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도서관 ♣/- 문학(文學)

[기록 문학] 한 스님-박헌영 아들 원경 대종사 이야기:손호철

Bawoo 2025. 3. 1. 13:14
저자:손호철
출간:2023.12.6
 
[소감] 일제강점기 공산주의 항일운동가이면서 해방 후 북한으로 넘어가 활동하다가 김일성에게 숙청당한 인물인 "박헌영"의 혼외자 "원경 스님" 일대기란 안내를 보고 읽게 된 책. 
반공국가인 남한에서 어쩌면 제일 유명한 공산주의자 중 한 명이었던 박헌영의 아들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가 궁금해서였다. 
1941년 생인 원경 스님은 해방 후 혼란기 어린 시절을 남로당 출신 인물들의 보호 아래 지낸다. 전쟁 중에는 지리산 빨치산들과 같이 지내기도 한다. 이후의 삶도 평탄치가 않았다. 그래도 스님이 된 이후의 삶은 그런대로 평탄했던 것으로 나온다. 아버지 박헌영 관련 기록물을 전집으로 정리해서 출간하기도 하고 아버지 박헌영과 주세죽 사이에 태어난 이복 누이 "박 비비안나"를 만나기도 한다.
 
소설 기법으로 쓰면 극적인 장치가 많이 들어갈 수 있어 읽는 흥미가 많이 있었을 것 같은데 단순한 기록의 나열이라 읽는 재미는 떨어진다. 다만 해방 후 혼란기를 살다 간 북한 쪽 인물들- 이현상, 이주하, 김삼룡, 김소산, 조명희 등-에 관한 이야기 중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 있어서 많은 참고가 되었다. 

특히 길상사 관련 이야기는 보도로 알려진 내용보다 훨씬 더 깊은 사연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래 참조.
 
--------------------------------------------------------------------------------------------------------------- 

[아래]

여간첩 김소산과 대원각 & 길상사 - 아하스페르츠의 단상



2022. 10. 29. — 장안의 유명한 요정이었던 대원각은 마담이자 주인인 김영한이 1995년 법정스님에게 부지와 건물 전체를 시주하며(7천여 평, 당시 시가 1천억 원) ...
-------------------------------------------------------------------------------------------------- 

책소개

‘한반도의 저주받은 자’ 박헌영의 아들 원경 스님 평전
‘한 인물을 통해 본 한국 현대사’이자 극적인 ‘휴먼 드라마’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목차

발간사 그리운 우리 스님, 원경 스님|김세균(원경모임 대표)
서문 나는 왜 쓰는가

1부 버려진 소년
복수|아버지의 죽음|잘못된 만남|아지트 키퍼|박헌영의 아들|업|아버지를 만나다|짧은 행복|월북|폭풍 전야|이현상|버려진 소년|실패한 구출 작전|구세주|지리산으로|머리를 깎다|〈부용산〉

2부 소년 빨치산
전쟁의 포화 속으로|노근리|과천|인천 상륙 작전|관음암|구인사|상월 스님|가마골|다시 만난 이현상|남부군|‘삼금’과 ‘세 가지 각오’|가짜 이현상|소년 빨치산|석실|네이팜탄|하수복|하산|이현상 구출 작전|별이 떨어지다|갈칫국 기적|두 죽음|〈눈물 젖은 두만강〉

3부 복수심을 버리다
수련과 멸치 소동|방황, 대리 입대, 유디티|탈영과 수계|자수|어머니를 만나다|한 여자의 기구한 삶|음독자살|울릉도|복수심을 버리다|제선 스님|반란의 섬 제주도|강제 노동 수용소|사라진 한산| 모정|현판 절도 사건|가호적|납치|기이한 도둑

4부 공수래공수거
재야|‘빨갱이 새끼 중’|한산의 흔적|교통사고|안기부|사상 기행|역사문제연구소|신륵사|커밍아웃 1|커밍아웃 2|‘이정상’|아버지 흔적을 찾아서|7월 19일|당취|만기사|대원각|《이정 박헌영 전집》|박정희와 박헌영|《못 다 부른 노래》|세 탑|공수래공수거|박사보다 높은 밥사와 술사|원로회의 부의장|《무너진 하늘》|흔적을 찾아서|아버지 곁으로

부록
1. 원경 스님 가계도
2. 원경 스님 연대기
3. 주요 등장인물
4. 참고 자료
5. 원경 스님 관련 글 모음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책 속으로

