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라가 산업화되기 전 농업사회였던 시절에 태어난 우리 세대는 주로 도시에서 나고 자란 현 젊은 세대와 달리 고향이란 곳이 있다. 어릴 적 추억이 서려 있는 곳. 집성촌이어서 고향에 사시는 분들이 다 친척지간이었다. 이젠 다 황폐화되어 빈집이 넘쳐 나고 마을 뒷산 너머에 있는 농경지, 저수지에는 공장이 들어서 있다. 몇 년 전 마지막 성묘 겸해서 갔을 때의 기절초풍할 모습이라니. 만정이 떨어진데다가 몸도 늙어버려 그 뒤로는 안 가게 되었지만 어디 마음이야 그런가. 늘 생각나는곳이다. 어릴 적 옛 모습이라곤 눈 씻고 보려야 볼 수 없는 곳인데도.
[여담]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니 내가 선호하는 소재는 아닌 것 같아 읽기를 망설이고 있는데 대신 단편집은 읽어보려고 한다. 원래 단편소설을 안 읽은 쪽인데 워낙 빼어난 글솜씨에 매료되어 예외적으로.^^
- 여수·순천 10.19 사건 당시 여수, 순천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있어서 피해를 많이 입은 지역 중 하나다. :작품에서는 여레당의 남편, 아들이 희생당하는 거로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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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산 송씨(礪山 宋氏) 도 많이 거주한다.: 작품에 나오는 두원면의 송씨 집성촌은 (전라남도 고흥군 두원면)풍류리, 성두리 두 곳이다. 작 중 금당이라는 곳이 두 마을 중 한 곳 아닐까 싶다. 아니면 두 마을 이야기를 함께 엮은 것일 수도 있겠다.
[아래]
장편소설 『매구할매』는 4백 년 된 계성재를 중심으로 그 가족들과 들고 난 수많은 식솔들의 삶과 애환을 그리고 있다. 계성재 20대 손인 소설가 류은현이 금당의 고향 집으로 귀향하면서, 액자 소설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문학을 전공한 류은현이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을 때 사귀던 남자의 부인이 찾아와 강의를 그만두라고 강요한다. 추문이 두려운 은현은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귀향한다. 이미 두 권의 소설집을 출간한 은현은 그동안 준비하던 소설을 쓰기 위해 집안 대대로 내려오며 기록된 「계성재가솔부」를 아버지로부터 넘겨받는다. 은현은 매구할매를 소설의 주인공으로 삼아, 집안 윗대 어른들의 행적을 추적하며 소설을 쓴다.
은현의 소설 속 이야기는 90여 년 전 시집갔던 진녹두가 계성재로 회향하여 집안의 안주인인 여례당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계성재에서 자라 시집갔으나 다시 계성재로 돌아와 살게 된 매구할매 진녹두는 나이 들면서 한 마을의 상징적인 존재이자 한 집안의 어른으로 현존하고 있다. 집안의 큰 어른인 매구할매는 이미 백 살을 넘긴 지가 오래지만 아직도 백 살에 머물러 있다. 류은현의 대학 때 친구인 한중경을 통해 매구할매의 삶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려는 김영성 감독이 계성재를 찾아온다. 은현의 아버지인 류동국 씨는 매구할매의 영화에 관한 모든 일을 은현에게 맡긴다. 그 일로 은현은 한중경과 다시 만나게 되고 김 감독은 매구할매의 삶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영화 제작에 들어간다.
「계성재가솔부」에 수록된 17대 종부인 여례당 권 씨가 은현이 집필하고 있는 액자 소설의 중심인물이며, 현재 시점인 은현이 또 다른 이야기의 서술자이다. 「계성재가솔부」에 수록된 15대 종부인 수항당 신 씨를 거쳐 16대 안순당과 17대 여례당 권 씨에 이르러 가장 많은 기록들이 있었다. 매구할매 진녹두와 더불어 한 시대를 당당하고 기품 있게 살았던 여례당은 수백 년 동안 면면이 이어온 가문의 전통을 지킨 여장부였다. 계성재는 들어오는 사람 막지 않고 나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는 가문의 전통대로 대문간에 버려진 아이들조차 가족처럼 돌보며 함께 살아왔다.
