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연잎 접듯
유 재 영
어린 구름 배밀이 훔쳐보다 문득 들킨
절지동물 등 높인 이끼 삭은 작은 돌담
벽오동 푸른 그림자 말똥처럼 누워 있다
고요가 턱을 괴는 동남향 툇마루에
먹 냄새 뒤끝 맑은 수월재 한나절은
바람이 연잎을 접듯 내 생각도 반그늘
차 한 잔 따라놓고 누군가 기다리다
꽃씨가 날아가는 방향을 바라본다
어쩌면 우리 먼 그때, 약속 같은 햇빛이며
신작
가랑잎 판화
Ⅰ.
적막이란 적막들 모두 다 갉아 먹은
깡마른 벌레소리 오도독 씹히는 밤
내일은 적멸궁寂滅宮 앞에 열매 하나 더 붉겠다
Ⅱ .
생각도 깊어지면 감물이 드는 갑다
빈 찻잔에 가라앉은 가랑잎 맑은 소리
닫힌 창 방긋이 열고 별빛까지 섞어보자
Ⅲ .
숨겨온 흰 종아리 명아주 대궁 같은
손닿으면 울 것 같아 비워 둔 그 자리에
누구냐, 달빛 가르며 길을 내는 저 사람은
-약력-
1973년 시와시조 추천으로 문단에 나옴
시집『한 방울의 피』,『지상의 중심이 되어』외
중앙시조대상, 오늘의 시조문학상, 이호우시조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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