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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올브라이트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Bawoo 2014. 6. 30. 23:47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이반 올브라이트, 1943~44, 캔버스에 유채,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한동안 책블로거 이웃들 사이에서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읽기 붐이 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책의 내용은 알고 있지만 읽어보지는 못한 책인데, 안 읽어보신 분들도 내용은 어렴풋이 알고 계실 것으로 생각해요. 

 

원래 이 포스팅은 작품 5개 정도를 묶어서 소개하려고 구상했던 것인데 

포스팅할 절대 시간이 부족한 관계로 그냥 짧게 하나의 작품씩 기회되는대로 소개하려고 합니다. 

시리즈는 런던 투어 다녀와서 말씀드렸던 "무서운 그림" 시리즈가 되겠습니다. 

여름철에는 뭐니뭐니해도 더위를 쫓아주는 공포... 아니겠어요 ㅎㅎ 

 

오스카 와일드 원작 소설을 보면 화가인 바질 홀워드라는 사람이 주인공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그리죠. 

그레이는 그 그림을 보고 자뻑에 빠져 이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넘기마 맹세를 합니다. 

호오... 과연 이후에 도리언은 청춘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며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데.. 

그때마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점점 이상한 모습으로 변해갑니다. 

마지막에는 결국 도리언 자신이 변해버린 그림 - 자신의 추한 모습 - 을 견디지 못하고 

그림 속 자신을 칼로 찌르죠.. 

어떻게 됐을까요...? 

네.. 다음날 사람들은 자신의 초상화 앞에 쓰러져 죽은 도리언 그레이를 발견하는데 

전날까지의 도리언이라 생각할 수 없을만큼 늙어버린 시체를 발견합니다. 

 

그 추한 모습의 도리언 그레이를 형상화한 것이 바로 오늘 소개하는 이반 올브라이트의 작품인데요. 

어떤가요.. 과연 자기 모습이 저렇게 변해있다면 견디기 힘든 공포와 고통 아닐까요..? 

 

그림.. 자화상을 찔렀는데.. 찌른 현실의 내가 죽는다.. 이 설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런 설정은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아득한 고대로 올라가야 할것 같아요. 

최초의 예술이라고 얘기되는 라스코나 알타미라 동굴 벽화에 등장하는 소! 

여기에 바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의 비밀이 담겨 있죠. 

벽화에 등장한 소는 단지 심미적인 감상을 목적으로 그려진 대상이 아니었죠. 

바로 그 소를 그려놓으면 소의 생명이 그림으로 옮겨진다고 믿었고 

사냥꾼들은 그림 속 소의 심장을 향해 창을 수없이 던지며 소를 사냥했지요. 

그리고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실제로 그 들소 사냥에 성공했을 거구요. 

 

어떤가요.. 라스코/알타미라 동굴 벽화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엄청난 시간의 차이가 있지만 

그 본질은 동일한 것 아닐까요? 

 

생명이 있는 존재를 똑같이 그려놓으면 그 속에 신묘한 기운이 깃들고... 그림은 현실의 존재의 

생명과 영혼을 나누거나.. 옮겨지게 된다는 믿음... 

그래서 고대 벽화의 동물들이 그토록 놀랍게 사실주의적인 화풍을 보여주는 것이죠. 

 

한걸음 더 나가서 생각해보면 작품을 만들어내는 화가는 그림에 그런 초현실적인 생명력을 불어넣는  

창조주에 가까운 존재라는 개념에까지 도달할 수 있죠.

예술가의 성역이라던가 신성함을 이야기할 때엔 바로 이런 개념이 저변에 깔려 있는거겠죠? 

 

조금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최초의 예술가는 조물주... 야훼.. 존재의 근원은 일자(一者)인 그 분이 되겠죠? 

자신의 형상을 따라 흙으로 사람을 빚었고.. 그 코에 생기(生氣)를 불어넣어 생명과 영혼을 갖게 하셨으니깐요. 

회화 작품은 아니지만 최초의 예술가는 조각/조소가로서의 야훼가 바로 그 태초의 조상이 되겠네요. 

 

오늘날의 많은 예술가들은 그런 창조주로서의 자각없이 영감없는..  

유행을 따르는 세속(?) 예술을 자랑스럽게 작업하는 경우도 많습니다만.. 

어쩌다보니 무서운 그림을 소개하다가 창조주로서 위치의 예술가론까지 발전하고 말았네요 ^^* 

 

 

 

 

글쎄요..~ 어떠신가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시각적으로도 강렬하고 기괴한 작품임에 분명하지만 

그림에 생명이 깃들게 되는 기원에 대해 생각해 보면 더 그럴듯하지 않은가요..? 

앞으로 자신의 초상화가 있다면.. 좀 더 소중히 다루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시는지.. 

그리고 한동안 잊었던 초상화를 꺼내본 순간 

처음과 묘하게 달라진 것을 느꼈다면....!! 

더이상 그 초상화에 빠져들지 마시고 봉인하시기 바랍니다. 

도리언 그레이와 같은 최후를 맞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죠! 

 

과연 무서운 그림..  맞나요? ^^* 

 

*작가 소개*

이반 올브라이트 

1897. 2. 20 미국 일리노이 노스하비~ 1983. 11. 18 버몬트 우드스톡. 미국의 화가.

 

부패와 타락상을 세밀하고도 극적으로 묘사하여 주목을 끈 매우 개성 있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제1차 세계대전 전에 일리노이 주 에번스턴의 노스웨스턴대학교와 어배나의 일리노이대학교에서 교육받고 전후에는 시카고 미술연구소와

짧은 기간 펜실베이니아 미술 아카데미 및 뉴욕 시의 국립 디자인 아카데미에서 공부했다. 1927년에 시카고 부근의 일리노이 주 워렌빌에

정착했다. 부유했던 그는 그림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1930년에 나이 들어 쭈글쭈글해진 창녀가 거울을 들여다보는 초상화 〈아이다라는 한 인간이 세상에 왔다 Into the World Came a Soul Called Ida〉를 완성했다. 극사실주의 기법의 이 작품은 놀라운 세부적 표면처리를 통해 시대의 참상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같은 해에 시카고에서 그의 첫 개인전이 열렸다. 1931년에 올브라이트는 〈나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 That Which I Should Have Done I Did Not Do〉(시카고 미술연구소)라는 작품에 착수했다. 이 작품은 장례식 화환이 걸려 있는 낡아빠진 문짝을 묘사한 것이다. 손수건을 쥔 한 여자의 손만이 이 작품에서 유일한 인간적 요소이다. 이 작품은 1941년에 완성되었으며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에게 명성을 가져다준 작품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The Picture of Dorian Gray〉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방탕한 주인공의 최후 모습을 그린 초상화(1943~44)였다. 또다른 특색있는 걸작으로는 〈가난한 방─그곳에는 시간도 종말도 어제·오늘·내일도 없으며 오직 영원, 끝없는 영원만이 있을 뿐이다 Poor Room-There Is No Time, No End, No Today, No Yesterday, No Tomorrow, only the Forever, and Forever and Forever Without End〉(1941~62)가 있다. 이 작품은 잡동사니로 가득 찬 방을 창문을 통해서 본 광경으로 그린 것이다. 올브라이트의 쌍둥이 형제인 맬빈 마 올브라이트(1983. 9. 14 죽음)는 화가이며 조각가였다.그림에 깃든 생명력

 

 

       <출처- 그림 및 해설:http://curatever.blog.me/50176044119 , 화가 약력: 다음 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