권여례, 네가 장차 계성재의 큰살림을 맡게 될 터인즉 변화하는 세상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네 시부께서는 현재 나주 군수로 계시지만 경성으로 가실 뜻은 없어 보이시더라. 그러니 내년쯤에는 다른 군으로 전임하실 것이다. 조선이 망했다고는 하나 모든 체제가 한꺼번에 변할 수는 없는바 네 시부께서는 각처를 돌며 공직을 계속하실 터이다. 그건 계성재가 안주인에 의해 전적으로 운영된다는 뜻이다. 더불어 안주인이 세상을 크게 볼 줄 알아야 이 어지러운 정세 속에서 집안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거듭 말하거니와 세상이 급속히 변하고 있느니라. 변하는 세상을 인정하며 적응해야만 너를 지키고 네 집안을 지킬 수 있다. -본문 중에서
17대 종부인 여례당은 한 시절 들고 나는 수많은 가솔들과 함께 해방과 육이오 전쟁의 격동기를 거치며 하루아침에 외종손인 자식과 지아비를 폭도들에 의해 잃는다. 자식을 잃은 참척의 아픔과 남은 사람들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에서 당찬 여인의 끈질긴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수백 년 동안 내려온 고유한 전통의 종갓집과 종손 종부가 고택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여실히 보여 준다. 계성재 19대 종부인 홍림당은 자식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제사 문제로 심한 갈등을 겪고 정신적인 충격으로 몸져눕고 만다. 은현의 부친인 류동국 씨는 더 이상 종갓집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느끼며 주변을 조금씩 정리한다.
책소개
송은일 장편소설 『매구 할매』. 백 년 된 계성재를 중심으로 그 가족들과 들고 난 수많은 식솔들의 삶과 애환을 그리고 있다. 계성재 20대 손인 소설가 류은현이 금당의 고향 집으로 귀향하면서, 액자 소설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미 두 권의 소설집을 출간한 은현은 그동안 준비하던 소설을 쓰기 위해 집안 대대로 내려오며 기록된 ‘계성재가솔부’를 아버지로부터 넘겨받는다. 은현은 매구할매를 소설의 주인공으로 삼아, 집안 윗대 어른들의 행적을 추적하며 소설을 써내려 가는데…….
출판사서평
평범한 소재를 비범한 이야기로 다듬어 내는 강력한 서사의 힘
송은일은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200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아스피린 두알』로 등단한 송은일은『불꽃섬』, 『도둑의 누이』, 『한 꽃살문에 관한 전설』, 『반야』,『왕인』등 다양한 소재를 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활달한 문체로 그려내 타고난 이야기꾼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송은일 문학의 가장 큰 매력은 인물들 사이에 복잡하게 얽힌 갈등을 촘촘히 그려내며 평범한 소재를 비범한 이야기로 다듬어내는 강력한 서사의 힘이다. 인간 삶의 이면에 가려진 그늘에서 고통 받고 소외된 인간 군상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넣고 상처 입은 영혼들의 삶을 위무한다.
장편소설『매구할매』는 바로 송은일 문학에서 끊임없이 추구해 온 휴머니즘 문학의 연장선에 있다. 작가 자신의 표현대로 이 시대를 투영하고 있는 우리 삶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하다. “가슴이 저릿했다. 한 세상을 너끈히 건너와 말년에 이른 그들의 삶이 각기 빛나는 걸 그 순간에야 비로소 깨달았다. 내가 그동안 이들의 삶을 쓰지 않고 어디를 헤매고 다녔나 싶어 부끄럽기도 했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장편소설『매구할매』는 흔하면서도 가장 보편적인 우리네 삶의 이야기다. 현대와 과거를 넘나들며 전개되는 이 소설은 살아 있는 듯한 인물들의 묘사와 감칠맛 나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이 소설의 배경이며 주인공이면서 도드라지지 않는 매구할매는 각각으로 빛난 삶을 살아온 고향 할매들이다. 백 살의 매구할매가 사는 4백 년 묵은 집 계성재는 그 할매들의 삶이 투영된 집이며 할매와 함께 저물어 가는 마을에 대한 형상이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여 어디로 흘러가든 평생 한자리에 뿌리 내려 가지를 키우고 잎을 틔우고 열매를 맺어 떠나보내면서 존재해 온 이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채 그 자리에서 나이 들어 현재에 이르렀지만 자신들의 삶에서는 주인공인 사람들이다. 백 살에도 빛날 수 있는 그들, 혹은 우리들! -작가의 말 중에서
-작품세계 및 줄거리
장편소설 『매구할매』는 4백 년 된 계성재를 중심으로 그 가족들과 들고 난 수많은 식솔들의 삶과 애환을 그리고 있다. 계성재 20대 손인 소설가 류은현이 금당의 고향 집으로 귀향하면서, 액자 소설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문학을 전공한 류은현이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을 때 사귀던 남자의 부인이 찾아와 강의를 그만두라고 강요한다. 추문이 두려운 은현은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귀향한다. 이미 두 권의 소설집을 출간한 은현은 그동안 준비하던 소설을 쓰기 위해 집안 대대로 내려오며 기록된 「계성재가솔부」를 아버지로부터 넘겨받는다. 은현은 매구할매를 소설의 주인공으로 삼아, 집안 윗대 어른들의 행적을 추적하며 소설을 쓴다.
