재가솔부」를 아버지로부터 넘겨받는다. 은현은 매구할매를 소설의 주인공으로 삼아, 집안 윗대 어른들의 행적을 추적하며 소설을 쓴다.

은현의 소설 속 이야기는 90여 년 전 시집갔던 진녹두가 계성재로 회향하여 집안의 안주인인 여례당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계성재에서 자라 시집갔으나 다시 계성재로 돌아와 살게 된 매구할매 진녹두는 나이 들면서 한 마을의 상징적인 존재이자 한 집안의 어른으로 현존하고 있다. 집안의 큰 어른인 매구할매는 이미 백 살을 넘긴 지가 오래지만 아직도 백 살에 머물러 있다. 류은현의 대학 때 친구인 한중경을 통해 매구할매의 삶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려는 김영성 감독이 계성재를 찾아온다. 은현의 아버지인 류동국 씨는 매구할매의 영화에 관한 모든 일을 은현에게 맡긴다. 그 일로 은현은 한중경과 다시 만나게 되고 김 감독은 매구할매의 삶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영화 제작에 들어간다.

「계성재가솔부」에 수록된 17대 종부인 여례당 권 씨가 은현이 집필하고 있는 액자 소설의 중심인물이며, 현재 시점인 은현이 또 다른 이야기의 서술자이다. 「계성재가솔부」에 수록된 15대 종부인 수항당 신 씨를 거쳐 16대 안순당과 17대 여례당 권 씨에 이르러 가장 많은 기록들이 있었다. 매구할매 진녹두와 더불어 한 시대를 당당하고 기품 있게 살았던 여례당은 수백 년 동안 면면이 이어온 가문의 전통을 지킨 여장부였다. 계성재는 들어오는 사람 막지 않고 나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는 가문의 전통대로 대문간에 버려진 아이들조차 가족처럼 돌보며 함께 살아왔다.

권여례, 네가 장차 계성재의 큰살림을 맡게 될 터인즉 변화하는 세상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네 시부께서는 현재 나주 군수로 계시지만 경성으로 가실 뜻은 없어 보이시더라. 그러니 내년쯤에는 다른 군으로 전임하실 것이다. 조선이 망했다고는 하나 모든 체제가 한꺼번에 변할 수는 없는바 네 시부께서는 각처를 돌며 공직을 계속하실 터이다. 그건 계성재가 안주인에 의해 전적으로 운영된다는 뜻이다. 더불어 안주인이 세상을 크게 볼 줄 알아야 이 어지러운 정세 속에서 집안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거듭 말하거니와 세상이 급속히 변하고 있느니라. 변하는 세상을 인정하며 적응해야만 너를 지키고 네 집안을 지킬 수 있다. -본문 중에서
17대 종부인 여례당은 한 시절 들고 나는 수많은 가솔들과 함께 해방과 육이오 전쟁의 격동기를 거치며 하루아침에 외종손인 자식과 지아비를 폭도들에 의해 잃는다. 자식을 잃은 참척의 아픔과 남은 사람들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에서 당찬 여인의 끈질긴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수백 년 동안 내려온 고유한 전통의 종갓집과 종손 종부가 고택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여실히 보여 준다. 계성재 19대 종부인 홍림당은 자식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제사 문제로 심한 갈등을 겪고 정신적인 충격으로 몸져눕고 만다. 은현의 부친인 류동국 씨는 더 이상 종갓집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느끼며 주변을 조금씩 정리한다.

-추천의 글
송은일은 우리 작가들 가운데서 아주 드물게 참하면서도 능청스러운 이야기꾼이다. 그의 문장은 남성 작가 못지않게 올곧고 힘이 넘치며 그의 이야기는 양파 같아서, 한 개의 껍질을 벗기고 나면 새로운 속껍질이 나타나고, 그 속껍질을 벗기면 새로운 속껍질이 다시 나타난다. 그 구절양장처럼 휘돌아 펼쳐지는 굽이굽이에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효소 음식 같은 곡진한 감칠맛이 슴배어 있다. -한승원 소설가

송은일은 쉬지 않는 작가다. 그동안 송은일이 쓴 작품들은 섬진강 강물처럼 흘러간다. 그것도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이 아니라 여흘여흘 흘러가는 강물이다. 송은일이 또 한 권의 장편소설 『매구할매』로 독자와 만난다. 나는 이 소설의 스포일러가 되기보다 읽기를 권한다. 첫 장을 펼치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에 닿아 있다. 이러한 그의 열정이 언젠가는 그를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어 놓을 것이다. 소설은 허명이 아니라, 이 같은 실존이기 때문이다.
-정일근 시인ㆍ경남대 교수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