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쉬었다 가자 *
- 김형영
내가 날마다 오르는 관악산 중턱에는
백년 된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데요
내 팔을 다 벌려도 안을 수가 없어서
못이긴 척 가만히 안기지요.
껍질은 두껍고 거칠지만
할머니 마음같이 포근하지요.
소나무 곁에는 벚나무도 자라고 있는데요
아직은 젊고 허리가 가늘어서
내가 꼭 감싸주지요.
손주를 안아 주듯 그렇게요.
안기고 안아주다 보면
어느새 계절이 바뀌고
십년도 한나절같이 훌쩍 지났어요.
이제 그만 바위 곁에 앉아
쉬었다 가는 게 좋겠지요.
* 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에서 발췌*
김형영 시인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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