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이 타는 강
마음도 한 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겄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와가는,
소리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겄네
- 1959년 2월 〈사상계〉에 발표한 시. 이 시는 박재삼의 초기 작품에 속하는 것으로 '생활과 직결된 눈물을 재료로 한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 작품이다. 1962년 시집 〈춘향이 마음>에 수록되어 있으며, 시인의 시 세계를 함축적으로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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