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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편소설] 작은 용:한근찬

Bawoo 2025. 2. 15. 11:28

작은 용

저자:하근찬

출간:2024.10.30

[소감] 이 작품을 쓴 하근찬 작가(1931년~2007년)는 나(우리) 10대 후반, 20대 초반이던 60년대 말, 70년대 초에 "수난이대"라는 단편소설로 널리 알려진 분이었다. 당시 유일하게 읽은 작품이었는데 그 뒤로는 군, 사회생활하느라 다른 작품은 읽을 기회가 없었다. 제대 후 '야호"라는 작품이 신문에 연재되는 걸 봤는데 제목이 무슨 뜻이지라며 궁금해했던 게 유일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러고는 까맣게 잊은 작가분이었는데 이번에 우연히 전집이 나온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작품 목록 중에서 이 작품을 선정하여 이용하는 도서관에 구입 신청하여 빌려와 읽었다. 선정한 기준은 위 책소개에 나와있듯이 한국전쟁기 한 마을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였다.

작품은 일제 강점기에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고 마을에 버려진 마칠성이라는 인물이 주인공인데 아래 책소개에 나와있는 내용-1950년 늦봄, 인민군이 농촌 마을 회룡리(回龍里)를 점령하고 퇴각하기까지의 일을 배경으로 하며, 한국전쟁이 가져온 이념과 가치관의 혼란과 갈등을 그리고 있다-과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읽었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다른 작품들이 전쟁의 비극을 가슴 아프게 그렸다면 이 작품은 강도가 좀 약하다는 쪽이었다. 이미 고인이 된 지 오래되신 작가에게 결례가 안 된다면 약간 해학적[諧謔的]인 느낌(?). 아무튼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전쟁의 참상과는 좀 거리가 멀다는 느낌이었다. 전쟁의 배경이 된 곳도 영천의 회룡리라는 한 마을과 면사무소가 있는 남산리라는 곳으로 제한되어 있다. 등장인물도 주인공격인 마칠성과 황참봉 외에는 두드러지는 인물이 없다. 그 외에 마칠성의 재산을 노리고 유혹하여 잠시 동거한 술집 작부 향심, 칠성과 결혼하기로 되어 있는 황참봉 딸 연선이 주축을 이루고 나머지 인물들은 큰 비중이 없는 조연 역할이다. 3개월 여 공산당 치하에서 나타나는 사건도 다른 작품들처럼 크게 비극적이지 않다. 지주인 황참봉이 학살되지 않고 전답, 동산을 몰수당하는 정도로 끝나는데 다른 작품 같으면 아마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 묘사했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북한군에게 학살당하는 유일한 인물은 면장인데 이 때문에 부면장인 황참봉의 큰아들-황두원-이 피난 갔다가 돌아와 면장 대리 역을 하게 된다. 이도 면장은 실제로 등장하지 않고 나중에 학살당했다는 해설로 나오는 정도이다.

황참봉네에서 머슴으로 일하던 방서방은 과거 얼떨결에 남로당에 가입했던 전력이 있는데 이 덕분(?)에 허수아비 면 당위원장이 된다. 실세는 북에서 내려온 부당위원장이고. 방서방은 과거 경찰에 끌려가 곤욕을 치렀는데 주인인 황참봉이 부면장인 큰아들에게 힘을 쓰게 하여 빼내줬었다. 이를 잊지 않고 황참봉을 도우려다가 이번에는 부당위장에게 곤욕을 치른다. 좌우 양쪽에서 당하는 건데 북한군이 북으로 쫓겨갈 때 어쩔 수 없이 같이 갈 수밖에 없게 되니 가장 비극적인 인물일 수 있겠다.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국가권력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비극적인 삶. 그런데도 그리 비극적으로 생각되지 않는 건 나만의 생각일지 아니면 작가께서 그리 의도하신 것일지 궁금하다.

칠성과 잠시 동거했던 향심은 칠성이 논 7마지기를 몰수당하자 얻을 게 없다고 판단, 북한군 쪽으로 붙으려고 하여 부위원장에게 접근한다. 그러나 실패하고 그 밑의 졸개와 눈이 맞아 함께 산으로 들어간다. 마을의 친공 성향 박삼암이란 노인은 마을 인민위원장을 하는데 북한군이 쫓겨간 뒤의 행적은 나오지 않는다.

