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자료를 보니 작품이 처음 나온 해는 나의 30대 중반이던 1985년이다. 책을 읽고 싶어도 직장 생활의 피로에 지쳐 읽을 수 없었던 시절. 그걸 40년 만에 읽어보게 된 것이다. 내용은 구도소설 형식이어서 읽는 이에 따라 호불호가 엇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경우에는 나보다 먼저 태어난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는 거여서 작가를 아는 기준으로 생각하고 읽었다. 내 짧은 지식(?)으로는 작가분 세대는 일제강점기, 한국전쟁기를 소재로 한 작품을 많이 쓴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는 좀 특이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물론 당시의 시대상을 은선 스님의 출가 전 삶을 통해서 이야기 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작품의 내용면에서 비중이 그리 크지는 않다. 그러니 작가의 성향이 어떤가는 처음 읽어본 작품인지라 잘 모르겠다. 그래도 얼핏 떠오르는 게 고 이청준 작가님인데 공교롭게도 두 분이 동향, 절친인 것으로 알고 있다.
요즘은 노벨상 수장 작가인 "한강"의 아버지로 더 유명세를 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작가분 본인도 우리 문단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연치[年齒]-나이’를 높여 이르는 말-"로도 나보다 11년이나 위인 80대 중반인 분이어서 이런 글 쓰는 것도 조심스럽다. 부디 결례가 아니길 빌어본다.
* 작품에 대한 상세한 해설은 아래 책소개 전문을 참고 바랍니다.
[책소개:인터넷 교보문고에서 발췌]
『아제아제 바라아제』는 초월적인 이상 세계를 좇는 진성과 파계하고 맨몸으로 세속을 떠도는 청화, 두 여승의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참다운 자유인의 길을 일깨워 주는 구도 소설의 대표작이다. 제목 『아제아제 바라아제』 ‘가자, 가자, 더 높은 깨달음의 세계로 나아가자’는 뜻으로 종교적인 것을 줄거리의 주요 배경으로 삼고 있으나 여기서 지향하고자 하는 '더 높은 깨달음의 세계'란 종교적, 관념론인 영역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작품은 구도의 길에서 얻은 깨달음의 보석을 어둠 속에서 어렵고 슬프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나눠 가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 준다. 지상적 삶으로 돌아가 사람들 사이에 섞여 성찰하고 깨닫고 실천하는 수행의 과정, 즉 불타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가 이 작품 안에 그려져 있다.
미욱한 자에게는 꿈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야기하는 사람은 진리를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말하는 것인데, 미욱한 자는 그것이 진리인 줄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 속의 이야기는 사람을 죽게 하는 맹독일 수도 있다. 독사의 독은 잘 쓰면 약이 되지만 잘못 쓰면 사람을 죽게 만든다. 연蓮의 줄기와 뿌리는 시궁창 같은 진흙 속에 깊이 뿌리를 내려야만 아름답고 깨끗한 꽃을 피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벽증에 가까운 청정함만을 고집하고 혼자만의 깨달음을 귀하게 간직하고 깊은 곳에 박혀 고고하게 사는 것은 깨달음의 길도 잃고 제도해야 할 중생도 잃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
- 「작가의 말」중에서
목차
개정판 작가의 말
초판 작가의 말
13 서장: 무간지옥타령
17 그대의 꿈에 비치던 그 달은
77 여승과 도화살
134 마야의 연꽃
176 파계破戒
207 심심산천에 붙는 불
253 깨달음의 진주
281 환각을 찾아서
325 맨살이 된다는 것
358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385 어둠의 시간에서 빛의 시간으로
411 아제아제 바라아제
출판사서평
핏빛 생명력에 대한 사랑과 자기 투사의 선언
진여의 땅으로 가자는 『아제아제 바라아제』라는 표제는, 의미론적으로 지상적至上的 삶에의 회귀로 이해된다. 작가의 표현대로라면 ‘핏빛 생명력’에 대한 사랑과 자기 투사의 선언이다. 빛과 어둠이 혼재하는 이 핏빛 생명력에 바탕하지 않는 어떤 형태의 자기 구제도, 작가는 진실하지 않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작품은 ‘불타’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이며, 삶의 의지와 그에 따르는 고통의 체계들, 그리고 이 체계 안에서의 자기 정화의 노력이 곧 정토라는 확신의 소설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애욕과 환혹과 스스로의 미망 속을 방황하는 인물들의 몸부림과 고뇌하는 모습이 심도 있게 묘사되어 있다. 연꽃이 시궁창 같은 진흙 속에 깊이 뿌리를 내려야만 아름답고 깨끗한 꽃을 피울 수 있듯이, 인간의 깨달음의 길도 그러하다는 것을 한승원은 그려 보이고 있다.