68~69쪽 “자, 사진 찍게 다들 서시지요.” 조봉희가 가운데에 자리를 잡자 옆으로 박헌영과 아들 병삼이 손을 잡은 채 섰다. 그 오른쪽에 이현상과 김삼룡이, 왼쪽에 한산 스님과 이주하가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사진 안 찍기로 유명해서 경찰이 얼굴을 몰라 애를 먹은 김삼룡도 이날은 기념사진에 모습을 남겼다. 병삼이 아버지 박헌영을 마지막으로 만난 날이었다. “병삼아, 이거 잃어버리지 말고 잘 간직해야 한다.” 며칠 뒤 한산 스님은 작은 종이 한 장을 병삼에게 건넸다. 혜화장에서 아버지하고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한산 스님은 사진 뒷면에 글씨를 썼다. ‘1946年 2月.’
88~89쪽 “스님, 시대가 하 수상하니 이 아이를 여기에 둬도 안심할 수 없어요. 그럴 리야 없지만 잡혀간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할지 모르니…….” “그러면 어쩌지요?” “익산 아버지 댁에 들러서 지리산으로 가세요. 거기 가면 야산대도 있고 하니. 그리고 이 아이를 살리려면 머리를 깎아야지 싶어요.” “머리를요?” “그래야 의심받지 않고 스님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의탁할 곳이 생기지 않겠어요?” “어머니 말씀이 맞습니다. 그래야겠네요. 이 아이를 살리려면 부처님 품에 맡겨야 하겠네요. 나무석가모니불.”
204쪽 절로 돌아온 원경은 소주 한 병을 단번에 들이켰다. 술에 취하기는커녕 정신이 더욱 맑아졌다. 비상을 꺼내 미리 준비한 배추 잎으로 쌌다. 비상은 그냥 삼키면 목구멍만 타고 죽지 않는다는 소리를 들었다. 수면제 마흔 알을 한꺼번에 움켜쥐었다. 많은 얼굴이 눈앞으로 지나갔다. 생사고락을 같이한 한산 스님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혜화장에서 본 안경 끼고 양복 입은 아버지 박헌영, 지리산에서 함께 생활한 이현상 아저씨, 어려서 자기를 키워준 큰아버지 부부와 김삼룡 아저씨 부부, 이주하 아저씨와 정태식 아저씨, 김소산 누나, 송담 스님과 성월 스님 등 자기를 거둔 스님들, 마지막으로 어머니. 그리고 노근리에서 학살당해 썩어가던 민초들. “한산 스님, 전강 스님, 송담 스님, 못난 제자는 이제 떠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원경은 손에 쥔 배추 잎과 수면제를 입안에 털어 넣었다.
210쪽 “병삼아, 해줄 이야기가 또 있다. 네가 자라면서 낙서한 글들을 보니 저항적인 연구가 많더라. 지금부터 글쓰기를 삼가야 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세상보다 더 험한 세상이 네 앞에 놓여 있단다. 모든 욕망을 버리고 조심하고 또 조심해서 살아남아야 한다. 특히 정치를 멀리해야 한다. 귀 막고, 눈 막고, 입 막고 살아서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사람이라고 단단히 마음을 먹고서 부처님의 참다운 제자로 살아가다 보면 좋은 세상이 온단다. 도서관에서 모든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그런 때가 오면 아버지가 남긴 자료들을 모아 네 책무를 다하여라.”
239쪽 “너, 남궁혁이 아니라 박헌영 빨갱이 새끼 자식이잖아?” 결국 올 것이 오고 말았다. 원경은 하늘이 노랬다. ‘어떻게 내가 박헌영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았지?’ 앞뒤 사정이야 모르지만 원경은 정체를 들킨 꼴이었다. 이제 부인해도 소용없을 듯했다. “그래 맞다. 우리 아버지는 김일성이 죽였고, 나는 호적도 없는데 어떻게 하냐? 가호적이라도 만들어 살아야지. 씨팔놈들아, 내가 살 수 있는 길이 그것밖에 더 있냐?” 원경은 그동안 쌓인 한을 토해내듯 절규했다. 보안사 요원들은 귓속말을 주고받더니 원경을 달랬다. “그래. 네 말대로 정식으로 조사할 테니, 대장님 풀어줘라.”
343쪽 이상주의자로, 불같은 혁명가로 살다 간 아버지 박헌영하고 다르게 원경은 박헌영의 아들로 태어나 이 땅에서 살아남으려 현실주의자의 길을 택했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면, 이상주의자 박헌영이 꾼 꿈을 복권하기 위해 현실주의자로 살아야만 했다. 원경이라는 존재를 처음 사람들에게 알린 박상기 기자가 한 말처럼 아버지 박헌영의 생애가 ‘지칠 줄 모르고 타오르던 불꽃’이라면 아버지가 남긴 잿더미에서 시작한 아들 원경의 삶은 ‘승복 색깔의 잿빛’일 수밖에 없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출판사서평