주인공 마칠성은 전쟁 시기 30이 넘은 나이인데 약간 모자라는 듯한 설정이지만 재물에 대한 집착이 엄청 강하다. 20대 시절에 일본 홋카이도(북해도)로 1년 반 동안 강제 징용을 갔다 왔는데 이에 대한 묘사는 몇 줄 문장으로 끝난다. 그런데 전쟁기에 국민방위군으로도 국군으로도 북한의 인민 의용군으로도 끌려가지 않는다. 양측 다 병력이 모자라 쩔쩔맸을 시기인데 말이다. 또 작품의 주무대인 영천 지역은 한국전쟁 당시 영천 전투[ 100.daum.net백과사전 영천전투]가 벌어진 곳이었다. 북한군이 낙동강 전선을 돌파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전투 중 하나라 병력이 모자라 남한의 웬만한 젊은이들은 다 끌어내 전장으로 투입했을 텐데 이에 대한 묘사가 없다. 대신 칠성은 자신의 논 7마지기가 몰수당한데 따른 앙갚음으로 인민군 사무소 두 곳에 불을 지르고 황참봉 집 창고로 숨어든다. 이때 정혼 약속이 되어 있으나 미루고 있던 황창봄의 딸 연선과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어져 임신을 시킨다. 연선이 한쪽 다리를 못쓰는 불구라 임신을 할 수 있을까 염려되어 결혼을 망설였었는데. 자신을 돌보아준 황첨지의 강요(?)도 있고 하여 어차피 결혼하려고 했지만 이때 인연이 맺어지는 설정인 것이다. 아무튼 결과는 해피엔딩. 칠성은 마을의 유지인 황참봉의 사위가 되면서 받기로 한 논 열세 마지기를 팔아서 돈으로 받기로 한다. 그런데 칠성은 결혼 전날까지도 자신의 직업인 엿장수를 하러 나간다. 마을 근처에 미군부대가 진주해 있어 고물장사를 크게 할 계획을 세우고서. 장인이 될 황참봉이 집에 우연히 들른 거사로부터 집터가 큰인물이 날 길지라는 말을 듣는데 이 인물이 바로 엿장수 칠성이라는 얘기. 장차 큰부자가 될 거라는 암시.

[책소개] 전쟁과 이념의 갈등이 불러온 기존 질서의 붕괴를 그리다

1989년에 간행된 하근찬의 장편소설 『작은 용』은 문예지 〈문학정신〉에 1986년 10월부터 1988년 10월까지 2년간 연재되었다. 이 작품은 1950년 늦봄, 인민군이 농촌 마을 회룡리(回龍里)를 점령하고 퇴각하기까지의 일을 배경으로 하며, 한국전쟁이 가져온 이념과 가치관의 혼란과 갈등을 그리고 있다. 3개의 장과 에필로그로 구성된 『작은 용』은 한국전쟁 전 인민군의 등장과 전쟁 발발 후 혼란스러운 상황, 그후 인민군이 마을을 점령하며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다룬다. 하근찬은 고난을 참지 않고, 저항을 행동으로 옮기는 ‘마칠성’이라는 인물을 통해 이전의 작품에서는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인물상을 그린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발췌, 전문을 보려면 책 제목 클릭

저자

하근찬 소설가

1931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전주사범학교와 동아대학교 토목과를 중퇴했다. 195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수난이대」가 당선되었다. 6.25를 전후로 전북 장수와 경북 영천에서 4년간의 교사생활, 1959년부터 서울에서 10여 년간의 잡지사 기자생활 후 전업 작가로 돌아섰다. 단편집으로 『수난이대』 『흰 종이수염』 『일본도』 『서울 개구리』 『화가 남궁 씨의 수염』과 중편집 『여제자』, 장편소설 『야호』 『달섬 이야기』 『월례소전』 『제복의 상처』 『사랑은 풍선처럼』 『산에 들에』 『작은 용』 『징깽맨이』 『검은 자화상』 『제국의 칼』 등이 있다. 한국문학상, 조연현문학상, 요산문학상, 유주현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98년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07년 11월 25일 타계, 충청북도 음성군 진달래공원에 안장되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책 속으로

p.82

그 소문은 곧 마을에 퍼져 재미있는 화제가 되었다. 닭고기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칠성이가 냇물에 뛰어들었다는 것도 놀랄 일이지만, 건져내 보니 그대로 그 닭다리를 손에 틀어쥐고 있더라는 말에 마을 사람들은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아직 코흘리개를 면치 못한 어린 것이, 더구나 모자라는 구석이 훤히 보이는 녀석이 먹을 것에만은 정말 지독하구나 하고 말이다. 그리고 서슴없이 차가운 냇물에 뛰어들어 칠성이를 구해낸 문기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다.

p.137-138

“어르신네, 안 그렇심더. 결혼은 인생의 중대사 아닙니꾜. 맞지예?”

