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느티나무 -김영호

Bawoo 2014. 6. 30. 20:11

 

                   느티나무

 

                                                   - 김영호

 

고향 보리미의 동구 밖, 느티나무는 늘 등이 굽었다.                               

눈빛은 언제나 반쯤 열린 한지문

구름이 비껴가는 이 나무 아래

나의 조부는왕골밭 두꺼비에게 산해경 책장을 넘기게 하며         

냇물 소리로 시를 쓰셨을 것이다.

 

 

머리가 반백인 느티나무

그의 귀밑머리 사이로

아버지를 태운 늙은 황소가

보리밭을 밟고 온다.

 

 

잎새마다엔 한오백년 가락이 출렁이고

건조장의 햇담배 익는 냄새를 좋아하며

밤화투 치는 오영감 사랑방으로 들어가

탁주 한 사발 얻어 마시고 나와

느티나무 가지에 누워 코를 골던 달이

바람에 흰 백발을 날리네.

 

 
김영호(1945~ )시인, 전 대학교수

 

<자료 출처: '서정시가 있는 21세기 문학 강의실'이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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