한 스님
- 한 사람의 삶이 들려주는 큰 이야기
한 스님이 있다. 혼외자, ‘빨갱이’ 자식, 소년 빨치산, 유디티 요원, 북파 공작원 교관, 탈영병, 무술 고수, 한국판 강제 노동 수용소 국토건설단 단원, 음독자살 시도, 가명 14개 사용, 역사 관련 연구소 설립, 조계종 원로회의 부의장.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이런 일을 모두 겪은 한 사람이 있다. 원경 스님(1941~2021)이다. 2021년 12월 6일, 원경 스님이 경기도 평택시 만기사에서 입적했다. 2023년 12월 6일, 원경 스님 입적 2주기를 맞아 평전 《한 스님》이 출간됐다.
한국 불교계를 대표하는 중요 인물이라 종교학자가 쓴 평전일 법하지만 지은이는 한국 정치를 연구하는 정치학자 손호철(서강대학교 명예 교수)이다. 정치학자가 종교인을 다룬 평전을 쓴 이유가 중요하다. 두 사람이 오랫동안 가까이 지낸 사이이기도 하지만 원경 스님의 일생이 이념 갈등과 전쟁, 학살 같은 ‘한국 현대사의 비극’과 ‘한반도의 모순’을 응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경 스님의 속명 박병삼 앞에는 늘 ‘박헌영의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사회주의 독립운동가 박헌영(1900∼1956) 말이다. 손호철은 원경 스님과 모친 정순년이 생전에 한 구술, 현지답사, 인터뷰,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그리움의 족쇄를 끊으려 정처 없이 떠돈 한 영혼’의 80년 삶을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맥락에서 들려준다. 《한 스님》은 원경 스님과 어머니 정순년이 구술한 회상과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다큐멘터리’이지만 생생함을 더하려 대화를 집어넣어 소설 형식을 띠며, 가계도와 연대기, 주요 등장인물 해설 등을 부록으로 실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한 사람
- 한 정치학자가 쓴 박헌영 아들 원경 스님 평전
한 사람이 있다.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을 벌이다 감옥에서 나온 조선공산당 최고 지도자 박헌영과 박헌영의 ‘아지트 키퍼’가 된 순박한 10대 소녀 사이에서 혼외자로 태어났다. 태어나자마자 아버지는 일제 경찰을 피해 지하로 잠행하고 어머니는 친정에 잡혀갔다. 고아처럼 남의 손에 자라다가 해방 뒤 격동하는 좌우 대립 속에서 경찰에 쫓기는 공산당 핵심 간부들하고 비밀 아지트에서 살았다. 한국전쟁이 터지자 아홉 살 어린 나이에 먼 친척인 한산 스님 손에 이끌려 머리를 깎고 지리산으로 들어가 ‘애기 빨치산’이 됐다. 휴전 뒤에도 절에서 지내다 월북한 아버지가 미국 제국주의의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고 사형당한 사실을 알고 복수를 다짐하며 유디티에 지원해 북파 공작원을 육성하는 특수 부대 교관으로 근무했다. 수계하고 전역한 뒤 20년 만에 어머니를 만나지만 기구한 신세를 비관해 음독자살을 시도해 14일 만에 살아났다. 승려복을 벗은 친구들이 술자리에서 집단 폭행을 당하자 40 대 1로 싸움을 벌여 18명을 쓰러트리고 경찰에 붙잡혔다. 무호적자로 제주도에서 지내다 박정희 정부가 만든 국토건설단에 끌려가 ‘제주 1100도로’를 건설하는 강제 노역에 동원됐다. 1970년대 간신히 가호적을 얻지만 10월 유신 직후 군 정보기관에 납치돼 뭇매를 맞으며 박헌영의 자식이라는 사실을 실토해야 했다. 평생을 바친 불교계에서도 빨갱이 자식이라는 색깔론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박헌영의 아들로 ‘커밍아웃’을 한 뒤에도 가짜 아들이라는 비난에 서글펐다. 현실 사회주의가 무너지자 소련에 날아가 비로소 혈육을 만나고 아버지 기일도 확인하더니 박헌영 추모 사업을 끝마친 뒤 홀연히 입적했다.
저자 손호철은 한 사람의 삶에 도저히 다 담을 수 없어 보이는 이 방대한 이야기를 날줄로 삼고 한국 현대사를 씨줄로 엮어 ‘한반도의 저주받은 자’ 박헌영의 아들 원경 스님 평전을 세상에 내놓는다. 사실에 바탕한 객관적 서술을 넘어 가혹한 운명에 굴하지 않는 삶을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맥락에서 적극적으로 해석한, 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한 시대
- 정처 없는 한 영혼을 통해 본 한국 현대사
한 영혼이 있다. 한 시대가 드리운 그리움의 족쇄를 끊으려 정처 없이 떠돌다 급작스레 우리 곁을 떠난 한 사람이다. 저자 손호철은 현대사의 비극이 빚어진 현장을 답사하고 글을 쓰면서 우울증에 시달렸다. 좁은 아지트에 홀로 남은 어린 원경을 휘감은 고립감과 공포에 내처 짓눌린 탓이다. 아버지 박헌영과 아들 박병삼, 곧 원경 스님의 진정한 복권과 뒤늦은 해원을 가로막는 ‘레드 콤플렉스’와 ‘민주주의 백래시’에 발목 잡힌 까닭이다. 《한 스님》은 ‘한 인물을 통해 본 한국 현대사’이자 어느 이야기보다 더 극적인 ‘휴먼 드라마’로서 우리에게 퇴행의 한 시대를 건너는 법을 알려준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