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묵 뫼 ★
- 신경림(1936~ )
여든까지 살다가 죽은 팔자 험한 요령잡이가 묻혀 있다
북도가 고향인 어린 인민군 간호군관이 누워 있고
다리 하나를 잃은 소년병이 누워 있다
등 너머 장터에 물거리를 대던 나무꾼이 묻혀 있고 그의
말 더듬던 처를 꼬여 새벽차를 탄 등짐장수가 묻혀 있다
청년단장이 누워 있고 그 손에 죽은 말강구가 묻혀 있다
생전에는 보지도 알지도 못했던 이들도 있다
부드득 이를 갈던 철천지원수였던 이들도 있다
지금은 서로 하얀 이마를 맞댄 채 누워
묵뫼 위에 쑥부쟁이 비비추 수리취 말나리를 키우지만
철 따라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으면서
뜸부기 찌르레기 박새 후투새를 불러 모으고
함께 숲을 만들고 산을 만들고 (…)
북도가 고향인 어린 인민군 간호군관이 누워 있고
다리 하나를 잃은 소년병이 누워 있다
등 너머 장터에 물거리를 대던 나무꾼이 묻혀 있고 그의
말 더듬던 처를 꼬여 새벽차를 탄 등짐장수가 묻혀 있다
청년단장이 누워 있고 그 손에 죽은 말강구가 묻혀 있다
생전에는 보지도 알지도 못했던 이들도 있다
부드득 이를 갈던 철천지원수였던 이들도 있다
지금은 서로 하얀 이마를 맞댄 채 누워
묵뫼 위에 쑥부쟁이 비비추 수리취 말나리를 키우지만
철 따라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으면서
뜸부기 찌르레기 박새 후투새를 불러 모으고
함께 숲을 만들고 산을 만들고 (…)
신경림 시인, 대학 교수
1936년 4월 6일 (만 78세)~
- <시 해설>
묵뫼는 오랜 세월 돌보는 사람 없이 방치되어 봉분이 내려앉고 손실된 무덤들이 모여 있는 묘지다. 묘비도 없을 터이니 누가 묻혀 있는지 알 수도 없다. 그러나 시인은 이곳에서 저마다 우리 민족의 고난을 온몸으로 겪으며 저승으로 간 시신들을 생생하게 되살려 낸다. 그들은 생전에 상하좌우 동서남북으로 나뉘어 처절한 갈등을 겪었다. 이제는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 “함께 숲을 만들고 산을 만들고”, 마침내 모든 대립과 - 분열을 극복하고 유기적 공존의 세계를 이룩했다. 시인은 묵뫼의 과거를 복원하여 바람직한 미래를 예시하고 있다.
- <김광규·시인·한양대 명예교수>
- * 출처 :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
'♣ 문학(文學) 마당 ♣ > - 우리 현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태준 ㅡ '논산 백반집' (0) | 2014.06.24 |
---|---|
유재영- 바람이 연잎 접듯 외 1편 (0) | 2014.06.24 |
쉬었다 가자 -김형영 (0) | 2014.06.23 |
한용운 선생의 시 -" 인연설" (0) | 2014.06.22 |
별똥 - 김영무 (0) | 2014.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