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빈 집 - 강민숙

Bawoo 2014. 7. 6. 22:47

 

빈  집

 

                                   

                                                         강민숙

 

지금 농촌에는 빈집투성이

 

비스듬히 열린 대문짝 사이로

햇살 밀리어 간다

몇 년 동안인지 제자리에 피었다

주저앉은 잡풀들

깨진 장독대에 반쯤 고인 빗물

참나리 꽃이 고개 내밀어

제 얼굴 잠시 비추어 보는 사이

잠자리 몇 마리

마당을 돌다 사라진

문패 없는 집 섬돌에도 꽃들은

피고 있는가

빈 집에 들어와서

문득, 나를 만난다

내 안에 버려진 시간과

더러 피어있는 꽃

잊혀진 것들의 고요를 만지며

오래된 나를 쓰다듬는다

 

 
강민숙 시인, 대학 교수
* 데뷔:1991년 계간지 '문학과 의식' 등단

  <자료 출처 : 시- 책'내가 뽑은 나의 시'/ 프로필- 다음 통합 검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