줄거리
비구니들의 절인 청정암의 여승 진성은 신비스러움의 세계와 이상을 좇는 인물이다. 같은 절에서 행자 생활을 하고 있는 순녀는 은선 스님의 남다른 보살핌을 받아 대중들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임에도 아직 계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진성의 속명은 수남이었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장차 스님이 되겠다는 생각을 단단히 다져 왔다. 그러한 학창 시절 가운데, 어느 날 이웃집에서 하숙하는 남학생의 편지를 받는다. 그녀를 향한 갈망으로 가득찬, 유서와도 같은 편지를 보낸 이후 그는 오랜 지병으로 죽음을 맞는다. 수남은 부모님과 선생님의 만류를 무릅쓰고 청정암에서 수도 생활을 시작하여, 석 달 동안의 행자 생활 끝에 진성이라는 법명을 받고 은선스님을 모시게 된다. 은선스님은 진성에게 외지로 나가 대학 공부를 하라며 '달마 스님의 얼굴에는 왜 수염이 한 오라기도 없느냐'는 화두를 내린다.
순녀는 남다른 과거를 앓고 있다. 어머니, 오빠와 살아온 그녀는 스님인 아버지를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만나지만 그 스님은 '너희 아버지는 실패했다'는 말을 남기고 다시 떠나 버린다. 아버지의 입적入寂과 대학 입학시험에 떨어진 오빠의 자원입대 이후, 순녀는 새로 부임한 국어 선생 현종을 보고 그에게서 아버지의 모습을 찾으려 한다. 고독하고 우울한 분위기의 현종 선생은 전교생의 관심 대상이 되며 순녀도 늘 그의 행적에 주목한다. 그러던 중 여름방학을 맞아 집을 나선 차에 역 대합실에서 우연히 현종 선생을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함께 여행길에 나선다. 그 길에서 현종 선생의 아내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 순녀는 평생 그에 곁에 붙어 있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나 방학이 끝난 후 학교에는 현종과 순녀 사이를 가리키는 헛소문이 떠돌아 결국 현종 선생은 학교를 그만두게 되고 순녀의 가슴에는 깊고 큰 구덩이가 패게 된다.
진성은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오라는 은선 스님의 뜻에 따라 절을 떠나게 된다. 그러나 대학 생활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하는 진성은 은선 스님이 있는 청정암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게다가 우종남이라는 남학생이 그녀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면서 그녀의 종교적 믿음을 동요시키고자 한다. 방학 때 청정암에 돌아온 진성은, 이제 청화라는 법명을 얻은 순녀가 박현우라는 한 남자의 생명을 구해 주고 이를 계기로 절에서 쫓겨나는 것을 지켜보며 그녀를 비웃는다. 그러나 진성은 자신의 내부에서 완전히 떨쳐지지 않는 미망으로 인해 방황할 때마다 순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진성이 만행에서 돌아왔을 때 은선 스님은 중생들 속에 깊이 들어가서 그들의 아픔과 고난을 함께하지 않은 것을 꾸짖는다. 진성은 은선 스님이 기다린 것이 자신이 아니라 속세를 헤매고 다니는 순녀임을 깨닫고 크게 실망한다.
박현우가 순녀와의 사이에서 생긴 아기를 어딘가에 버리고 돌아온 뒤 그녀를 떠나가자, 순녀는 낙도에 있는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게 된다. 과중한 업무를 마다하지 않고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수행하는 가운데에서도 그녀는 자신의 젊음과 원기가 하릴없이 외롭게 사그라져 가는 것에 슬픔을 느낀다. 얼마 후에 환자를 수송하는 송 기사와 결혼하게 된 그녀는 성심껏 환자와 주민들을 돌보면서, 현종 선생이 출간한 시집으로 마음을 달랜다. 섬마을에 콜레라가 돌자 온 마을이 공황에 빠지고 병원에선 환자를 돌보기에 정신이 없다.
은선 스님의 열반이 가까워 올 무렵, 폭설이 쏟아지는 어느 밤에 순녀가 청정암에 돌아온다. 진성은, 고개를 숙이고 울기만 하는 순녀와 누워 있는 은선 스님 사이에 말 없는 교감이 흐르고 있음을 알아챈다. 은선 스님은 열반하기 전 효정과 정선 스님에게, 몸소 체험하여 법도를 깨달은 청화(순녀)도 자신의 귀한 상좌라는 말과 함께 순녀를 부탁한다. 순녀와 둘이 남겨지자 은선 스님은 한 아기가 청정암에 버려졌었다는 것과 그 아이가 지금 어디서 키워지고 있는지를 알려 주고 열반에 들어간다. 그리고 진성이 꾸밈없는 스님의 주검 위에 씌우는 허위의 너울이 순녀의 가슴을 떨리게 한다.
은선 스님의 다비식이 진행되고, 순녀는 은선 스님이 얘기한 버려진 아기가 자신이 낳은 아기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아기를 데려다 키워 왔던 윤 보살은 순녀에게 그 아이의 죽음 소식을 전한다. 불길이 사그라진 다비대에서 사리를 찾는 진성은, 은선 스님의 유골을 찾아 품에 감추는 순녀를 빈정거린다. 이튿날 순녀는 낙도를 향해 떠나며 『반야바라밀다심경』의 주문을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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