“그래, 맞다. 인생의 중대사지. 허허허…….”

황 참봉은 그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제법 ‘인생의 중대사’란 말까지 하다니 어쩐지 우스웠던 것이다. 그리고 거절이 아니라, 아직 미정인 셈이어서 심사가 꽤나 누그러지는 듯했다.

“인생의 중대사니까 천천히 잘 생각해 봐야지예. 안 그렇습니꾜? 어르신네.”

오늘 밤 칠성이는 제법 능청스럽기까지 했다. 제 딴은 있는 재주를 다하는 모양이었다.

p.246-247

“지금은 와 다르노? 전쟁이 곧 난리가 아니고 뭐고?”

“지금은 옛날 난리 때처럼 산중으로 피신을 했다가 난리가 지나가면 집으로 돌아오면 되는 그런 간단한 문제가 아니란 말입니더.”

“그럼 뭐꼬?”

“산으로 피한다 캐서 적군의 점령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 아니거든요. 산중이지만 결국 그들의 수중에 들어가는 기란 말입니더. 공산당의 점령하에 들어가지 안 해야 된다 그 말입니더.”

“…….”

“그러자면 될 수 있는 대로 남쪽으로 멀리 피란을 가야 안 되겠습니꾜. 안 그래예?”

p.374

“아 글쎄, 내 말을 들어 보라카이. 토지개혁을 하는데 말이다, 그기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기 아닌 기라. 이번이 1찬 기라. 2차 3차가 머지않아 또 있다 그 말이다. 그래서 결국 나중에 가서는 내 논 니 논이라는 기 없어져 삐리고 마는 기라. 내 논 니 논이 따로 있는 기 앙이라, 모두가 같이 농사를 지어 가지고 똑같이 나눠 묵는 기라. 그기 바로 공산주읜 기라. 알겠나?”

“…….”

“그러니까 말이다, 설사 이번에 니 논 일곱 마지기가 그대로 니 앞으로 남아 있게 된다 치더라도 나중에는 결국 없어져 삐리고 마는 기라. 누구 끼 되고 안 되고가 문제가 아니다 그 말이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출판사서평

〈blockquote〉단편·장편을 막론하고 내 소설의 주인공들은 저항을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6·25의 불길 속에서도, 일제 말엽 태평양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그 고난을 참고 견디며 극복해 나아가는 그런 인물들이었다.

그런데 이 『작은 용』의 주인공은 몸으로 반항의 길을 택하여 방화까지 서슴지 않는 것이다. 남달리 소유욕이 강하고, 그래서 팔푼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구푼이 정도 되는 칠성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나는 말하자면 처음으로 저항의 행동화를 시도해 본 셈이다. 그런 점에서 내 작품으로는 좀 색다른 것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하근찬, 『작은 용』 ‘작가의 말’ 중에서

〈/blockquote〉

주인공 칠성은 지능이 다소 부족하지만 엿장수로 일하며 논 일곱 마지기를 마련하는 데 성공하는, 강한 소유욕을 가진 인물이다. 칠성의 주변에는 재산을 노리고 그를 유혹하는 분심, 장애를 가진 딸을 그에게 시집보내려는 지주 황 참봉 등이 있다.

전쟁이 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칠성은 엿을 팔아 돈을 벌 걱정만 한다. 그 사이 마을은 인민군이 점령하고, 황 참봉 일가가 반동으로 몰리면서 불안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특히 인민군이 등장한 후 황 참봉의 머슴이 인민위원장이 되는 등 기존의 질서가 붕괴되는 모습이 마을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통해 그려진다. 등장인물들은 새로 등장한 사회주의라는 질서 속에서 각자의 생존 방법을 찾는데, 그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 사이의 연대와 신뢰가 무너진다. 칠성은 자신의 땅이 몰수되고 공동소유가 될 것이라는 사실에 분노하여 재산을 지키기 위한 방도를 모색한다.

장편소설 『작은 용』은 하근찬 작가가 발표한 여타의 전쟁소설과 구별된다. 기존의 작품에서는 전쟁의 고통 속에서 삶을 훼손당한 민중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이 작품에서는 농촌 사회를 오랫동안 지탱해오던 신분과 계급이 뒤섞이는 모습을 통해 마을 공동체의 분열과 이념적 갈등을 표면으로 드러내고자 하였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