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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영- 바람이 연잎 접듯 외 1편

Bawoo 2014. 6. 24. 21:15

                                                          

 바람이 연잎 접듯

 

                                                                                   유 재 영

 

어린 구름 배밀이 훔쳐보다 문득 들킨

 

절지동물 등 높인 이끼 삭은 작은 돌담

 

벽오동 푸른 그림자 말똥처럼 누워 있다

 

고요가 턱을 괴는 동남향 툇마루에

 

먹 냄새 뒤끝 맑은 수월재 한나절은

 

바람이 연잎을 접듯 내 생각도 반그늘

 

차 한 잔 따라놓고 누군가 기다리다

 

꽃씨가 날아가는 방향을 바라본다

 

어쩌면 우리 먼 그때, 약속 같은 햇빛이며

 

 

 신작

 

            가랑잎 판화

 

Ⅰ.

적막이란 적막들 모두 다 갉아 먹은

 

깡마른 벌레소리 오도독 씹히는 밤

 

내일은 적멸궁寂滅宮 앞에 열매 하나 더 붉겠다

 

Ⅱ .

생각도 깊어지면 감물이 드는 갑다

 

빈 찻잔에 가라앉은 가랑잎 맑은 소리

 

닫힌 창 방긋이 열고 별빛까지 섞어보자

 

Ⅲ .

숨겨온 흰 종아리 명아주 대궁 같은

 

손닿으면 울 것 같아 비워 둔 그 자리에

 

누구냐, 달빛 가르며 길을 내는 저 사람은

 

 

 

 

-약력-

1973년 시와시조 추천으로 문단에 나옴

시집『한 방울의 피』,『지상의 중심이 되어』외

중앙시조대상, 오늘의 시조문학상, 이호우시조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