은현의 소설 속 이야기는 90여 년 전 시집갔던 진녹두가 계성재로 회향하여 집안의 안주인인 여례당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계성재에서 자라 시집갔으나 다시 계성재로 돌아와 살게 된 매구할매 진녹두는 나이 들면서 한 마을의 상징적인 존재이자 한 집안의 어른으로 현존하고 있다. 집안의 큰 어른인 매구할매는 이미 백 살을 넘긴 지가 오래지만 아직도 백 살에 머물러 있다. 류은현의 대학 때 친구인 한중경을 통해 매구할매의 삶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려는 김영성 감독이 계성재를 찾아온다. 은현의 아버지인 류동국 씨는 매구할매의 영화에 관한 모든 일을 은현에게 맡긴다. 그 일로 은현은 한중경과 다시 만나게 되고 김 감독은 매구할매의 삶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영화 제작에 들어간다.
「계성재가솔부」에 수록된 17대 종부인 여례당 권 씨가 은현이 집필하고 있는 액자 소설의 중심인물이며, 현재 시점인 은현이 또 다른 이야기의 서술자이다. 「계성재가솔부」에 수록된 15대 종부인 수항당 신 씨를 거쳐 16대 안순당과 17대 여례당 권 씨에 이르러 가장 많은 기록들이 있었다. 매구할매 진녹두와 더불어 한 시대를 당당하고 기품 있게 살았던 여례당은 수백 년 동안 면면이 이어온 가문의 전통을 지킨 여장부였다. 계성재는 들어오는 사람 막지 않고 나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는 가문의 전통대로 대문간에 버려진 아이들조차 가족처럼 돌보며 함께 살아왔다.
권여례, 네가 장차 계성재의 큰살림을 맡게 될 터인즉 변화하는 세상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네 시부께서는 현재 나주 군수로 계시지만 경성으로 가실 뜻은 없어 보이시더라. 그러니 내년쯤에는 다른 군으로 전임하실 것이다. 조선이 망했다고는 하나 모든 체제가 한꺼번에 변할 수는 없는바 네 시부께서는 각처를 돌며 공직을 계속하실 터이다. 그건 계성재가 안주인에 의해 전적으로 운영된다는 뜻이다. 더불어 안주인이 세상을 크게 볼 줄 알아야 이 어지러운 정세 속에서 집안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거듭 말하거니와 세상이 급속히 변하고 있느니라. 변하는 세상을 인정하며 적응해야만 너를 지키고 네 집안을 지킬 수 있다. -본문 중에서
17대 종부인 여례당은 한 시절 들고 나는 수많은 가솔들과 함께 해방과 육이오 전쟁의 격동기를 거치며 하루아침에 외종손인 자식과 지아비를 폭도들에 의해 잃는다. 자식을 잃은 참척의 아픔과 남은 사람들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에서 당찬 여인의 끈질긴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수백 년 동안 내려온 고유한 전통의 종갓집과 종손 종부가 고택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여실히 보여 준다. 계성재 19대 종부인 홍림당은 자식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제사 문제로 심한 갈등을 겪고 정신적인 충격으로 몸져눕고 만다. 은현의 부친인 류동국 씨는 더 이상 종갓집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느끼며 주변을 조금씩 정리한다.
-추천의 글
송은일은 우리 작가들 가운데서 아주 드물게 참하면서도 능청스러운 이야기꾼이다. 그의 문장은 남성 작가 못지않게 올곧고 힘이 넘치며 그의 이야기는 양파 같아서, 한 개의 껍질을 벗기고 나면 새로운 속껍질이 나타나고, 그 속껍질을 벗기면 새로운 속껍질이 다시 나타난다. 그 구절양장처럼 휘돌아 펼쳐지는 굽이굽이에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효소 음식 같은 곡진한 감칠맛이 슴배어 있다. -한승원 소설가
송은일은 쉬지 않는 작가다. 그동안 송은일이 쓴 작품들은 섬진강 강물처럼 흘러간다. 그것도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이 아니라 여흘여흘 흘러가는 강물이다. 송은일이 또 한 권의 장편소설 『매구할매』로 독자와 만난다. 나는 이 소설의 스포일러가 되기보다 읽기를 권한다. 첫 장을 펼치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에 닿아 있다. 이러한 그의 열정이 언젠가는 그를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어 놓을 것이다. 소설은 허명이 아니라, 이 같은 실존이기 때문이다.
-정일근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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