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소비흐름은 2010년에 이미 고점을 쳤으며 2020년까지 계속해서 최고 수준에 머물다가 2020년 이후부터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할 것이다"
미국 경제전망 전문가 해리덴트가 한국의 미래사회를 진단한 말이다. 해리덴트는 인구구조를 토대로 각 나라의 경제를 전망함과 동시에
이를 이용해 투자 전략을 세우는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그는 단순히 선진국에서 출생자 수가 줄어들고 고령자 수가 늘어나는 현상에만 주목하지 않고 소비정점에 달하는 특정 인구수가 감소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덴트는 나이와 소비의 관계를 파고들며 인구통계학적인 연구를 통해 평균적인 가계에서 소비가 절정에 도달하는 시기가 가장이 40대 중후반이 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인들이 평균적으로 돈을 가장 많이 쓰는 시기를 45~49세라고 봤고 한국인은 47세에 소비가 정점에 다다른다고 전제했다. 그리고 이 연령대가 줄어드는 시기에 소비가 둔화하고 경제도 서서히 하강한다는 뜻에서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덴트는 그의 저서 '2013-2014 세계 경제의 미래'를 통해 한국에는 인구절벽이 2020년쯤부터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외 인구학자들 2020년 '주목'…왜?=실제로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국내 45~49세 인구수는 2018년 436만2679명으로
정점에 이른 후 꾸준히 감소하게 된다.
국내에서도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문제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2014년 5042만 명에 달하던 인구 수는 2031년 5215만 명까지
늘어난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2060년 4396만 명으로 떨어진다. 합계출산율이 1984년부터 1명대로 전락한 뒤 현재까지 1.2명 수준에 그치고 있는 탓이 크다.
국내 전문가들도 인구절벽, 또다른 말로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2020년 쯤에는 유의미한 변화들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시기는 거대한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기로 진입하는 시기와도 맞닿아 있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구본부장은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임에 반해 생산가능 인구는 2016년쯤
정점에 다다른 뒤 이후 급격한 감소세로 전환할 것"이라며 "특히 2017년부터는 노인인구 비중이 유소년인구비중을 상회하는 '인구역전
현상'일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삼성경제연구소는 '인구고령화의 경제적 파장' 보고서를 통해 "미래 노동공급 변화를 분석한 결과 전체 노동력을 나타내는 경제활동
인구는 2018년 정점에 도달한 이후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경제활동 중추인 핵심노동인구(25~49세)의 감소폭이 확대되는 등 2020년 이후에는 한국 경제의 성장기반 약화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인구절벽 도래, 나타나는 변화는?=핵심 노동인력 및 주 소비 계층이 점점 감소함에 따라 우리나라 금융시장 역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다.
강창희 미래와금융 연구포럼 대표는 "우리보다 10년 가량 앞서 고령사회를 겪은 일본에서 나타난 중요한 특징은 가계금융자산에서 투자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저축상품 비중이 늘어났다는 것"이라며 "한국도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불확실한 미래의 위험회피를 위해 일본을 닮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개개인이 위험을 회피하는 주된 원인 중 하나로 부양비(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하는 유소년+노인인구)가 점차 증가하는 것도
꼽힌다. 2015년 37.0에 불과하던 부양비는 2060년에는 101.0까지 치솟게 된다.
그러나 부양비 부담을 위해 개개인이 투자를 꺼릴 경우 사회적으로 필요한 곳에 자금이 공급되지 않아 경기침체에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고령화를 대비해 젊은 시절 노후를 대비한 상품들에 가입해서 버텨 보자는 전략은 개인에게는 합리적일지 몰라도 경제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불황으로 가는 지름길일 수 있다"며 "경제학자 케인즈는 이를 '전략의 역설'이라고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주 소비계층 뿐만 아니라 청소년 인구도 급격하게 감소해 교육시장에도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현재 914만 명에 달하는 학령인구(6~21세)가 2060년에는 488만 명까지 약 절반 가까이 감소한다.
2018년부터는 대입정원이 고등학교 졸업자보다 많아지는 현상이 발생될 것으로 보이고 전문대학의 정원충족률은 2020년대 후반 40% 내외로 급격히 낮아질 것이란 분석들이 제기됐다.
통계개발원은 보고서를 통해 "학생수가 감소한다고 해도 특정학교에서 일시에 감소하거나 혹은 제로 수준으로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감소하기 때문에 전체적을 볼 때 학교 시설 감축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감축 작업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성은 기자 트위터 계정 @gtt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