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춘자네 다방’ - 강애나

Bawoo 2014. 7. 7. 23:02

 

 

춘자네 다방

                                                    -강애나

                                      

 

 

논산군 벌곡면 삼거리 촌마을

작은 안방 같은 다방 하나 있다네

구수한 노인들의 입에서 보글보글 라면을 끊일 것 같은

주머니 밖으로 튀어나올 듯

구차함이 없고 다정한 충청도 말씨

구수한 믹서 커피 노란자위 동동 햇살 빨아들인

모닝커피 배달도 그 옛날 아가씨 미소로 배달해줄 것 같은 곳

올해 외상도 끊임없이 기다리는 예쁜 손님이라네

 

동네 어르신 누구라도 과일 안주에

술상 푸짐하게 대접하는 그 다방

마을 인심 해돋이로 솟구치는 곳

장아찌 같이 푹 절인 속 깊은 정이

비오고 눈오는 날

핸드폰으로 오고가며 발 도장 찍고 가는 곳

나란히 찍혀진 눈 발자국 털고 앉아

장 받아라 오메! 바둑내기 이긴 자는 특별커피 한 잔

 

여름날엔 더워서 선풍기만 윙윙거리고 파리만 손님되어도

벽에 붙은 화선지엔 김삿갓 시를 오려 붙인

그림 화폭 사이로 김삿갓이 오실 듯 하네

 

어쩌다 대통령보다 더 높은 이장 어르신 오신 날엔

수박 참외 오이 무친 짠지와 물 말아서 쌀밥 대접하는 곳

노랫소리 구성지게 춘자 미소 솔향기로 푸릇푸릇

칠월의 장맛비로 춘자네 다방엔

사시사철 촉촉한 이야기

비싼 냉커피 대신 더운 커피 한 잔 후후 불며

다섯 평 남짓 여섯 개의 탁자와 나무의자는

세월의 구름다리 사이로

빨간 립스틱 춘자 언니 치마폭엔

7080 가요가 지르박 추는 곳

때론 오랜 팝쏭 yesterday가 흐르고

뜻은 몰라도 빨간 립스틱 껌 씹으며 춘자 언니도 흥얼흥얼

 
 
 
 


       강애나 
△《순수문학》시(2005),《문학바탕》소설(2005) 등단. 창조신문 신춘문예 당선(2008)

                                                                     <출처: 시- 책 '내가 뽑은 나의 시/ 약력- 다음 통합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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