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부터 수면 가까이 잠자리 하나 날고 있다
꼬리로 살짝살짝 물을 치며 날고 있다
물 속에 비친 파란 하늘과 흰구름이 유난히 눈부시다
어디가 물속인지 어디가 물 밖인지
산란을 마친 잠자리는 풀잎에 가서 앉을까 말까 하다가
다시 돌아와 살짝살짝 꼬리로 물을 찬다
물을 찰 때마다
물 속의 하늘과 구름이 흔들리고 있다
‘산책길에서’ |
- 산책길에서 -
깊은 산골짜기에도 길은 있었다.
그 길의 끝은 어데일까 궁금하여 끝까지 따라가본다.
처음 걷는 나의 길이라 나의 걸음은 흥분된 기대와 야릇한 해방감이 있었다.
마침내 길은 외딴 농가 앞에 와서 끊어진다.
가느다란 골짜기 물이 웅덩이 앞에 와서 머물 듯이.
이런 집엔 과연 누가 살고 있을까
가슴 두근대며 울안을 들여다본다.
아무 기척도 없는 빈 뜰에 빨간 칸나꽃 피어 있다.
한낮의 뜨거운 햇볕 속
빨간 빛깔 너무나 선명하여 오래 서늘해 뵈는……
나는 좀 더 걸을 양으로 새 길을 찾아본다.
새 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한참 동안 집 주위만 빙빙 돌다 발길을 돌린다.
돌아오는 길은 모든 게 그저 친숙하여
낯익은 나의 정원 안을 걷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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